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차은택 재판에서도 공범으로 등장
박근혜 대통령, 차은택 재판에서도 공범으로 등장
최순실 이권 위해 포스코에 압력 행사, 경제수석실 보고 문건도 확인… 고영태 "최순실은 비선실세"

박근혜 대통령은 최순실 국정농단 게이트에 연루된 차은택·송성각 등의 ‘강요미수’ 혐의에도 어김없이 공범으로 등장했다.

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김세윤 재판장)에서 차은택 아프리카픽쳐스 대표·송성각 전 콘텐츠진흥원장·김영수 전 포레카 대표·김홍탁 더플레이그라운드 대표·김경태 크리에잍티브아레나 대표 등 5인의 강요미수 혐의를 입증하는 증거조사가 시작된 가운데, 박 대통령이 이들 범죄의 핵심적인 공모자로 반복 지적된 것이다. 현재 직권남용권리방해죄 등으로 구속 수감된 최순실씨가 이 사건에서도 ‘배후 주도자’로 등장하기도 했다.

▲ 1월10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 심리로 열린 차은택 등 피고인 5인의 강요미수 등 사건 재판에 차은택, 송성각, 김영수, 김홍탁, 김경태 등 피고인 5인이 참석했다.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피고인 차은택, 송성각 등 5인은 포스코 계열사인 광고회사 ‘포레카’를 차씨가 실질적 소유주인 광고기획사 ‘모스코스’에 넘기기 위해 매각 우선 협상자인 주식회사 ‘컴투게더’의 대표에게 강요하고 협박해 인수 포기를 종용했다는 혐의를 사고 있다. 검찰은 이날 서증조사에서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과 차은택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설립하기 이전부터 기업들 광고를 독식할 생각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며 포레카 인수 시도의 배경을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매각이 차은택 등의 뜻대로 이뤄질 수 있게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등을 통해 각종 지시를 내리고 진행 상황을 수시로 보고받았다.

안종범 전 수석의 제3회 피의자 신문조서에 따르면 박 대통령은 안 수석에게 ‘포레카가 대기업 계열사로 넘어가면 문제가 될 수 있으니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연락해 대기업에 매각되지 않도록 살펴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박 대통령은 이어 포레카 사장인 피고인 김영수에게도 ‘살펴보라고 하라’며 안 수석에게 지시를 내렸다.

▲ '국정농단' 의혹의 최순실 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의 첫 공판기일인 1월5일 오후 안종범 전 수석이 중앙지방법원으로 들어서고 있다.ⓒ포커스뉴스

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기업 계열사는 롯데그룹이다. 당시 우선 매각 협상자는 컴투게더와 롯데그룹 계열사 엠허브 두 곳이었다. 엠허브는 2015년 5월 경 입찰을 포기해 컴투게더의 단독 입찰이 확정됐다.

안종범 수석은 이 지시를 듣고 권오준 포스코 회장에게 ‘계열사 구조조정 중 매각하는 회사가 대기업으로 들어가면 문제가 되니 신중히 검토하라’고 의견을 전달했다 . 김영수 대표에게도 동일한 의견을 전달했다.

포레카를 매각 대상자 기준에 미달했던 모스코스에 넘기기 위해서는 권 회장의 영향력이 필요했다. 원칙적으로 모스코스에 불리한 매각 과정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회장 등 고위직의 힘이 필요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최씨의 측근이자 그 덕분에 포레카 대표로 취임했다고 알려진 김영수씨는 매각되기 전인 2015년 8월13일 안 수석에게 “본사에서 (매각)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건 수석이 권 회장에게 (컴투게더에) 매각하지 않도록 지시하는 것”이라면서 “그쪽(컴투게더)이 매각 자금 준비를 못하게 하는 것, 매입 자금 투명성을 검증하는 것, 본사에서 매각대금을 할인해주지 않는 것 등도 권 회장 지시가 있어야 한다. 안 수석이 권회장에게 지시해줄 것을 부탁드린다”라는 문자 메세지를 보낸 바 있다. 차은택 등 피고인들이 컴투게더 측에 불리한 조건을 만들기 위해 다양한 안을 강구한 흔적이 보이는 대목이다.

안 수석은 2015년 8월31일 포레카가 매각되기 전까지 박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권 회장과 수차례 접촉했다. 8월15일부터 30일까지 권회장과 10회 가량 연락을 주고 받은 내역이 확인됐다. 매각 협상이 한창 진행되던 5월19일부터 7월5일까지 안 수석은 권 회장과 4차례 정도 만났고 7월1일엔 청와대 교육문화수석, 경제수석비서관 등과 함께 차은택을 만난 일정도 확인됐다.

권 회장은 2015년 7월20일 “김영수 대표는 포레카 매각을 촉진시키기 위해 곧 보좌역으로 임명할 계획”이라는 문자를 안 수석에게 보낸 바 있다.

▲ 1월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최순실 등 사건의 제1회 공판기일에서 최순실(최서원 개명)이 피고인으로 법정에 출석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대통령은 포레카 인수 과정을 청와대 경제수석실로부터 지속적으로 보고받은 것으로 보인다. 안 수석 보좌관인 김건훈씨 휴대전화 압수수색 결과 발견된 경제수석실 명의 2015년 10월12일자 ‘특별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 문건에는 “대통령이 별도로 지시한 상황에 대해 추진상황, 이행상황을 보고 드린다”, “포스코는 포레카 매각을 추진했고 당초 롯데 계열사와 컴투게더의 공동 매각으로 추진됐으나 롯데가 빠지고 컴투게더를 끌어들이면서 단독 매입을 초래”등의 보고 사항이 적혀 있다.

