국정농단 비선실세 최순실 일가에 대한 부정축재 재산 환수 목소리가 높다. 촛불시민들의 요구가 높은 상황이며 각 정당에서도 1개 이상의 법안을 내놓고 경쟁하고 있다. 다만, 법 통과 가능성은 현재로선 낮다.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일가의 부정축재 재산 몰수를 위한 특별법 공청회’에 참석해 “주목할 것은 주범인 최순실 일가가 오랜 기간 권력에 빌붙어 축적한 재산”이라며 “권력형 부정축재 재산을 그대로 둘 수 없다는 것이 국민 정서인 동시에 합당한 법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같은 자리에서 최순실 일가 부정축재 환수법을 “2월 임시국회에서 꼭 다뤄야할 법안”이라고 말했다. 그는 “해당 법안은 두 차례나 민주당 의원총회에 보고 됐고 이런 방향으로 추진하기로 추인된 만큼 제출 전부터 당론으로 채택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통과 의지를 강하게 내비쳤다.

▲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의 주범인 최순실이 16일 오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5차 변론기일에 증인으로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민주당은 앞서 지난해 12월6일 최순실 재산 동결과 환수조치를 위한 3개 법을 추진한다고 밝히며 첫 번째로 박근혜·최순실 일가의 재산형성 및 편취행위에 대한 진상규명 특별법을 제정하겠다고 밝혔다.  나머지 두 가지는 부동산 실명제법과 금융실명제법 개정이다.

공청회를 개최한 안민석 의원은 “최순실 재산몰수특별법을 ‘국민 화병 치유법’으로 명명하고 싶다”며 “국민들의 염원, 답답한 현실을 담아서 긴급 특별법 공청회를 실시하게 됐다”고 말했다.

안민석 의원과 법안을 공동으로 대표발의하는 이상민 의원은 ‘최순실 등 국헌문란행위자의 소유재산 국가귀속에 관한 특별법안’에 대해 “개별 법률에 산재한 몰수 규정으로는 헌정사상 유례가 없는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적용에 한계가 있다”며 “최순실 주변인물들이 국정농단에 편승해 취득한 재산 환수를 위해서도 특별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범죄수익환수제도가 있지만 법무부가 국회에 제출한 2015년 6월 기준 추징금 집행현황에 따르면 25조6259억원 중 25조5538억원이 미환수됐다. 환수불능 처리 건수(1만 1246건, 3조5953억원)를 감안해도 환수율은 낮다. 

민병두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국헌문란 등 행위로 인한 부정수익의 국가귀속 및 피해자 권리구제에 관한 특별법안’도 제출돼 있다. 민병두 의원은 지난 9일 의원 12명 서명을 받아 법안을 발의했다.

최순실 재산 환수법은 민주당 뿐 아니라 국민의당과 정의당도 당론으로 채택하고 법 제정 준비를 마친 상태다.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은 지난해 11월29일 같은 당 의원 37명의 서명을 받아 ‘민주헌정침해행위자의 부정축적 재산 환수에 관한 특별법안’을 제출했다.

국민의당은 채이배 의원의 법안을 포함해 공무원범죄에 관한 몰수 특례법,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형법 등을 개정해 직권남용·강요·업무상 비밀 이용 등을 통한 수익도 몰수·추징할 수 있는 법안을 당론으로 채택했다.

추혜선 정의당 의원이 지난해 12월29일 제출한 ‘국정농단과 불법·부정축재 재산 진상조사 및 환수 등에 관한 특별법안’ 역시 최순실 일가의 재산 환수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당 법안 역시 정의당 당론으로 채택돼 국회 논의를 기다리고 있다.

추혜선 의원 법안은 심상정·노회찬·김종대 의원 등 정의당은 물론이고 김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김수민 국민의당 의원, 김종훈·윤종오 무소속 의원도 발의에 참여했다.

새누리당에서도 정진석 의원이 원내대표 시절 추진한 ‘범죄수익은닉의 규제 및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지난해 12월23일 발의됐다. 법안 발의에는 당시 김도읍 전 원내수석부대표, 김정재 원내대변인, 성일종 원내부대표 등을 비롯해 중진인 이주영 의원이 동참했다.

▲ 12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문화예술회관에서 열린 바른정당 서울시당 창당대회에 참석한 남경필 경기도지사(오른쪽 두번째)가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무성 의원, 이종구 정책위의장, 주호영 원내대표, 유승민 의원, 오세훈 전 서울시장, 남경필 경기도지사, 정병국 바른정당 창당준비위원장. 사진=포커스뉴스 



정진석 의원은 법안 발의를 예고하는 보도자료에서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나타난 몰수 관련 현행법상 미비점을 보완하는 개정법”이라는 점을 명확히 했다. 정진석 의원은 현존하는 법안의 중대범죄 중 공무원의 직권남용죄 및 공무상 비밀누설죄로 인한 범죄 수익을 몰수하고 범인 외의 제3자가 재산을 취득한 경우에도 재산을 몰수할 수 있도록 했다. 정진석 의원 법안은 새누리당 당론으로 채택된 것은 아니다.

