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2차 변론이 지난 5일 헌법재판소에서 열렸다. 박 대통령 측 변호인단은 이날 검찰과 특검 수사를 정면으로 부정하고 탄핵심판을 정치공방으로 전환하려는 모습을 보였다.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라며 탄핵 심판을 군중재판으로 치부했다. 검찰은 이와 달리 속속 국정농단의 구체적인 증거를 입수하고 나서는 모습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도 최순실씨에게 전달됐던 사실이 확인됐다.

박 대통령 대리인단 “촛불은 민심 아냐”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심판 대리인인 서석구 변호사가 5일 헌법재판소 변론에서 “국회가 탄핵소추 사유로 주장하고 있는 촛불민심은 국민의 민심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주요 조간 일간지들은 이에 대해 박 대통령 측이 탄핵심판대를 정치공방으로 끌어간다고 비판했다.

또한 서 변호사는 이날 헌재 대심판정에서 열린 탄핵심판 2차 변론에서 “국회가 (탄핵소추안이) 다수결로 통과됐음을 강조하는데 소크라테스도, 예수도 군중재판으로 십자가를 졌다”며 “다수결이 언론기사에 의해 부정확하고 부실한 자료로 증폭될 때 위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서 변호사는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주도한 세력은 민주노총”이며 “민중총궐기 집회는 대한민국에 대한 선전포고”라는 주장도 내놓았다. 그 근거로 “(집회에서) 김일성 주체사상을 따르는 (통합진보당) 이석기 석방을 요구”하고 “북한 ‘노동신문’이 탄핵 증거로 제출된 신문기사를 칭찬한다” 등을 제시했다.

▲ 경향신문 1면 기사 갈무리.
서 변호사는 “촛불집회에서 김일성 찬양노래를 만들어 국가보안법으로 구속된 사람이 만든 노래 ‘이게 나라냐’가 공공연하게 불려지고 있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의 변론은 “소크라테스와 예수도 다수결 때문에 사형되고 십자가를 졌다”며 “일제 식민지에서 해방하고 북한으로부터 지켜준 신이 헌재도 보호하여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복음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마무리됐다.

서 변호사는 검찰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황당한 논리도 내놓았다. 서 변호사는 “박 대통령을 수사한 검찰 특별수사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이 노무현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사정비서관이었다”며 “정치적 중립성에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은 사설을 통해 이에 대해 “소가 웃을 일”이라며 “이영렬 지검장은 박근혜 정부에서 가장 많은 인사혜택을 받고 차기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되던 인물이다. 그리고 검찰 수사를 받겠다고 말한 사람은 박 대통령 자신”이라고 꼬집었다.

앞서 모두진술을 한 이중한 변호사 역시 박 대통령의 무고함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논란을 빚었다. 이 변호사는 “(세월호 참사는) 해난 사고의 특성상 많은 인명이 희생됐다”며 사고의 특성상 대형참사가 불가피했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이 최순실씨의 지인이 운영하는 업체(KD코퍼레이션)에 특혜를 줬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박 대통령은 어릴 때부터 육영수 여사를 따라다니며 ‘대통령에게까지 온 민원은 마지막 부탁이라 소홀히 여기면 안된다는 철학을 경험했다”고 항변했다.

조선일보는 이에 대해 사설에서 “구체적 소추 사실에 대한 반박이라기보다는 정치 발언에 가까웠다”고 꼬집었다. 한겨레도 사설에서 “케케묵은 색깔론을 들이댄다고 해서 대통령의 잘못이 가려질 리 없다”며 “궤변과 억지 없이는 대통령을 도저히 변호할 수 없을 지경이라면 아예 잘못을 깨끗이 인정하는 게 나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헌재 신문서 윤전추 “기억안난다, 모른다” 반복만

이날 헌재에서 열린 탄핵심판에는 증인으로 채택된 이재만 전 청와대 총무비서관과 안봉근 전 국정홍보비서관도 불출석했는데 이들은 아예 잠적했다. 이영선 청와대 행정관은 불출석 사유서를 냈다. 그나마 출두한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모른다”, “기억나지 않는다”는 말만 반복했다. 경향신문은 “(윤 행정관이) 기존 청와대 주장을 뒷받침하는데 주력하는 듯 했다”고 평가했다.

▲ 한겨레 3면 기사 갈무리.
윤전추 청와대 행정관은 다만 증인 신문 중 세월호 7시간 의혹에 대해서는 일부 진술했다. 윤 행정관은 “세월호 침몰 당일오전 8시30분께 대통령의 호출로 관저에 가 ‘개인적 업무’인지 ‘비공식적 업무’인지를 했다”며 “정확히 어떤 업무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윤 행정관은 “오전 9시 이후(이후 10시로 번복)께 대통령에게 서류를 전달하고, 곧이어 안봉근 비서관이 급히 집무실로 올라와 대통령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에 소추 위원인 권성동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시일이 흘러 잘 기억하기 쉽지 않음에도 세월호 당일 사항을 구체적으로 상세하게 기억하고 진술하는 것은 굉장히 이례적”이라고 지적했다.

