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UHD 방송이 힘들다는 경고가 일찌감치 나왔음에도 무리하게 허가를 강행한 방송통신위원회가 결국 UHD 도입 연기를 검토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은 12일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지상파의 의견을 청취하고 가능하면 설 전에 연기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방통위는 오는 2월부터 지상파 UHD 본방송을 허가했다. 이후 지상파방송사들은 기술적, 경영적인 이유로 본방송을 9월로 연기할 것을 요청을 했고 방통위가 이를 검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방통위의 행보는 비판을 피하기 힘들다. 지상파 UHD방송을 당장 실시할 수 있는 여건이 되지 않는다는 점은 수차례 지적된 바 있음에도 평창올림픽 전국 중계를 목표로 무리하게 올해 2월 수도권 본방송 허가를 강행했기 때문이다. UHD는 HD보다 화질이 4배 선명한 차세대 방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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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OBA 2016' SBS 전시부스. 사진=금준경 기자.

현재 지상파는 UHD 콘텐츠를 만들기도, 전파를 쏘기도, 수신하기도 쉽지 않은 총체적인 난국 상황이다. 지상파가 가전사와 안테나 내장, 송신방식 등에서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당장 시중에 판매되는 UHD TV(유럽식)를 구매해도 UHD방송(미국식)을 볼 수 없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UHD 전파를 쏠 수 있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데다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HD방송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UHD콘텐츠를 제작할 여력도, 장비를 대대적으로 구매할 형편도 안 된다.

최성준 위원장은 지상파 UHD 추진 현황에 관해 “우리가 파악한 바에 따르면 KBS는 UHD 장비 발주가 가장 늦다”면서 “MBC나 SBS는 상당한 진척이 돼 있다”고 말했다. 지상파 관계자에 따르면 다른 방송사는 일찌감치 UHD방송 준비를 할 수 있었지만 공공기관인 KBS의 경우 UHD본방송이 허가되기 전에는 관련예산을 쓸 수 없어 장비구매를 하지 못했다. 사전에 검토했어야 할 기본적인 문제였음에도 방통위가 체크하지 않고 본방송 일정을 무리하게 잡았다는 점이 드러났다.

이날 최성준 위원장은 “인터넷 방송과 규제 불균형이 있다”는 논리로 ‘방송 규제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방송과 모바일, 인터넷 매체의 규제에 차이가 있어 기울어진 운동장이 됐다. 인터넷은 최소한의 규제만 하고, 반대로 방송쪽 규제를 풀어주는 방안을 논의하겠다”는 것이다.

방송은 정부가 인허가를 하는 제도이고, 특히 지상파의 경우 공공재인 전파를 쓰기 때문에 까다로운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성격 자체가 다른 인터넷, 모바일의 콘텐츠 사업자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방송 규제를 완화한다는 발상에는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지나친 방송광고 규제완화 정책이 이어진다는 점도 문제다. 최성준 방통위원장 취임 이후 지상파 광고총량제, 간접광고 및 가상광고 규제완화 등을 단행했고, 지상파 중간광고 도입과 광고제한품목 규제완화 등 대대적인 광고규제완화를 추진하거나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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