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6년 MBC 기자로 입사 후 28년, 인생의 절반을 언론인으로 살아온 그는 지난 20대 총선에서 국회로 입성하며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았다. 지난 2012년 당시 박근혜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에게 비례대표와 선대본부 대변인 제안까지 받았지만 거절하고 더불어민주당을 택했다. 출마지도 고향 대전이 아닌 여당 강세인 서울 송파구에서 승리를 일궈냈다.

미디어오늘은 5일 최명길 민주당 의원을 만났다. 그는 과거 ‘친박’ 인사로 분류됐던 것에 대해 억울하다고 말했다. 2007년 당시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가 경선 룰을 바꾸며 당당하지 못한 모습을 보인 것에 대해 뉴스에서 비판한 것이 박근혜 후보의 눈에 들었다는 것.  

최 의원은 “정치부 기자들은 어느 쪽과 친한 것 같으면 딱지를 붙이곤 하는데 3김 때 상도동계와 친하게 지내니 민주계 기자라는 말을 듣고, 김대중 정권 때는 청와대를 출입해 누구랑 더 친하고 그런 적 없다”며 “2012년 후배들이 (김재철) 사장의 잘못된 전횡과 경영에 항의하면서 파업하고 있는 마당에 내가 사표를 던지고 여권에 몸을 담고 정치를 할 수 없었다”고 술회했다.

기자 선배로서 공영방송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과 망가진 보도에 대한 안타까움도 컸다. 청와대도 출입해본 입장에서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이 직무정지 상태에서 기자들을 부르고 기자단이 이에 선뜻 응한 것을 보고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권력이 믿는 언론사로 인정받는 게 과연 즐거운 일인지 생각해 봐야 한다”는 최 의원은 MBC 출신 의원이라는 부담감만큼 사명감도 특별해 보였다. 기자가 아닌 국회의원으로서 바라보는 공영방송은 어떤 모습일까. 그와 나눈 일문일답이다.   

▲ 최명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국회의원 2년 차에 접어든 소회는 어떤가?
“굉장히 오랫동안 정치부 기자를 해서 무대는 익숙하다. 정치인이 돼서 활동해 본 7개월 남짓 동안 아쉬움도 많다. 20년 넘게 국회를 출입하면서 직접 경험하지 못한 게 대통령 탄핵이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 당했을 땐 워싱턴 특파원으로 가 있어서 가까이서 보지 못했는데 이번에 표결 현장에 있으면서 박근혜 대통령 개인이 아니라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왜 이렇게 됐는지 안타까웠다. 탄핵안 표결이 이뤄지는 과정에 광화문 촛불시위에도 반복적으로 참여하면서 민주주의 절차인 대의민주주의가 시민의 요구를 어떻게 담아내야 하는지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미방위) 위원으로서 가장 시급한 당면 과제는 뭐라고 생각하나?
“가장 중요한 게 공영방송의 위상을 본래대로 돌려놓기 위한 지배구조 개편 관련법 개정인데 마음이 무겁다. 알다시피 전체 상임위 중 미방위가 가장 법안 심의조차 제대로 못 하고 있어 불량 상임위로 지탄받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을 돌파해야 하는데 지금 새누리당이 방송 관련법에 대한 당의 공식 입장이 뭔지도 밝히지 않고 모호한 입장을 취하면서 간사를 앞세워 논의를 막고 있다. 지금 새누리 기조와 대립하는 교섭단체가 개혁보수신당(바른정당 가칭)까지 3개인데 공동으로 방송관련법 처리와 함께 100여 개 민생 관련 법안을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현재의 공영방송 상황을 냉정하게 평가한다면?
“지금 공영방송 행태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MBC의 경우 어찌 보면 사람들이 거의 포기했다랄까. 과거 ‘마봉춘’에 대한 애정조차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 돼 버렸다. 문화방송 MBC는 없어졌고 가끔 눈길을 끄는 드라마만 하는 채널이란 것만 남았지 문화방송에 대한 이미지는 사람들 마음속에서 이미 사라졌다고 생각한다. KBS도 계속된 논란 속에 있고 그래서 MBC와 KBS를 국민이 다시 관심을 갖고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대전제는 경영진을 뽑는 구조를 바꾸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절대로 개선되기 어려운 일이라는 인식 때문에 관련법 개정안에 국회의원 160여 명이 공동 발의자로 서명했는데 이는 흔치 않은 일이다. 일단 법안이 상정됐기 때문에 이 법안을 2월 국회에서 처리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여당 의원들은 그리 적극적이지 않아 보인다.
“유일한 문제가 미방위 새누리 (박대출) 간사가 법안심사 소위 회부에 반대하고 신상진 위원장은 ‘간사 간 합의가 안 돼 직권중재 권한이 없다’는 논리 펴며 시간을 끌고 있는데, 1월 중 법안심사 소위 회부에 합의해서 그 시기를 당겨 심사해야 한다. 현재 미방위의 여소야대 구성에서 법안심사 소위 논의 후 전체회의에 상정하면 당연히 본회의까지 갈 수 있다. 이미 200명이 넘는 의원들이 개혁 입법의 필요성에 동의한 상황이므로 본회의에서도 통과할 수 있다고 본다. 국민의 여망을 받드는 국회의 정치 지형이 정상적 상황이라면 당연히 국회에서 통과돼 입법화되는 게 맞다.”

