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유튜브에 부끄러운 MBC 보도에 대한 ‘반성문 동영상’을 올렸던 MBC 3년차 막내 기자 3명에게 보도국 간부는 경위서 요구로 응수했다. 

MBC 기자들에 따르면 최기화 MBC 보도국장은 6일 아침 편집회의에서 뉴스데스크의 ‘태블릿PC 보도가 뭐가 문제냐’며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성문 영상을 찍은 곽동건·이덕영·전예지 기자는 11일까지 경위서를 제출하라고 요구받았다. 

이에 선배 기자들은 정작 경위서를 내야할 사람은 막내 기자들이 아니라 김장겸 보도본부장과 최기화 국장이라며 보도본부 간부들의 적반하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10일까지 11개 기수(33·35·36·37·38·39·40·41·42·43·44기) 기자들이 연달아 성명을 내고 경위서 제출 요구 철회와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했다.

33기 기자들은 “비겁하고 추악하다. 현장에서 모욕당하며 눈물을 삼키는 기자에게 경위서를 묻기에 앞서 자신들이 주도한 ‘청부’ 보도 의혹의 경위부터 밝히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라며 “뉴스를 개선하자는 고언조차 ‘해사행위’라며 가차 없이 징계하던 보도 책임자들의 그 혹독한 기준은, 스스로가 주도한 ‘뉴스의 몰락’이라는 ‘해사행위’ 앞에서는 어디로 사라진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또 “MBC 뉴스는 수백 명의 국민이 물속에 잠겨있던 그 시간, 행방조차 알 수 없는 대통령의 허물을 덮기 위해, 자식을 잃은 가엾은 부모들을 맹렬하게 비난하는가 하면, 청와대의 비리를 들추겠다는 감찰관도 ‘특종보도’로 쫓아내며 박근혜 대통령의 청와대 지키기에 앞장섰다”고 지적했다.

10일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본부장 조능희)가 발행한 노보 219호 중 갈무리.
35기 기자들은 ‘경위서 타령’이라는 제목의 성명을 통해 “45기 기자들이 동영상을 제작하게 된 경위라면 지난 4년을 살아 온 MBC 기자라면 다 알고 있는데 설마 몰라서 새삼 묻느냐”며 “염치가 있다면 숫자로 철저히 증명된 무능력에 책임을 져야지 이십 년 후배들에게 경위서 타령하고 앉아 있을 때냐”고 꼬집었다. 

이들은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이 책임지는 주중·주말 뉴스데스크가 창사 이래 최저의 시청률을 쌍끌이하게 된 경위가 무엇인지, 8시 뉴스라는 전선에서 SBS와 JTBC가 전력투구할 때 우리는 물을 먹다 못해 이제는 사실 확인도 안 되고, 창피한 줄도 모른 채 눙치고 넘어가는 보도국이 된 경위가 무엇인지 등 받아야 할 경위서가 여러 장”이라고 말했다.

37기 기자들도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자리보전에 급급해 하며 무비판적인 친위대 구축에만 열 올렸던 보도국 간부들이 지난 5년간 남긴 성적은 2%대 뉴스 시청률과, ‘소신 있는 왕따’를 자처한다는 정신승리 뿐”이라며 “그 누구도 보도 참사에 책임지는 이가 없다. 가쁜 숨을 몰아쉬는 우리 뉴스에 한 숨이라도 불어넣으려는 후배들의 용기 있는 행동에, 선배들은 경위서를 요구하기에 앞서 반성하고 위로해야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9일까지 발표된 기수별 성명 전문은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홈페이지에 올라온 노보 219호를 통해 볼 수 있다. 아래는 10일까지 기수별 성명을 발표한 MBC 기자들이다.



권희진 김현경 김혜성 노재필 민병호 박찬정 박충희 왕종명 이재훈 전봉기(이상 33기) 권혁용 김우철 김재영 김정원 노경진 백승우 서현권 양윤경 이형빈 장준성 정규묵 정시내 현영준(이상 35기) 김세진 김준석 박민주 박영회 윤효정 이명진 이필희 이호찬 임명현 장미일 전훈칠 조효정(이상 36기) 김경호 남상호 박선하 신지영 유충환 이정은 전준홍 조윤정 최훈(이상 37기) 강연섭 김지경 엄지인 이학수 전종환 정준희(이상 38기) 남재현 박주린 박주일 신정연 이용주 이지선 임소정 임현주 전동혁 현기택(이상 39기) 강나림 고은상 김재경 박종욱 서유정 송양환 오현석 장인수 정진욱 조국현 조재영 조현용(이상 40기) 공윤선 김민욱 서혜연 양효걸 이남호 임경아 조의명(이상 41기) 곽승규 김정인 나세웅 남형석 박소희 염규현(이상 42기) 손병산, 배주환, 이준범, 박진준(이상 43기) 김미희 김경락 이동경 손령(이상 4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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