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뉴스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을 띄우고,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는 패권주의 프레임을 덧씌우고 있다는 지적이 KBS 내부에서 나왔다.

KBS ‘뉴스9’은 반 전 총장이 귀국했던 지난 12일 톱뉴스부터 내리 6꼭지를 할애해 11분16초 동안 관련 소식을 전했다. 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소식은 7분32초 분량에 불과해 반 전 총장 이슈에 밀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SBS ‘8뉴스’, MBC ‘뉴스데스크’, JTBC ‘뉴스룸’은 각각 3꼭지에 불과했다. 지상파 가운데 SBS 톱뉴스만 반 전 총장 귀국이 아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특검 소환 소식이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13일 성명을 내고 “KBS ‘뉴스9’은 반기문 띄우기 그 자체였다”고 평가한 뒤 “터무니없는 물량공세도 문제지만 리포트 문구들을 보면 미화와 홍보가 곳곳에서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 KBS 뉴스9 12일자 톱뉴스 리포트. 사진=KBS
대표적인 표현들은 다음과 같았다. “반 전 총장은 VIP 입국 절차 대신, 보통의 여행객처럼 입국한 후”, “편의점에 들러서 생수를 직접 사서 마셨고, 공항철도 승차권을 자동판매기에서 직접 발권 받았다”, “수백 명의 지지자들이 모여 10년 만에 돌아온 반 전 총장을 뜨겁게 환영했다”, “공항의 시민들은 반 전 총장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고, 스마트폰으로 입국 장면을 담는 시민들도 많았다” 등이다.

“보통의 여행객처럼”, “생수를 직접 사서”, “승차권을 직접 발권” 등의 표현은 반 전 총장을 소탈한 인물로 부각시키는 ‘낯 뜨거운 수사’라는 지적이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앞서 한겨레는 반 전 총장이 인천공항에 특별 의전을 요구했다가 퇴짜를 맞았다고 보도했다”며 “또한 공항에는 환영 인파만 있었던 것이 아니라 반기문 대선 출마를 반대하며 피켓을 들고 항의하는 시민들도 적지 않았다. 이런 내용은 눈 씻고 봐도 찾아볼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아울러 KBS ‘뉴스9’이 반 전 총장의 차후 행보를 분석하는 12일자 리포트 “潘 대권 행보 촉각… ‘빅텐트’ 구성 가능성”을 통해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에는 ‘친문 패권’이라는 프레임을 덧씌웠다는 지적이다.

이 리포트에서 KBS는 반 전 총장의 향후 행보에 대해 “친박, 친문 패권이 강한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보다는, 계파색이 옅은 바른정당이나 국민의당과 연대를 타진할 것이란 관측”, “친박, 친문 패권주의를 반대하며 중도를 지향하는 세력이 형성될 수 있고, 당분간 제3지대에서 독자적인 행보를 이어가게 될 반 전 총장이 적당한 시점에 합류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친문 패권’이라는 생소한 프레임을 부각시켜 친박 패권과 애써 한데 묶고 문재인과 지지 세력을 박근혜와 마찬가지인양 싸잡아 부르는 게 말이 되는가”라며 “온 국민의 지탄을 받는 박근혜와 골수 친박의 부정적 이미지를 (문재인과 지지세력에) 뒤집어씌운 뒤 그 대안으로 반기문을 넌지시 추천하는 꼴이 아닌가”라고 비판했다.

언론노조 KBS본부는 “눈뜨고 볼 수 없을 반기문 띄우기 보도는 사실 예견된 것이기도 하다”고 꼬집은 뒤 정지환 KBS 통합뉴스룸 국장을 겨냥해 “‘최순실이 (박 대통령의) 측근이 맞느냐’며 보도 참사를 주도한 인물이 버젓이 책임자 자리에 유임됐는데 뉴스가 달라질 리 있겠는가. 도대체 얼마나 더 KBS뉴스를 추락시킬 셈인가”라고 반문했다.

정 국장은 ‘최순실’ 이름 석 자가 수면 위로 떠올랐던 지난해 9월 KBS 보도국 편집회의에서 보도가 필요하다는 KBS 기자협회장에 대해 “최순실이 대통령 측근이야? 측근이 맞나? 뭐가 맞다는 거지? 알려져 있다는데 어떻게 측근이라고 장담할 수 있나”라는 반응을 보여 구성원들의 반발을 샀던 인사다.

고대영 KBS 사장은 지난 2일자로 김인영 전 KBS 보도본부장을 이선재 보도본부장으로 교체했지만, 정 국장에 대해선 유임하며 여전히 신뢰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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