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최순실 태블릿PC 증거 능력 흠집 내기에 혈안이 됐다. 일부 친박·극우 매체에서 박근혜 대통령과 최순실 등 비선실세의 입노릇을 하며 변호하는 주장들을 그대로 받아쓰며 “태블릿PC와 관련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MBC의 이 같은 ‘태블릿PC 흔들기’ 보도는 지난달부터 계속됐는데, 정작 지난해 10월29일 “태블릿PC, 최순실이 쓰다 버린 것 맞다”고 ‘단독’ 보도했던 곳은 MBC였다.

당시 MBC는 “문제의 태블릿PC를 확보한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곧바로 전문 자료 분석 부서에 맡겨 복구 작업을 벌였다”며 “1차 분석 작업을 마무리한 검찰은 최순실 씨가 문제의 태블릿PC를 사용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밝혔다.

MBC는 “디지털 포렌식 작업을 통해 최 씨가 태블릿PC를 얼마 쓰지 않고 버렸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이라며 “검찰 관계자는 그 근거로 ‘문제의 태블릿 PC를 최 씨 이외에 다른 사람이 사용한 흔적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고도 덧붙였다.

▲ 지난해 10월29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그러던 MBC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시점부터 최순실 태블릿PC 입수 경위와 실 소유자 의혹 보도를 연이어 내보내면서 박 대통령과 최순실의 대변한다는 비판을 받았다.

MBC 기자들도 사내 게시판에 뉴스데스크의 태블릿PC 의혹 보도에 대해 “어쩌다 MBC 뉴스가 이 지경까지 됐느냐”는 비판을 쏟아냈다. 보도국 오현석 기자는 “지금 MBC는 큰 물을 먹어놓고 뒤늦게 ‘태블릿PC는 조작되었을 수도 있다’라고 전 국민을 상대로 우기고 있다”며 “MBC가 자랑스레 ‘단독’을 붙여 ‘태블릿PC, 최순실이 쓰다 버린 것 맞다’고 보도해놓고, 이제는 검찰도 국민도 의심치 않는 ‘태블릿PC’를 문제 삼고 있다”고 꼬집었다.

지난달 28일엔 MBC 기자협회와 영상기자회 소속 기자 80여 명이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단체 피케팅을 하며 “MBC뉴스는 마치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 아니면 최순실의 꼭두각시 박근혜의 국정농단이 면죄부를 받기라도 하는 것처럼 보도한다”고 규탄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MBC는 지난달 30일 뉴스데스크에서 ‘태블릿 PC 증거능력 논란’과 관련한 리포트를 3건이나 보도하며 최순실·정호성 측 변호인의 주장을 마치 검찰 수사 결과와 대립하는 대등한 주장인 것처럼 받아썼다.

MBC는 지난달 29일에 이어 30일에도 ‘적법한 절차에 따르지 않고 수집한 증거는 증거로 할 수 없다’는 ‘독수독과’ 이론까지 꺼내며 기소된 정호성 전 비서관 변호인(차기환 변호사·KBS 이사)의 “JTBC가 해당 태블릿PC를 적법하게 입수했는지, PC 내 파일이 오염되지 않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을 전했다.

그러나 이 보도에서 검찰 측 반박은 “수사기관이 불법 수집한 것은 없다”는 이창재 법무부 차관의 짧은 설명뿐이었다.

▲ 지난해 12월30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MBC는 또 최순실씨의 혐의와 관련 없는 태블릿PC의 ‘실체 검증이 필요하다’는 최씨 변호인의 주장과 ‘검찰이 문제의 태블릿PC 자체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은 것은 일반적이지 않다’는 출처도 알 수 없는 법조계 의견을 전달하며 이번엔 검찰이 태블릿PC를 증거로 채택하지 않음에 딴죽을 걸었다. 검찰과 법원의 법리적인 판단마저도 ‘논란’으로 키우고 싶은 모양새다.

앞서 지난달 11일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최순실 등 국정농단 사건’에 대한 수사를 특검에 넘기며 ‘태블릿PC의 실제 사용자는 최순실’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를 설명했다. △최순실의 독일 체류 시 저장된 통신사의 로밍·통신요금 안내 문자 △최순실이 제주도 갔을 때 조카 장시호씨 빌라 인근에서 태블릿PC 접속 기록 △저장된 본인과 지인들 사진 △정호성의 “보냈습니다” 문자 등이다.

그런데도 MBC는 “최씨 본인은 물론 주변에서도 태블릿 PC는 최씨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는 신빙성 없는 주장만 반복하면서 급기야 “일각에선 태블릿PC에서 최씨의 지문 같은 DNA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고도 보도했다. 지문과 DNA 운운은 일부 극우 매체에서나 펴고 있는 주장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민주방송실천위원회도 지난달 29일 민실위보고서를 통해 MBC의 ‘태블릿 PC 무단반출’ 보도에 대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밝혀내는데 그 어떤 기여도 하지 못한 공영방송이, 게이트를 사실상 은폐하는 데 앞장섰던 공영방송이 석고대죄는커녕 대한민국 역사를 뒤바꾼 특종 보도의 의미를 희석시키다 이제는 ‘절도 혐의’까지 뒤집어씌우는 것”이라며 “너무도 부끄럽고 통탄할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민실위는 “15일 청문회에서 MBC가 특종이라며 보도했던 ‘감찰 내용 누설’의 당사자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도 출석해 언론의 주요 관심 대상이었다”며 “이날 이 전 감찰관은 조선일보 기자와의 통화 내역을 MBC가 보도한 것을 두고는 ‘적법한 방법으로 취득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지만, 뉴스데스크는 이 전 감찰관의 발언을 한 줄도 보도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민실위는 “세월호 수사 당시 해경 123 정장에 대한 과실치사 혐의 적용을 막기 위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 검찰의 해경 상황실 서버 수색을 두고 우병우 당시 민정비서관이 광주지검 수사팀에 직접 전화를 걸어 압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됐지만 뉴스데스크는 이 역시 제대로 다루지 않았다”며 “잠적 22일 만에 처음으로 언론에 포착된 우병우 전 수석의 영상 역시 보도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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