-공영방송 개혁 법안이 빨리 통과되려면?
“결국은 국민 여론이 관심을 가져주고 이 사회가 엉망이 되고 헌법 질서가 엉망이 된 현실을 초래한 굉장히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못 한 것이 큰 문제였음을 인식해야 한다. 공영방송이 바로 서서 권력을 견제·감시하고 권력에 성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제도가 작동하는 사회였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됐을지 반성하게 된다. 그 출발점으로 공영방송의 정상화가 굉장히 시급하다는 걸 국민이 알아줬으면 좋겠다.  

-곧 MBC 사장 교체 시기인데 어떻게 내다보나?
“MBC는 보통 2~3월 중 주주총회를 하게 될 텐데 2월에 관련 법안이 입법되면 개정된 법률에 기초해 방송문화진흥회(방문진) 이사 구성 방식과 숫자가 바뀐다. 지금 9명의 이사는 당연히 사임하고 이사회를 재구성하도록 하는 게 법의 취지다. 법안이 통과하는 과정에 사장의 임기가 끝났다고 새로운 사장과 임원을 뽑는 행위는 법 상식적으로 볼 때 해서는 안 된다. 우선 결산을 위한 주총을 할 수는 있지만 임원 선임 관련한 주총은 미루는 게 상식일 거라고 본다.” 

-MBC 출신이라는 이력이 때론 부담도 되나?
“개인적으로 부담이 된다. 미방위에 나 외에도 신경민·김성수 의원이 MBC 출신이고 민경욱(KBS)·강효상(조선일보)·박대출(서울신문) 의원도 언론계 출신이다. 기자 시절 정치부에도 같이 있었고 일부는 특파원도 같이 한 사람들인데 언론계 출신으로서 양심에 손을 얹고 생각하면 전혀 문제 될 게 없는 법안을 놓고 상정조차 못 하겠다고 가로막는 모습을 보면 분노가 일기도 하고 안타깝다는 생각도 든다.” 

▲ 지난 1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청와대 출입기자도 했는데 지난 1일 박근혜 대통령과 기자단 신년간담회 어떻게 봤나?
“당연히 기자단 차원에서 거절했어야 한다고 본다. 내가 청와대를 출입했던 1996~1998년에도 기자들이 청와대 당국으로부터 합당하지 않는 취재 제한이 가해지면 같이 연명해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항의하기도 했다. 20년 전 출입기자들도 그렇게 했는데 특검 출석은 물론 헌법재판소 심리도 출석하지 않고 모든 제기된 의혹에 입 다물고 있는 대통령이 예고 없이 기자 간담회를 진행하면서 휴대폰과 노트북, 카메라도 갖고 오지 말라고 했다면 기자단 차원에서 옳지 않은 요구라고 입장을 밝혔어야 한다. 그런 비상식적인 취재 제한이 가해지는 상태에서 간담회를 진행하려는 의도를 삼척동자도 아는데 거기에 응한다는 건 청와대 출입 기자들 잘못 판단했다고 생각한다.  

-그럴 경우 어떻게 취재하고 기사를 써야 하나?
“그런 간담회에서 기사를 쓴다면 어떤 취재 환경에서 작성된 거라고 반드시 밝혀야 한다. 이 간담회는 청와대가 녹음과 촬영을 할 수 있는 모든 기기의 반입을 불허한 상태에서 노트에 받아 적는 조건으로 개최한 것이라고 최소한 스트레이트 기사에 써야 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 또 그날 밤 뉴스를 보며 깜짝 놀란 게 청와대가 공보 영상을 촬영해 제공한 것임에도 청와대 제공이라는 자막을 넣은 방송사를 하나도 못 봤다. 우리가 촬영한 게 아니면 어디서 제공한 영상인지 반드시 쓰는데 이런 당연한 룰을 지키지 않는 것은 굉장히 상식적이지 않다.”  

-MBC 후배들과도 여전히 교류를 자주 하는 편인가.
“실제로 나와 가까이 지내던 후배들마저도 나한테 안부를 묻는 인사 전화를 하거나 만나서 자리를 함께하는 것에 대해 좌우를 둘러보거나 조금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는 상황이 너무 안타깝다. ‘트로이컷 사건’(편집자 주 : MBC 사측이 2012년 노동조합 파업 중 사내 보안 프로그램을 이용해 노조 간부 등의 사적 정보를 불법 열람한 사건) 때 심지어 회사 내부자들의 컴퓨터에 프로그램을 심어 직원들이 뭘 하는지 들여다보는 집단이라는 게 확인됐고, 누가 누구랑 친하고 누구와 만나고 교신했는지 끊임없이 들여다보려고 하는 집단이란 걸 너무도 잘 알기 때문에 스스로 행동에 부담을 느끼는 거다. 이게 과연 민주주의 국가에서 있을 수 있는 일인가.”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분투하고 있는 공영방송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이런 체제와 질곡의 상황 속에서도 자기 목소리를 내고 공영방송이 자기 역할을 할 시절이 다시 올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의 끈을 놓지 않으며 오랫동안 버텨온 후배들에게 정말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딱 한 마디만 하라고 하면 미안하다. 아직도 해결을 못 해서. 덧붙인다면 낙관도 비관도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관련 제도는 개선이 이뤄질 것이니까 희망을 잃지 말고 조금 기다려 달라고 말해주고 싶다. 그게 전부다. 그 외엔 어떤 게 옳은 일인지, 바로 선 공영방송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너무도 서로 잘 아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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