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의 탈당 압박을 전면 거부하고 있다. 인명진 위원장을 대상으로 한 법정싸움도 불사한 서청원 의원의 탈당 거부 과정은 구태 정치로 얼룩져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청원 의원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에게 ‘인적 청산’에 대한 다짐을 받고 비대위원장으로 모셨다. 밀실정치의 시작이었다. 하지만 실패했고 서청원 의원은 친박계 세를 규합하며 반발했다. 

서청원 의원은 종종 친박계 의원을 불러모아 ‘줄세우기’를 했다. 친박 줄세우기는 당에 개혁, 혁신이 필요하다는 시점에서 효과를 발휘했다. 혁신 대상으로 꼽혔던 서청원 의원은 친박 모임을 주도하며 책임을 회피해왔다. 지난해 총선에 참패한 후 새누리당 지도부가 총사퇴한 국면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 등이 지난해 12월2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누리당 전국위원회 회의에서 비대위원장직 승인이 완료된 후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당 내에서는 계파 해체를 외치며 혁신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했지만 서청원 의원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서청원 의원은 총선 당시 새누리당 최고위원으로 지도부 일환이었다. 당시 김무성 대표와는 공천룰 등을 놓고 공개적으로 언성을 높이면서 ‘구태정치’라는 비판을 받았다. 총선 참패 책임이 있던 서청원 의원은 지난해 8·9 전당대회를 열흘여 앞둔 7월27일 서울 여의도 한 중식당에서 친박계 의원 40여명을 초청해 만찬을 열었다.

친박 모임 등 실력 행사하며 당 운영에 영향력 유지

당시 김희옥 혁신비대위원장이 서청원 의원에게 전화해 ‘전당대회는 계파청산의 장이 돼야한다, 27일 모임이 계파 갈등을 부추길 수 있으니 취소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무시됐다.

이후 전당대회에서는 친박계로 꼽히는 이정현 의원을 비롯해 강성 친박 조원진·이장우 의원과 친박계 초선인 최연혜 의원이 선출돼 친박계가 지도부를 장악했다. 이후 당 운영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과 밀접하게 맞물려 돌아갔다.

친박계 모임은 위기가 닥쳤을 때 강한 응집력을 보여줬다. 그 모임에는 항상 서청원 의원이 있었다.지난해 12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친박계는 또 다시 대규모로 결집했을 당시도 마찬가지였다. 

탄핵안이 통과되면서 이 과정을 주도했던 비박계로 쏠리는 당심을 단속하기 위해서였다. 친박계는 지난달 11일 심야회동 후 같은 달 13일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을 공식발족했다. 당 소속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이 혁신과통합보수연합은 일주일여 만에 해체했다. 공식적으로는 ‘계파 모임을 해체한다’고 발표했다. 친박계가 지원한 정우택 의원이 원내대표로 당선된 후였다. 

친박계의 발표를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없었다. 당 지도부 경선에서 승리한 친박계가 원내대표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계파 모임을 해체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줬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이 지난해 12월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친박계 계파 모임인 혁신과통합보수연합 발족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하지만 인명진 비대위원장과 정우택 원내대표는 서청원 의원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서청원 의원의 퇴진 압박을 받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지난 8일 비대위원장직 고수와 인적청산을 계속하겠다고 선언했다. 9일에는 상임전국위원회를 재소집해 결국 비대위 구성안을 통과시켰다.

지도부는 당초 51명이던 의사정족수(회의 개회 요건이 되는 회의 구성원 수)를 45명으로 줄이고 반을 가까스로 넘는 23명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 안건을 통과시켰다. 당 지도부는 구성원 미달로 개회가 지연되자 임기 만료나 당비 미납으로 인한 당원 자격 정지 등 6명을 제적시켜 총원을 줄여 겨우 회의를 열었다.

친박계는 지난 6일에 이어 9일 또 다시 실력을 행사하며 상임전국위 무산을 시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9일 개회가 지연되자 단상에 올라 “상임전국위를 막고자 하는 조직적인 세력이 상상을 초월한 방법을 동원해 (개회를) 방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실제 사례라며 “직접 전화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지인은 물론 부인까지 동원해서 전화를 해 회유·협박을 하고 있다. 국회 앞까지 왔는데도 문 앞에서 기다리며 입장을 가로막는 기막힌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는 협박까지 하는 걸로 안다”고 폭로했다.

상임전국위원회에 참가한 김성찬 의원은 “당이 공식적으로 하는 일에 비공식·불법적으로 대응 하는 행위를 그냥 넘어갈 수 없다”며 “사무처에서 사례집이라도 만들어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서청원 의원은 이날 상임전국위가 성사된 후 보도자료를 내고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친위 쿠데타가 시작됐다”며 “4·19 혁명 원인이 된 사사오입 부정선거에 버금가는 폭거”라고 맹비난했다. 서청원 의원은 법적 책임도 묻겠다고 압박했다.

법정소송 불사하며 탈당 거부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10일 비상대책위원 및 주요당직자 회의에서 친박계의 상임전국위 무산 시도에 대해 “자유당 때나 있을 수 있는 얘기”라며 “‘우리당이 꼭 개혁해야 되겠구나’라는 신념을 더 굳게 가지게 됐다”고 강조했다.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이다.

서청원 의원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의 탈당 요구에 법적 대응을 불사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인명진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접수하며 비대위 구성을 막아보려 했지만 그 마저도 무산되면서 서청원 의원의 반발이 계속 이어질지 관심을 끌고 있다.

새누리당은 10일 오후 의원총회를 열 예정이다. 서청원 의원이 대토론회 대신 의원총회를 열 것을 요구했지만 불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청원 의원과 가까운 친박 의원들은 일부 당에 거취를 위임하면서 서청원 의원과 다른 길을 걸었다. 최경환 의원은 2선 후퇴를 언급한 이후 8일과 9일 지역구 의정활동에 전념하는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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