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1000일이 지났다. 9일 아침신문은 세월호 참사를 기억하는 신문과 기억하지 않는 신문으로 나뉘었다. "몰랐다"는 주장과 달리 문화계 블랙리스트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여된 것으로 확인됐다. 몸통은 박근혜 대통령일 가능성이 크다. 

조중동 1면엔 세월호가 없다

9일 아침신문들은 세월호 참사 1000일을 맞아 세월호 관련 기사를 1면에 배치하고 특집기사를 게재했다. 그러나 조선일보, 중앙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1면에서는 세월호 참사 기사를 찾아볼 수 없었다.

경향신문은 1면에서 지난 7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1차 촛불집회 소식을 다루며 "답장이 오지 않을 것을 알면서도 (참사 희생자에게) 문자를 보낸다"는 세월호 참사 생존학생의 발언을 기사화했다. 한겨레, 한국일보는 팽목항에 방문한 추모객 사진을 1면에 배치했다. 국민일보와 세계일보는 안산 합동분양소 모습을 1면에 사진기사로 담았다. 국민일보는 1면에서 "잠겨있는 진실...서둘러야 할 치유"를 통해 '진상규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9일 주요 종합일간지 1면 갈무리.

그러나 조중동 1면에는 세월호 참사 관련 기사는커녕 사진조차도 보이지 않았다. 조선일보는 1면에 '중국 신년달력 모델 된 사드 방중 야 초선의원들' 사진기사를 배치해 야권을 비판했고 동아일보는 '북극곰 수영축제' 사진을 쓰며 이번주부터 강추위가 올 것이라는 점을 기사화했다.

특히, 조선일보와 동아일보는 지면 곳곳에 세월호 관련 기획기사를 배치한 다른 신문과도 대조적이었다. 조선일보는 세월호 참사 소식을 싣지 않았다. 동아일보는 12면 스트레이트 기사를 통해서만 관련 소식을 다뤘다. 중앙일보는 세월호 참사 유가족 인터뷰와 인양계획에 대한 기사를 내보내 보수신문 중에서는 비중이 컸다.

동아일보, "맞불이 촛불보다 크다"

동아일보는 오히려 "촛불과 태극기의 광장정치, 되돌아 볼때 됐다"면서 세월호 참사,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진상규명을 촉구하는 촛불집회에 부정적인 기사를 내보냈다. 동아는 사설에서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탄핵반대 집회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촛불 민심만이 전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지 않는다는 태극기 집회측 주장도 일리 있다"고 주장했다.

동아일보는 경찰의 발표를 인용하며 '맞불집회'의 규모가 '촛불'을 넘어섰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촛불집회는) 탄핵소추안 통과 이후 수그러드는 모양새지만 태극기 집회는 7일 8차 집회까지 참여인원이 늘고 있다. 주최측과 경찰추산 둘다 태극기 집회 참가자가 촛불집회 참가자보다 많았다"는 것이다. 경찰은 7일 탄핵 반대 집회에 3만7000명이 모였다고 추산한 반면 촛불집회엔 2만7000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그러나 이 같은 경찰의 추산은 검증할 필요성이 있다. 경향신문은 "퇴진행동이 발표한 숫자는 연인원 60만 명"이라며 "추산방법의 차이를 고려하더라도 경찰이 촛불집회 참가 인원을 지나치게 과소집계했다는 비판이 나온다"고 지적했다. 육안으로 보더라도 광화문 광장과 일대 도로를 가득 메운 촛불집회 인파는 2만7000명으로 보기에는 규모가 컸다.



'문화계 블랙리스트', 박근혜 대통령이 지시했나

진보성향 문화예술계 인사들은 물론 박근혜 대통령에게 비판적인 인사들까지 문화정책 분야 예산지원을 배제하기 위해 작성된 '블랙리스트' 의혹에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연관된 것으로 드러났다. 한겨레는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화계 블랙리스트'작성을 지시해 만든 뒤 이를 박근혜 대통령에게 보고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조윤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리스트 작성에 연루된 정황이 드러났다.

특검팀에 따르면 '블랙리스트' 외에 '적군리스트'도 있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한겨레는 "특검팀은 이른바 적군리스트에서 여당성향의 문화예술계 인사 및 단체 가운데서도 박 대통령을 적대시하거나 박 정부의 정책에 딴지를 건 흔적이 있다는 사유로 지원배제 명단에 오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보도했다.

이 뿐이 아니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블랙리스트에 대한 폭로를 할 것으로 보이자 조윤선 장관이 회유를 한 정황도 드러났다. 8일 특검과 문체부 등에 따르면 조윤선 장관이 지난해 말 유동훈 차관, 신현택 전 차관 등에게 유 전 장관을 접촉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고 동아일보가 보도했다.

이번 블랙리스트의 '정점'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까지 박 대통령은 관련 보고를 받았다는 정도만 알려졌지만, 추가 조사에 따라 더욱 깊숙이 개입한 정황이 포착될 것으로 보인다. 한겨레는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대통령이라면 참모들이 이런 안을 가져와 보고했다고 해도 강하게 질책하고 저지했어야 마땅하고"고 지적했다.

동아일보는 사설을 통해 블랙리스트 문제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을 비판하면서도 물타기성 보도를 내보냈다. 동아는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정치개입은 이 정권에서만의 일은 아니다"라며 "김대중, 노무현 정부 때는 친 정권 예술인들을 집중지원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에 우호적이냐 아니냐를 잣대로 지원하고 말고를 결정하는 반문화적 행태를 이제 끝내야 한다"고 밝힌 것이다. 사상초유의 문화검열인 블랙리스트 사태를 단순히 '성향에 따른 차별'이라는 프레임으로 만든 것이다.

인명진 vs 서청원의 치킨게임, 결과는?

일단은 친박이 승기를 잡은 모양새다. 새누리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까지 서청원, 최경환 등 친박 핵심들이 탈당하지 않을 경우 거취를 결정하겠다는 입장을 번복하고 일단 당에 남아 인적쇄신을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다.

인 위원장은 배수진을 쳤지만 친박계가 버티자 속수무책이 된 것이다. 서청원 의원은 "탈당강요는 중대한 범죄행위"라며 "법적대응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반격에 나섰다. 앞서 인명진 비대위원장은 '쇄신'작업을 위해 친박 중진 의원들에게 탈당을 요구했고, 친박은 쫓겨나듯 탈당을 해선 돼선 안 된다고 판단해 적극적으로 반격했다.

그러나 당내 여론이 서청원 의원에게서 서서히 등을 돌리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인명진 위원장과 뜻을 함께 하는 친박인사들도 적지 않다. 새누리당 의원 99명 중 68명이 인적쇄신 동참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에서 친박계 책임론이 부각된 상황에서 친박계 핵심의 버티기에 여론이 호응할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지금처럼 인명진 위원장이 쫓아내듯 탈당을 강요하지 않고 '출구'를 열어주면 상황이 달라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경향신문은 "출구만 열어주면 서 의원이 타협할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면서 "인 위위원장이 서 의원을 명예롭게 해주면 서 의원도 언제든 물러날 마음이 있다"는 한 친박계 의원의 말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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