윤 행정관은 “오전에 미용사는 청와대에 들어오지 않았지만, 오전 8시30분에도 대통령의 머리와 의상이 정돈돼있었다”면서도 참사 당일 오후 중앙재난대책안전본부에 가기 전 자신이 미용사를 직접 태우고 청와대로 들어와 대통령 머리손질을 다시 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윤 행정관은 “머리손질 시간은 20분 정도로 평소보다 비교적 빨랐다”고 덧붙였다.

또한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옷값 대납 의혹에 대해 “박 대통령이 직접 나에게 줬다”고 진술했다. 또한 “박근혜 대통령이 직접 저에게 밀봉된 노란색 서류봉투를 주었다”며 “돈이 얼마 들었는지 확인한 적은 없고 만져보면 당연히 돈이겠거니 생각했다. 영수증도 받은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이는 고영태 전 더블루케이 이사의 국회 청문회 증언과 정면으로 배치되는 발언이다. 고 전 이사는 지난해 12월7일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무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박 대통령에게 가방과 옷 100여벌을 만들어줬다. 비용은 모두 최씨가 본인 지갑에서 꺼내 줬다. 최씨 개인 돈으로 보였다”고 진술한 바있다. 이 부분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뇌물죄 혐의 적용 여부와 직결된 문제이기도 하다.

이외에도 윤 행정관은 박 대통령의 삼성동 사저에 운동장비가 있는지, 자신을 행정관으로 발탁한 사람이 누구인지, 자신이 맡은 업무가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도 “말씀드릴 수 없다”고 입을 닫았다. 윤 행정관은 2014년부터는 청와대 행정관으로 근무했고 공식 업무와 비공식업무 등을 통해 박 대통령을 도왔다면서도, 민감한 질문에는 공무상 비밀과 대통령과의 보안 서약 등을 이유로 답변을 피했다.

최순실·안종범·정호성 첫 공판 “억울하다” 부인

지난 5일은 또한 최순실씨와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등에 대한 1차 공판이 진행됐다. 이날 최순실씨는 “억울한 부분이 많다. 재판부가 밝혀달라”고 호소했다.

최씨 측 변호인도 최순실씨가 대통령이나 안 전 수석과 공모해 기업들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모금을 강요한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이 최씨와 안 전 수석의 연결고리를 발견하지 못하자 무리하게 박 대통령을 끼워넣었다”며 “최씨가 재단을 통해 사적 이익을 추구한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 중앙일보 2면 기사 갈무리.
또한 검찰이 언론 기사를 증거로 제시하려 하자 이 변호사는 “머리도 똑똑한 분이 왜 이러시나. 동의하지 않은 증거를 끼워넣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검찰이 “이제와 뚱딴지 같은 소리 한다”고 반박하자 이 변호사는 “비속어는 쓰지 말라”며 재반박했다.

이날 검찰은 안종범 전 수석의 자택에서 발견된 증거인멸 관련 ‘대응방안’ 문서 7건도 공개했다. 문서에는 ‘휴대폰 우측 상단 3분의 1지점을 부숴야 한다’, ‘전자레인지에 휴대폰을 돌려 복원 불가능하게 한다’ 등의 내용이 포함돼있다.

또한 검찰은 정호성 전 비서관이 최순실씨에게 전달한 문건 257건 전체를 추가증거로 제출했는데, 여기에는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 수락 연설문과 대통령 후보 TV토론 자료, 취임사 등이 포함돼있다. 한웅재 부장검사는 “대통령이 (최씨와) 공모한 증거는 차고 넘친다. 법정에서 모든 걸 보여줄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종범 전 수석은 이날 대통령의 지시를 따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안 전 수석은 “문화·체육활성화는 대통령의 대선 공약 사항으로 재단 관련 지시도 그 연장선으로 이해했다”고 말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박근혜 대리인단의 현실 인식을 크게 세 가지로 분류했다. 첫 번째는 자기기만, 두 번째는 진실의 왜곡, 세 번째는 조직적 방해다. 중앙일보는 “(대통령이) 지지율 4% 대통령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직시할 필요가 있다”며 “박 대통령은 촛불 민심을 ‘인민 재판’과 ‘마녀사냥’으로 둔갑시켜 스스로 희생양 코스프레를 하는 셈”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헌재 신문과 공판 등을 종합해보면) 누군가의 연출 아래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주연과 조연, 엑스트라까지 한 몸으로 연기하는 드라마를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며 “지난해 1000만명이 동참했던 촛불 민심을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만들려는 꼼수”라고 짚었다.

