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행보를 밟기 시작한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 그의 12일 귀국 소식이 알려졌을 때 언론은 이것이 대선의 주요 변곡점이 될 것이라 예측했지만 아직까지는 지지율이 정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확장성에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한국 갤럽이 13일 전국 만 19세 이상 성인 1007명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로 거론되는 8명에 대한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를 조사한 결과, 반기문 전 사무총장의 지지율은 20%로 지난달과 동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는 지난 10일부터 반 총장이 귀국한 12일까지 이뤄진 것이며 표본오차는 신뢰수준 95%에서 ±3.1%포인트였다.

조사 결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선호도는 31%로 집계됐다. 지난달 조사보다 11%p 급성장한 것으로 2015년 2월 이후 최고 기록이기도 하다.(한국갤럽 기준) 문재인 전 대표는 지난 한 해 동안 선호도 20%를 밑돌았으나 박근혜 대통령 국회 탄핵안 통과 이후 성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13일 서울 동작구 한 은행에서 사업자우대 통장을 계설하고 있다. 서울 사진=

반면 지난해 6월 부터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 포함된 반기문 전 총장은 26%에서 시작해 8월 28%로 올라서며 1위 자리를 차지했지만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이후 지지율이 21%까지 떨어졌다.

더욱이 이번 여론조사는 한국갤럽 기준으로 역대 최저치다. 지난 9~11일 실시한 리얼미터-매일경제 ‘레이더P’ 여론조사(전국 1511명 대상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p)에서는 지난주보다 1.2%포인트 내려앉은 20.3%를 기록했다. 2주째 하락세다.

결국 반기문 전 총장은 귀국 이벤트로 언론과 여론의 관심을 모아야 했지만 표심을 흔들지 못한 셈이 됐다. 오히려 ‘외교부의 귀국 의전 논란’과 동생·조카 뇌물죄 기소 등 검증이 시작되면서 주춤하는 모양새다.

반기문 전 총장은 문재인 전 대표와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공동대표와의 3자 대결에서도 30%를 차지하며 문재인 후보(44%)에 14%p 뒤지는 모습을 보였다. 안철수 전 대표는 14%였다. 



문재인 전 대표와 맞붙은 가상 2자 대결에서도 반기문 전 대표는 37%로 문재인 전 대표 53%에 한참 못 미쳤다.

새누리 지지층과 겹치는 반기문 지지층

여론조사 곳곳에서 드러나는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층은 보수정당 지지층과 겹친다. 5060세대 이상 장년층과 새누리당·보수정당 지지층이 인기의 기반이다. 

차기 정치 지도자 선호도 조사(8자 대결)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기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 지지층의 65%의 지지를 받았다. 바른정당 지지층에서도 35%를 끌어 왔다. 바른정당 지지층은 바른정당 소속 유승민 의원(20%)보다 반기문 전 총장에 대한 선호도가 높았다.

3자 대결에서도 반기문 전 총장은 새누리당 지지층의 87%, 바른정당 지지층 61%를 흡수했다. 양자 대결에서는 새누리당 지지층(92%)과 바른정당(72%)의 반기문 전 총장 선호 경향이 더욱 강해졌다.

연령별 지지층을 봐도 8자 대결 조사(문재인: 반기문 14%: 43%)나 3자 대결(16%: 58%), 2자 대결(21%: 68%)로 갈수록 60대 이상 장년층 지지율이 높아졌다. 노년, 중장년층의 지지를 받는 새누리당 지지율 구조와 흡사하다.

다만 지역별 지지율에서는 반기문 전 총장이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의 콘크리트 지지지율 기반인 영남권을 장악하지 못했다는 것은 특이점이다. 후보 8명에 대한 조사를 기준으로 반기문 전 총장은 부산·울산·경남(20%)에서 문재인 전 대표(34%)에게 밀렸고 대구·경북권(22%)에서도 문재인 전 대표(30%)의 지지율과 8%p 차이를 보였다.



3자 대결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대구·경북권에서 39%를 얻었지만 문재인 전 대표(37%)와 오차 범위 내 접전이다. 반면 부산·울산·경남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31%로 문재인 전 대표 41%에 비해 10%p 가량 뒤떨어졌다.

양자 대결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대구·경북권에서 문재인 전 대표를 10%p 앞섰다. 부산·울산·경남권에서는 문재인 전 대표(52%)에게 13%p 뒤진 39%를 얻는데 그쳤다.

반기문 전 총장은 대전·세종·충청권에서만 문재인 전 대표를 앞섰을 뿐 서울/ 인천·경기/ 광주·전라 지역에서 모두 문재인 전 대표에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기문 확장성?

반기문 전 총장은 한때 친박 후보로 분류됐다. 스스로도 박근혜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이런 분위기를 즐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 이후 박근혜 대통령과 선을 긋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반기문 전 총장의 지지기반은 새누리당 지지층과 겹치지만 확장성이 없다.

지역별로는 새누리당 지지세가 강한 영남에서도 부산·울산·경남에서 새누리당 지지세를 흡수하지 못한 상황이다. 해당 지역이 반기문 전 총장에 우호적으로 돌아설지도 의문이다. 리얼미터 조사에 따르면 바른정당의 창당을 가정한 설문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은 12%로 집계됐다. 전주에 비해 0.2%포인트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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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미터 여론조사 결과 기준으로 새누리당은 대구·경북에서 2.5%p 올라 20%대를 간신히 회복했다. 부산·울산·경남에서는 2.6%p 내린 11.5%로 평균보다 낮은 지지율을 보였다.

보수층을 확실히 흡수하지 못한 상황에서 반기문 전 총장은 중도층 공략에도 나섰다. 입국 후 반기문 전 총장은 주말까지 고향인 충청권을 방문한다. 이후에는 광주의 국립 5·18민주묘지와 팽목항, 대구 서문시장 등 영·호남권을 두루 방문할 예정이다.

하지만 정치신인의 대권 도전을 돕는 주변 참모진은 외교관 출신 지인이거나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참모진이 다수 참여해 있다. 반기문 전 총리가 확실히 대선 출마 선언을 할 경우에도 충청 지역을 기반으로 한 새누리당 의원의 참여가 가능할 뿐 더불어민주당이나 국민의당에서 반기문 전 총리 지지를 선언하고 나올 것이라는 그대는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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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반기문 전 총장 측에서 개헌 등을 고리로 김종인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에게 러브콜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종인 전 대표는 11일 기자들과 만나 반기문 전 총장이 만나자고 하면 “한번 볼 수 있다”면서도 연대 가능성에 대해서는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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