정진석 의원의 법 개정안을 포함해 야3당의 제정안의 공통점은 재산 몰수 대상을 최순실씨를 비롯해 국정농단에 가담하면서 이익을 본 것으로 추정되는 안종범·정호성·차은택 등을 포함하도록 했다는 점이다. 야 3당은 추가로 재산 환수 대상에 고 최태민씨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여지를 뒀다.

바른정당이 캐스팅보트를 쥐나?

야3당이 당론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될지는 미지수다. 일단 2월 열리는 임시국회에서는 법을 새로 만드는 시스템에 따라 공청회와 법제사법위원회 소위 회의 등을 거쳐야해 물리적으로 가능하냐는 의문이 제기된다.

법안 처리가 4월 임시국회로 넘어가면 시민 여론에 힘 입어 통과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현재 박영수특별검사팀은 최순실 일가 재산 뿐 아니라 부친인 고 최태민씨가 형성한 재산에 대해서도 추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에는 지난해 12월29일 최태민씨 아들 중 한 명인 최재석씨가 최순실씨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에 대한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법안을 다룰 상임위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다. 위원회 소속 17명 중 새누리당 의원은 김진태 김진태·윤상직·주광덕 의원과 탈당 예정인 정갑윤 의원 4명이 법사위다. 새누리당 소속 만으로는 법안 심의일수를 최대 90일까지 미룰 수 있는 안전조정제도 활용이 쉽지 않다. 안건조정제도 신청은 소속 의원 3분의2 이상 동의가 있어야 한다.

캐스팅보트를 쥔 것은 바른정당이다. 민주당(7명)과 국민의당(2명), 정의당(1명) 의원은 총 10명으로 이미 최순실 부정환수법 제정에 찬성하고 당론으로 정했다. 권성동 의원이 바른정당 소속으로 법사위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여상규, 오신환 의원도 속해 있어 야당만 13명이다.

▲ 최순실 게이트'와 박근혜 대통령의 비위 의혹을 수사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 대변인 이규철 특검보가 16일 오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기자실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방침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바른정당의 결정에 따라 법안 처리 속도나 방향이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장제원 바른정당 의원은 이날 미디어오늘과 만나 “특검에서 어느 정도 최순실 일가의 재산축적 관련한 가시적인 성과가 나오면 그때 생각하겠다”면서 즉답을 피했다.

그러면서도 장제원 의원은 “최태민 일가의 돈이 추적되면 당연히 환수해야 한다, 피의 혐의가 드러나면 바로 (환수)하겠다”며 “다만 그 범위가 드러나지 않은 상황에서 먼저 법 제정을 이야기하는 건 국민 화풀이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추혜선 의원실 관계자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2월이 되면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제정법의 특정상 2월 임시국회 안에 처리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이 관계자는 “특검이 현재 최태민-최순실 일가 재산에 관해서 조사하면 늦어도 4월이면 결과가 나온다”며 “특검이 결과를 발표하고 시민들의 재산환수 요구가 높아지면 국회에서도 압박을 받아 통과시킬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위헌 논란·현실적 재산 형태의 몰수 범위 정하기도 어려워

최순실씨 일가 재산 환수에 대해서는 위헌논란이 제기될 가능성도 있다. 야3당의 법안은 대체로 친일재산환수법을 근거로 해 성안됐다. 재산 몰수 대상자와 범위를 결정하기 위한 ‘위원회’를 설치하고 해당 재산을 국가가 몰수하거나 법원 판단으로 몰수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문제는 최태민씨가 형성한 재산을 몰수하기 위해 법안을 소급적용하는 방안이다. 친일재산환수법 제정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사항이다. 이미 형성된 재산을 후대에 제정된 법안으로 위법 여부를 가릴 수 없다(소급입법 적용 금지 위헌)는 주장이다.

하지만 헌법재판소는 친일재산환수법 제정 당시 위헌 논란에 대해 ‘친일 반민족행위자’ 측에서 친일재산의 소급적 박탈을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고 역사적으로 이례적인 공동체적 과업이라는 점에서 소급입법의 합헌성을 인정했다.

김남근 변호사(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부회장)는 이날 토론회에서 “국헌문란행위로 부정하게 재산을 축적한 자나 그 재산을 승계한 사람 역시 환수를 예측할 수 있었고 실제로 국헌문란행위자들이 상당 재산을 해외로 도피시켜 페이퍼컴퍼니 설립 등을 통해 자금 세탁을 한 행위로 볼때도 스스로 부정축재 재산이 환수될 것을 우려해 도피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며 헌재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문제는 최순실 일가의 해외 도피 재산 중 부정축재 재산을 확정하는 현실적인 문제다. 안민석 의원과 함께 최순실 일가의 독일 페이퍼컴퍼니 재산 추적 등을 한 안원구 전 대구지방국세청장은 “직접 독일에 가서 보니까 최고 40년 전까지 소급될 수 있는 정도의 자금이 해외로 빠져나가서 해당 국가의 외국인 자금이 돼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즉 최순실 일가가 재산을 해외 조세피난처에 은닉했을 경우 추적이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한 최순실 일가는 독일에서 펀드나 페이퍼 컴퍼니·기업 투자 형식으로 자금을 운용해 부정축재한 재산의 기여분에 대한 입증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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