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의 파행이 결국 법정으로 비화됐다. 탈당 압박을 받은 서청원 의원은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형사고소하고 직무정지가처분 신청을 접수했다. 인명진 위원장은 이날 또 다시 상임전국위를 소집해 비대위 구성을 시도한다.

서청원 의원 측은 9일 인명진 비대위원장을 △정당법상 탈당강요죄 △형법상 명예훼손죄 △강요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혐의로 한 고소장과 비대위원장 직무정지 가처분신청을 서울 남부지검에 제출했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에게 당헌·당규상 절차를 무시하고 탈당을 강요한 것은 그 자체로 정당법 제54조를 위반한 범죄인 동시에 선출직인 국회의원의 권리 행사를 방해하고 의무가 아닌 탈당을 강요한 것은 문제라는 주장이다. 또 이런 내용을 언론에 공개한 것은 명예훼손에 해당한다는 것이 서청원 의원 주장이다.

▲ 서청원 새누리당 의원. 사진=포커스뉴스


그러면서 서청원 의원 측은 인 위원장이 “특정 당원 및 당 소속 의원들의 탈당 시까지 명예훼손적인 언동을 계속하며 탈당을 강요할 것이 명백하다”며 긴급하게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밝혔다.

인 위원장은 지난 6일 무산된 상임전국위원회를 이날 재소집할 예정이다. 비대위 구성을 강행하는 등 당 비상대책위 체제를 공고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서 의원이 직무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출한 것은 사실상 인 비대위원장이 당권을 잡고 지도부 체제를 공고화하기 전에 힘을 빼겠다는 포석이다.

서청원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에게 거취 결정 기회를 줬으나 끝내 거부해 법적인 절차를 밟게 된 것에 유감이라면서도 “좌익성향으로 밖에 볼 수 없는 목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출한 것을 후회한다”고 인 비대위원장 퇴진을 촉구했다.

인 비대위원장과 서청원 의원의 진흙탕 싸움은 약 일주일 2주일째 이어지고 있다. 

서청원 의원 입장에서는 인 비대위원장의 행보에 당황한 표정이다. 서청원 의원은 인 위원장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하며 인적청산을 하지 않겠다는 당부를 받았다. 친박계의 살 길을 모색하는 밀실 협약이었다.

▲ 인명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8일 서울 영등포 새누리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기자실에 들어서고 있다.  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하지만 인 비대위원장은 “국민이 원하면 (서청원·최경환 의원 등에게) 탈당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맞섰다. 지난달 29일 열린 전국위원회에서 비대위원장 승인이 이뤄진 후에는 서청원 의원에게 직접 사람을 보내 탈당을 압박했다.

서청원 의원은 전국위원회에서 인 비대위원장 승인을 요청한 후 2선 후퇴를 선언했다. 인 비대위원장과의 물밑협상이 유효하다고 했으나 탈당 압박을 받으면서 서청원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을 “거짓말쟁이 성직자”, “좌익 성향” 등으로 맹비난했다.

서청원 의원은 여전히 당을 좌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어 보인다. 지난 8일 인 비대위원장 기자회견 후 서청원 의원은 인 비대위원장에게 힘을 실어준 의원들을 “일부 우호적인 의원을 중심으로 한 간담회”로 축소하고 인 비대위원장이 11일 예정한 ‘대토론회’ 역시 “사무처·의원·당기구 일부” 행사로 축소했다. 인 위원장은 자신과 뜻을 함께한 의원이 당내 3분의 2에 달하는 68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반면 서청원 의원에게는 지난 6일 상임전국위를 무산시킨 ‘실력’이 있다. 이날 또 다시 개최될 예정인 상임전국위가 무산될 경우 비대위 구성이 무산되고 당은 비정상적인 형태로 운영될 우려가 있다.

▲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이 9일 서울 영등포 새누리당사에서 주요당직자회의를 열기 위해 착석하고 있다.   사진=새누리당 홈페이지


하지만 인 비대위원장 쪽으로 여론이 쏠릴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주요당직자회의에서 “공당의 정상적 업무를 물리적으로 방해하는 일이 계속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며 상임전국위 정상적 개최에 당력을 집중하겠다고 밝혔다.

서양호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소장은 이날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에 출연해 “만약 짜고치는 고스톱이었는데 인 비대위원장이 약속을 위반하고 인적 청산에 돌입한 거라고 한다면 두 분 간 정치 신의 상 문제는 있을지 몰라도 국민이 볼 때는 인 비대위원장이 타당하고 합당하다고 볼 수 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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