다만 동아일보는 사설에서 “이번 사건은 대한민국을 뒤흔들고 국정을 마비시킨 전대미문의 사태”라며 “그 중심에 선 박 대통령과 이 사건에 연루된 주요 인사들은 진실을 밝혀야 할 정치적 도덕적 의무가 있다”며 증인들의 집단 불출석과 의혹 부인에 대한 비판 정도에 그쳤다.

특검 “블랙리스트에 김기춘·조윤선 개입”

한편 특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과 활용 과정에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청와대 정무수석(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관련됐다고 밝혔다. 이규철 특검보는 정례 브리핑에서 “블랙리스트는 (특정 인사들에 대한) 지원배제 명단이란 걸 확인했다”며 “여러 관계자의 진술과 확보된 자료를 통해 김 전 비서실장과 조 장관이 관련된 사실을 알게됐다”고 말했다.

또한 특검팀은 블랙리스트 활용 과정에 국정원이 개입된 사실도 파악하고 있다. 특검팀은 “문체부 실무자들에게서 국정원이 각종 인선과 예산 배정에 깊숙이 개입했다는 진술과 정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 세계일보 6면 기사 갈무리.
세계일보에 따르면 특검팀은 6일부터 삼성전자 박상진 대외담당 사장과 장충기 미래전략실 사장, 최지성 미래전략실장에 이어 이 부회장 등 삼성수뇌부를 차례로 조사하기로 방침을 정하고 삼성 측과 소환 일정 조율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특검팀은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에 국민연금이 찬성한 대가로 삼성이 최씨 일가를 지원한 것으로 의심하고 그동안 국민연금과 청와대, 삼성의 ‘3각 커넥션’ 입증에 공을 들여왔다.

세계일보는 “삼성 수뇌부 소환조사는 국민연금관리공단, 박 대통령, 삼성 간의 제3자 뇌물 수수혐의 수사가 종반전에 진입했음을 알리는 상징적 조치로 받아들여진다”고 평가했다. 세계일보는 “특검보와 파견검사들 사이에선 ‘이제 끝장을 봐야 할 상황’이라는 비장한 전운마저 감돈다”고 보도했다.

“김영란법 3·5·10 기준 개정한다”

정부가 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의 3·5·10 기준(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비 10만원)을 올리거나 일부 예외조항을 두는 방안을 추진할 예정이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5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5개 정부부처 업무보고에서 관련 부처들에 김영란법 시행령 개정을 포함한 제도 개선 방안 검토를 지시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이달 중 관계부처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해 법 시행에 따른 성과와 영향을 점검할 계획이다. 이 TF를 통해 김영란법이 내수와 서민경제를 위축시키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 현재의 김영란법 기준이 수정될 수 있다.

다만 법이 시행된지 불과 3달도 지나지 않아 내수와 서민경제를 이유로 손질에 나선 것에 대해 비판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된다.

문재인 "국정원 권력 축소" 공약 제시

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가 5일 대선 공약으로 검찰과 국정원, 청와대 등 권려기관 개혁안을 내놓았다. 수사권을 검찰에서 떼내 경찰에 넘기고, 대통령의 24시간을 공개하는 방안 등이 포함됐다. 국정원을 '해외안보정보원'으로 개편하고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업무와 수사권을 폐지하겠다는 내용도 언급했다. 

이에 대해 중앙일보와 동아일보는 문 전 대표가 제시한 공약이 '좋은 방안'이라면서도 "친문 패권 청산부터 먼저"라고 제언했다. 중앙일보는 사설에서 "민주당의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의 '개헌보고서' 파문을 보노라면 '친문 패권당' 이라는 비문들의 주장이 전혀 틀리게 들리지 않는다"며 "스스로 비문들의 마음을 얻고 당을 통합할 수 있는 방안을 먼저 제시하는게 순서"라고 비판했다. 

동아일보 역시 같은 논리로 "권력적폐 청산을 외치는 문 전 대표 측의 눈에 왜 친문 패권주의는 안 보이는 지 아쉽다"며 "친문 진영에 패권주의 그림자가 어른거리는 한, 아무리 좋은 개혁방안도 또 다른 독단이 될 수 있음을 문 전 대표는 명심해야 한다"고 전했다. 

▲ 6일자 동아일보 사설(위)과 조선일보 사설(아래) 갈무리.
한편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문 전 대표의 공약에 대해 "역대 대통령들도 선거 때마다 비슷한 공약을 했다가 집권만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태도를 바꿨다"며 "누가 대통령이 되더라도 지금 나온 약속들은 반드시 실천해야 한다"고 평했다. '문재인표 공약'이라는 것 보다 공약 내용에 더 집중하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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