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측이 반 전 총장의 진도군 팽목항 방문을 앞두고 간 사전답사에서 세월호 참사 미수습자 가족에게 '갑질'을 했다는 주장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전남 진도 팽목항에서 미수습자 가족과 함께 생활하는 팽목지기 김성훈씨는 13일 페이스북에 “반기문 전 총장 측 사람이 ‘사전답사’라며 다녀갔고 미수습자 가족에게 ‘차를 타달라’고 해 분노가 폭발했다”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온라인에서는 해당 페이스북 게시글이 일파만파 파지면서 ‘반기문 전 총장 측의 의전 갑질’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반기문 전 총장 측은 앞서 12일 입국을 앞두고 외교부의 의전 제공과 인천국제공항에 의전 요청 등 논란을 겪으면서 눈총을 받은 터였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개인 계좌를 개설하기 위해 13일 서울 마포구 KB국민은행 도화동 지점을 방문해 은행관계자와 악수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하지만 이날 팽목항의 ‘갑질 논란’은 상황이 다소 와전된 것으로 보인다. 다윤엄마 박은미씨는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반기문 전 총장 측 일행이 미수습자 가족인 줄 모르고 했던 말”이라며 “사실을 알고는 반기문 전 총장 측에서 사과해 크게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들이 반 전 총장 일행인지도 불분명하다.

박은미씨의 증언으로 상황을 재구성하면, 이날 오전 9시께 팽목항에 마련된 가족식당으로 5~6명이 들어섰다. 그러자 자리에 있던 박은미씨와 김성훈씨 등은 일반 시민인 줄 알고 “앉아서 차 한 잔 하시라고 말했다”고 했다. 그리고 일행 중 한 명이 ‘차를 타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이때 김성훈 씨가 일행에게 “미수습자 가족들”이라고 알렸다는 것이다. 박은미씨는 “그 말을 듣고 일행은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봉사자들이 운영하며 차를 파는 곳인 줄 알고 차를 한 잔 달라고 했던 것’이라고 해서 그렇게 이해하고 지나갔다”고 말했다.

박은미씨는 “이렇게 크게 될 사안은 아니었는데 삼촌(김성훈) 입장에서는 가족들에게 차를 타 달라고 하는 그런 상황에 기분이 언짢아 진 것 같다”고 했다. 하지만 박은미씨는 “삼촌 입장이야 이해가 가지만 사실 확인 없이 페이스북에 올린 글만 보고 기사를 쓰는 것은 문제 아니냐”며 “해당 내용이 더 이상 기사화되거나 확산되길 원치 않는다”고 말했다.

박은미씨는 일행에 대해 “직접 반기문 측이라고 밝혀서 그런가 보다하고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날 온 일행 중 4~5명은 지역 주민으로 보였고 한 명만 서울에서 온 사람 같았다고 했다. 서울에서 온 사람이 가족들에게 명함을 건넸으나 ‘반기문’이라는 이름은 없었고 일반 변호사 명함이었다고 만했다.

일행은 반기문 전 총장이 팽목항을 방문할 예정이라며 날짜가 17일 경이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박은미씨는 반기문 전 총장 측 일행이 “동거차도까지 갈 수 있느냐, 해역에 들어갈 수 있느냐 등을 물어서 답했고 날씨와 그런 부분에 대해서 더 이야기해줬다”고 말했다.

가족들은 반기문 전 총장 방문에 대해 “아이 찾는 엄마 입장에서 도와주겠다는 사람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며 “1000일 넘은 엄마아빠에겐 정치든 이념이든 상관없다. 누가 오든 아이를 찾게 도와달라고 호소해야하는 게 우리 입장”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전 총장 측은 “팽목항에 가는 것은 확실하지만 오늘 사전답사를 갔다는 것은 전혀 사실 무근”이라며 “반기문 전 총장이 어제 들어오셔서 오늘 실무단과 처음으로 다 같이 모여서 회의를 했는데 누가 어딜 가겠느냐”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반기문 전 총장의 일정은 현재 15일 일요일 이후 정해진 것이 없다”며 “17일 호남 쪽이 될지, 영남을 먼저 갈지 아무 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반기문 전 총장 측은 현재 실무 지원팀이 구성됐으나 지지자 단체들이 난립하면서 정리되지 않은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 12일 반기문 전 총장 입국 행사가 열린 인천공항에서도 실무지원팀과 지지단체가 각각 기자회견을 할 단상을 마련해 혼란을 빚었다.

이날 팽목항을 방문한 것으로 알려진 반기문 전 총장 측 일행도 실무를 맡고 있는 곳이 아닌 또 다른 지지자 단체에서 미리 준비했을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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