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통신위원회 산하기관인 시청자미디어재단이 일선 강사들에게 정부에 대한 견해를 담은 교육을 금지하는 내용의 서약서를 강제했다 논란이 되자 철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석우 이사장은 평론가 시절 정치편향적 발언으로 논란이 됐다.

시청자미디어재단은 지난해 11월부터 일선 강사들에게 ‘윤리강령 준수 서약서’를 받았다. 문제는 “미디어교육 강사는 자신의 정치 및 정부 정책에 대한 견해를 교육 내용에 포함해서는 아니 된다”는 윤리강령 1조4항이 교육의 자율성을 훼손한다는 점이다. 서약서는 “위반하였을 경우에는 어떠한 불이익 조치도 감수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내용으로 사실상 강제성이 있다.

강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강사 42명은 12일 성명을 내고 “1조 4항은 비판적 읽기와 다양한 관점을 지향하는 미디어교육 내용과 정면 배치한다”면서 “왜 갑자기 공교육에도 시행하지 않는 구시대적 윤리강령이 튀어 나온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이어 전국미디어센터협의회 소속 강사 114명은 “재단의 윤리강령 및 준수 서약서 작성 요구를 거부한다”고 밝혔다.

한 미디어 강사는 1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시청자미디어재단이 들어서기 이전, 개별 센터 시절에는 이런 서약서를 한번도 받은 적이 없었다”면서 “미디어교육이라는 건 신문이나 방송뉴스 내용이 교재이고, 그 대상에는 당연히 정부에 대한 내용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한 견해를 자유롭게 말하는 건 당연하다”고 말했다.

▲ 현재 시청자미디어재단 홈페이지의 미디어 강사 서약서에는 1조4항이 삭제됐다.

논란이 되자 시청자미디어재단은 해당 조항을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시청자미디어재단 관계자는 13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특정한 의도를 갖고 한 게 아니라 교육대상에 어린학생도 있다보니 정치중립적인 입장을 강조한 것”이라며 “오해가 있어 문제된 조항은 삭제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로 정부에 대한 비판 보도가 쏟아지는 상황에서 이 같은 서약서가 나온 건 의문스럽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미디어 강사는 “이사장의 출신이나 성향 문제도 있다보니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석우 이사장은 박근혜 정부 국무총리실 비서실장 출신으로 내정 당시부터 낙하산 논란이 불거졌고 정치편향적 발언으로 여러차례 도마에 올랐던 인물이다.


▲ 이석우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장. 사진=방송통신위원회 제공.

이석우 이사장은 2013년 5월 JTBC에 출연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결과적으로는 종북이 될 수도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됐다. 같은 해 그는 SBS 방송출연이 성사되지 않자 ‘SBS 좌편향’이라는 내용의 트윗을 올렸으며, YTN 출연 이후 시청자로부터 비판을 받자 ‘YTN에 좌편향 시청자가 많다’는 트윗을 올렸다. 그가 취임한 이후 새누리당, 청와대 출신 인사들을 재단 요직에 임명해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석우 이사장 취임 이후 시청자미디어재단은 ‘비리 백화점’이라고 불릴 정도로 비리가 많았다. 방송통신위원회 감사 결과 시청자미디어재단에는 △신입직원 채용 비리 △파견근로자 부적절 채용 △무원칙한 인사이동 및 보직 관리 △이사장의 직책수행경비 부적절 집행 및 관용차 사적 사용 △운영비·상여금 및 복지비 부적정 지급 △자산관리 미흡 등 지적사항만 23건에 달했다. 시청자미디어재단 이사회는 13일 비공개 긴급이사회를 열고 이석우 이사장 해임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시청자미디어센터는 부산, 광주 등에서 지역별로 별도 운영됐으나 방통위가 2015년 시청자미디어재단을 만들면서 통합 관리되기 시작했다. 소속 강사들은 취약계층 미디어 교육, 방과후 및 자유학기제 미디어 교육을 담당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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