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0일 집회가 끝난 직후 박근혜 정부의 실정을 규탄하며 분신 항거에 나선 정원스님(속명 서용원·64)이 끝내 숨을 거뒀다.

'박근혜즉각구속 정원큰스님 분신항거 비상대책위원회'는 9일 오후 7시40분 경 정원스님의 사망 선고가 내려졌다고 밝혔다.

정원 스님은 지난 7일 밤 10시30분 경 세월호 참사 1000일 집회가 끝난 직후 광화문 광장에서 분신을 결행했다.

정원 스님은 분신 직후 서울 종로구 연건동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후송돼 응급치료를 받았으나 신체의 70% 이상에 2도 화상, 40% 이상에 3도 화상을 입고 중태에 빠졌다.

정원 스님은 곧이어 중환자실로 이송됐으나 분신 후 이틀을 채 넘기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자주평화통일실천연대 소속으로 평화통일운동에 앞장 섰던 정원스님은 박근혜 대통령 등 권력자의 탐욕을 비판하며 지난 해 11월부터 소신공양의 뜻을 밝혀 왔다.

정원스님은 지난해 11월24일자 일기에 "박근혜가 내려오지 않고 버티고 있다. 탄핵 속도를 빨라지고 있다. 헌재에서 탄핵될 지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서 "국민의 힘으로 박근혜를 물러나게 하고 친일 매국소 숭미주의자를 척결해서 주권을 찾고 더렵혀진 이 땅의 정기를 바로 세워야 한다"고 적었다.

정원스님의 일기장엔 "소신공양으로 매국노 집단이 일어나는 기회를 끊고 촛불시민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함"이라는 내용도 적혀 있다.

정원큰스님 분신항거 비대위는 "우리는 정원 큰스님의 신념에 공감하는 모든 시민 및 단체와 연대해 정원 큰스님의 취지를 계승하고 실현하기 위한 행동에 돌입한다"며 "마지막 순간까지 정원 큰스님의 쾌유를 빌며, 만약 절명하신다면 그 책임은 박근혜 일당에게 있음을 밝히고 박근혜 구속시까지 정원 큰스님을 보내 드릴 수 없음을 천명한다"고 밝히며 이날 오후 발족을 알린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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