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많은 후보를 안고 있는 민주당이 경선 룰 제정을 위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물밑 실무작업만 착수하던 분위기에서, 현실적으로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조기대선이 확정될 때까지 기다린 후에 대선 체제에 돌입하기엔 쉽지 않다는 인식 하에 수면 위로 공론화하는 모습이다. 경선 룰 제정에는 모바일 투표와 완전국민참여형 투표제 등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은 6일 오후 국회에서 ‘후보 경선과 국민참여방안’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를 주최한 이상민 의원 이외에도 강창희 전 국회의장과 김상희·박홍근·김병관·조승래·김종민·원혜영 의원 등이 더불어민주당의 경선 룰을 중심으로 의견을 제시했다.

쟁점은 더불어민주당 경선에 모바일 투표와 완전국민경선제 도입 여부다. 완전국민경선제의 경우 촛불 민심을 반영할 수 있는 방안이고 당 이벤트를 통해 지지율을 제고할 수 있는 컨벤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 있다. 지난 2012년 대선 당시에도 민주당은 완전국민경선을 적용한 바 있다. 다만 충성도가 높은 권리당원들의 투표 권리를 배제하거나 비율을 축소했을 경우의 반발이 나올 수 있다.

현재로서는 문재인 전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 등은 공식적으로는 경선 룰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원칙적으로는 국민이 많이 참여하는 방식에는 동의하고 있다.

문재인 전 대표의 경우 당내 장악력이 높다는 점을 고려해 당원 비중이 높은 경선 제도를 통해 경선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려 할 것이고, 나머지 대선 주자들은 일반 국민들의 참여도가 높은 경선제도를 주장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문 전 대표는 다만 “당이 정하는 대로 따르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5차 촛불집회를 앞두고 눈이 내린 지난해 11월26일 오후 서울 청계광장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박근혜 대통령 퇴진 결의대회에 참석한 문재인(오른쪽부터) 전 대표, 안희정 충남도지사, 박원순 서울시장이 인사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날 토론회에 참석한 의원들의 다수는 완전국민경선제에는 찬성하는 입장을 밝혔다. 김상희 의원은 “대선 이후 빠르게 진행될 사회 개혁 작업에서 발생할 어려움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라도 대선 과정에서 공론의 장 형성이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 당원들에게 가중치를 주는 식의 경선은 적절하지 않다. 당내 경선 과정부터 국민들이 자유롭게 참여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밝혔다.

박원순 서울시장 측으로 분류되는 박홍근 의원 역시 “촛불 광장에 나섰던 국민을 한 그릇에 다 담을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특정 후보에 대한 유불리 문제로 경선 룰을 고민해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를 맡은 정상호 서원대 교수는 완전국민경선제에 대해 “이번 경선의 원칙 중 하나는 최대한 촛불민심을 수렴하는 것이다. 최대한 문호를 개방해야 한다”면서도 “완전국민참여방식에 대해서는 권리당원들의 반발이 클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설득이 당대표와 선두주자의 몫”이라고 지적했다.

김병관 의원은 권리당원들의 반발에 대한 대안으로 “후보 등록 최저 요건을 만들되 1차 컷오프 기준 등의 후보 등록 요건을 당원들로부터 의견을 수렴해 만드는 방식”을 제안했다.

모바일 투표에 대해서도 유불리가 엇갈린다는 해석이 나온다. 온라인 당원의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는 점에서 모바일 투표 도입이 문재인 전 대표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원혜영 의원은 “온라인 투표도 긍정적으로 안고 갔으면 좋겠다”며 “이전 대선 경선때도 계속 인터넷 혹은 모바일 투표를 허용했다”고 밝혔다. 다만 “모바일 투표에 대한 불신이 있기 때문에 불씨를 남겨놓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친문계로 분류되는 김병관 의원 역시 “기술적으로 보면 컴퓨터와 모바일을 통해 은행거래하는 시대에 정당에서 온라인 투표를 배제할 필요가 있겠냐”며 “배제하면 국민 입장을 최대한 반영하겠다는 취지에 어긋나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반면 강창일 의원은 “모바일 투표의 경우 조작 가능성도 있고 민심이 왜곡될 수 있다”며 반대 입장을 내놓았다. 비주류로 분류되는 정성호 의원 역시 “모바일 선거의 경우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선출 과정에서도 해산판결을 받게 되는 원인으로 작용했고 투명성을 검증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모바일 선거가 신뢰를 주지 못한 측면” 때문에 반대입장을 내놓았다.

그동안 민주당은 경선 룰 논의를 수면 아래에서 진행해왔다. 공개적으로 논의를 시작하면 조기 대선과 정권 교체를 사실상 확정짓는 것 아니냐며 역풍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재 판결이 예상보다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더 이상 경선 논의를 늦출 수 없다는 의견에도 힘을 받고 있다. 후보자 검증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경선과 대선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번 토론회 역시 오는 조기 대선을 위해 민주당 의원들이 공개적으로 경선 룰의 바람직한 방향을 논의한 첫 토론회다.

민주당 측은 이번 달 안으로 후보별 캠프의 입장을 반영한 경선 규칙 제정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조승래 의원은 탄핵 인용 전에라도 경선 절차를 빠르게 진행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조 의원은 “후보자 상호간의 정책 검증 위한 절차들은 경선 일이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것들이다. 인용 결정 이후 쫓기는 상황에서 하지 말고 할 수 있는 것들은 미리 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특히 민주당의 경우 지지율이 40%에 육박하고 있는데다 유력 대권주자들의 다수가 민주당 소속이라는 점에서 당 내 경선이 곧 대선 가두로 이어질 수 있다는 자신감도 한 몫한 것으로 보인다.

김상희 의원은 “어떻게 아름다운 경선을 치러 제대로 된 정권을 만들고 국민들이 원하는 새로운 대한민국 시대 교체를 할 것인가는 부분은 민주당이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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