박 대통령은 포레카가 인수된 이후에도 ‘매각을 원점으로 돌리라’는 취지의 지시를 내렸다. 안종범 수석은 9번째 검찰 피의자 신문 조사에서 “2015년 9월경 대통령이 중국 순방을 갔을 때 전화가 와 ‘지난 번 말했던 포레카 매각에 여러가지 문제가 있으니 권오준 회장에 연락을 해서 문제를 원상복구시키라’며 강하게 질타했다”고 진술했다.

경제수석실의 ‘특별지시사항 관련 이행상황 보고’ 문건 또한 “컴투게더에 자금입금 등 각종 자료 요구했지만 컴투게더가 거부함에 따라 조속히 원상복귀를 추진할 예정”이라 적혀 있다.

최씨가 이에 개입한 정황은 최씨 조카 이병헌씨의 진술, 최씨가 실질적인 소유주인 더플레이그라운드 및 모스코스의 차명 임원들의 진술에서 확인된다.

이씨는 검찰 조사에서 ‘셋이 함께 모인 자리에서 최씨가 김씨에게 포레카 입찰 과정에 대해 물었고 김영수가 그에 답했다’, ‘최씨가 포레카를 인수할 계획이 있다고 말했다’, ‘포레카 인수 관련해서 사람을 보낼 것이니 김영수에게 전달해 달라’ 등의 내용을 진술했다.

이후 이씨는 김영수 대표에게 “무슨 일이냐” 물었더니 김씨는 “사람이 찾아왔다”면서 “안종범으로부터 포레카 인수 관련해 찾아온 사람들을 도와주라는 말을 들었다”고 대답했다고 밝혔다.

최씨의 의중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됐고 안종범 수석이 박 대통령의 지시를 이행한 정황이 보이는 대목이다.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검찰 조사에서 “김영수는 안 수석이 챙기는 사람”이라고 밝혔다. 그는 “김씨가 포스코 계열사 포레카 대표로 선임된 이유도 조원동 전 청와대 경제수석의 지시 때문”이라면서 “조 수석이 말한 사람이라 임명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김씨는 권 회장이 취임한 2014년 3월14일에 포레카 대표로 선임됐다.

“컴투게더 묻어버려라” 얘기까지 나왔지만 피고인 대부분 혐의 전면 부인

김경태를 제외한 피고인 4인은 모두 강요·협박 여부 및 다른 피고인과의 공모 여부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들이 컴투게더 측을 압박하기 위해 논의한 내용은 이들의 진술과는 다르다. 경제수석실의 ‘특별지시사항 이행보고문건’ 하단에는 손글씨로 “강하게 압박하고 동시에 광고물량 제한조치”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앞서 언급된 2015년 8월13일 김영수가 안 수석에게 보낸 문자 내용도 마찬가지다. 김씨는 △컴투게더가 매각자금 준비를 못하게 할 것 △매입 자금 투명성에 대해 검증할 것 △본사에서 매각대금을 할인해주지 않을 것 등을 포스코 측에 지시하라고 안 수석에게 부탁했다.

송영각 전 콘진원장은 한아무개 대표에게 차은택으로부터 들은 말을 그대로 전달했다. 송 전 원장은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있는 높은 선이냐’고 묻는 한 대표에게 “재단이라는 것의 탑에서 봤을 때 형님이 양아치짓을 했다고 보고 있다. 막말로 얘기하면 묻어버려라는 얘기까지도 나왔다”면서 “컴투게더 세무조사해서 컴투게더까지 없애라고 했다. (…) 안되게 하는 방법은 108가지가 넘는다. 내 생각에 (세무조사로) 컴투게더 들어가서 법인카드내역 다 까봐라, 골프접대 조사 등 그런 걸로 겁을 줄 수 있다. (컴투게더와 계약하는) 광고주에게도”라고 말한 바 있다.

전 모스코스 사내이사였던 김경태는 이날 공판에서 기본적인 사실관계를 모두 인정한다고 진술 태도를 바꿨다. 김경태 법률대리인 김유범 변호사(법무법인 화우)는 “(김씨는) 기소된 후 자신도 모르는 배후 인물과 인수과정의 부당성 알게 됐고, 자신과 한 대표 간 녹음 파일을 듣고 나서 한씨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피해자의 고통을 절실히 깨달아 미안한 마음”이라면서 “피해자에게 고통을 준 점은 깊이 사죄하고 있다. 김씨의 행위가 강요·협박에 해당하는지, 다른 피고인과 공모했는지 법리적 판단은 재판부가 판단해달라”고 밝혔다.

한편 참고인으로 검찰 조사를 받은 고영태는 최순실이 비선실세임을 강조했다. 그는 최순실이 차은택에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 추천을 부탁했고 차씨가 자신의 은사인 김종덕 전 장관을 소개했고 최씨가 김 전 장관을 대통령에게 추천했다고 밝히며 “내가 최순실씨 옆에서 직접 그 과정을 듣고 봤다” 고 밝혔다.

‘왜 최순실이 대통령에게 (인사를) 추천하냐’는 검찰의 질문에 고씨는 “비선실세니까요”라 답했다.

차은택, 송성각, 김영수, 김홍탁, 김경태 등 피고인 5인은 차은택과 최순실씨가 광고대행사이자 포스코의 계열사인 주식회사 포레카의 매각 작업이 진행 중인 것을 확인하고 포레카 인수 방안을 추진하던 과정에서 우선 협상대상자인 한아무개 컴투게더 대표를 강요·협박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의 시도대로 매각이 이뤄지지 않아 강요는 미수에 그쳐 이들의 공통 죄목은 강요미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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