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안 가결로 직무정지된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연 것이 헌법을 위배한 행위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청와대 기자단 해체’를 주장하고 나섰다.

앞서 박 대통령은 새해 첫 날 청와대 상춘재로 청와대 기자들을 불러 모아 “나를 도와줬던 분들은 뇌물을 받은 적이 없다”며 최순실, 정호성, 안종범 등 ‘최순실 게이트’ 핵심 피의자들을 두둔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검찰의 공소사실을 일방적으로 반박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 지난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긴급하게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박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 지난 1일 청와대 상춘재에서 긴급하게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기자들이 박 대통령의 말을 듣고 있다. 사진=청와대 제공


신년 기자간담회는 기자들에게 일방적으로 통보됐다. 한광옥 대통령 비서실장이 출입기자들과 오찬을 함께 하자고 제안했고 오찬이 진행 중이던 오후 1시 배성례 청와대 홍보수석이 “대통령이 기자들을 만나 새해 덕담과 궁금한 것들에 대해 얘기하고 싶어한다”면서 “15분 뒤에 간담회 장소로 가자”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아울러 청와대는 취재 수단인 노트북 기록, 음성 녹음을 제한했다. 대신 청와대가 관련 녹취와 영상을 언론에 제공하겠다고 밝혀 박 대통령이 언론을 홍보 도구로 악용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기자회견에서 “기자라면 이런 식의 기자간담회는 거부하는 게 맞다”며 “하지만 실명 기고나 칼럼을 통해 청와대를 비판한 출입기자들은 전무했다. 병풍처럼 들러리만 선다면 청와대 기자단은 해체하는 게 맞다”고 비판했다.

직무정지 상태에서 기자들을 불러모은 것이 위헌이라는 해석도 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부천지회 소속 장덕천 변호사(51·사법연수원 35기)는 지난 1일 페이스북을 통해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한 내용도 문제지만 비서진을 통해 기자간담회를 준비한 행위와 기자간담회 모두 헌법에 위반되는 직무행위”라고 밝혔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시민연합, 한국인터넷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으로 구성된 언론단체비상시국회의는 5일 오후 기자회견을 열고 “박 대통령이 향후 추가 기자회견, 기자간담회 등을 진행한다면 대중적 고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경고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기각과 관련해 당시 헌법재판소가 규정한 대통령의 직무행위에는 각종 단체ㆍ산업현장 등 방문행위, 준공식ㆍ공식만찬 등 각종 행사에 참석하는 행위, 대통령이 국민의 이해를 구하고 국가정책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하여 방송에 출연하여 정부의 정책을 설명하는 행위, 기자회견에 응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는 것이다. 때문에 직무정지된 박 대통령이 기자간담회를 연 것 자체가 탄핵 사유에 해당된다는 주장이다.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는 “박 대통령의 기자간담회는 위헌 요소가 다분하다”며 “앞으로 청와대 출입 경력은 부끄러운 경력이 될 것이다. 청와대 출입기자들은 박 대통령의 탄핵 결정이 헌재에서 인용될 때까지 청와대에서 철수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했다.

박 대표는 “박 대통령이 설 연휴 전에 추가로 메시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며 “박 대통령이 향후 추가 기자회견, 기자간담회 등을 진행한다면 대중적 고발 운동을 벌일 것”이라고 말했다.

▲ 미디어오늘 만평. 이미지=권범철 만평작가
청와대 기자단 명단을 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준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부회장은 “10여년 전 청와대를 출입했다. 청와대 상주 기자단의 카르텔은 견고하다”며 “노무현 정부 때도 청와대 상주 기자로 들어가려면 간사단 회의를 통해 찬반 표결을 부쳐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은 “상주 기자단 명단은 국민 알권리 차원에서 반드시 공개돼야 한다”며 “이번 기자간담회는 청와대 기자단이 불법에 가담한 것이나 다름없다. 반칙적이고 특권적인 상주 기자단의 폐쇄적인 시스템은 개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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