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와 YTN은 신년사에서 보도를 강조하지 않았다. ‘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자사의 활약을 강조한 한겨레, 중앙일보·JTBC, 조선일보·TV조선과는 대조적이다. 방송사들은 이구동성으로 경영위기를 강조하며 ‘차별화된 콘텐츠’ ‘디지털 전략’등 대안을 찾는 모습이다.

정부의 입김이 닿는 방송사인 KBS와 YTN의 사장들은 신년사에서도 ‘최순실 게이트’국면의 보도에 대한 반성을 하지 않았다. 반면 민영방송인 SBS는 지난해 12월 사측이 권력감시에 소홀했다는 이유로 노조에게 사과했고 윤석민 SBS 부회장은 신년사에서 “흔들림 없이 공정 방송을 지켜내자”고 강조했다.

KBS는 똑같이 ‘공정방송’을 언급했지만 맥락이 달랐다. 외려 비판적 보도를 단속하려는 분위기다. 고대영 KBS 사장은 “KBS의 모든 뉴스와 프로그램은 개인의 가치관이나 정치적 입장과 상관없이 정확하고 공정해야 한다”면서 “KBS의 모든 뉴스와 프로그램 제작자는 ‘KBS 방송제작 가이드라인’을 준수해야 한다. 제작자들도 책임자들에게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 제작가이드라인을 근거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고대영 KBS 사장. (사진=이치열 기자)

조준희 YTN 사장 역시 “선거가 있는 해 일어나기 쉬운 ‘편 가르기’와 ‘내 생각과 다르면 적’ 이라는 식의 극단적인 이분법은 통합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고 강조했다. 조 사장은 “YTN이 사회통합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사내에서부터 원활한 소통이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 함께 손잡고 같은 곳을 바라보며 나아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편집국 구성원들이 요구한 보도 자율성 강화를 약속하는 대신 모호한 ‘소통’이라는 표현을 썼다.

주요 방송사의 신년사 최대 화두는 ‘경영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콘텐츠 전략의 필요성’이다. 고대영 KBS 사장은 “젊은 세대는 TV를 이용한 본방사수보다는 모바일을 이용한 다시보기나 몰아보기로 콘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따라가지 못 한다면 KBS의 미래도 불투명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고 사장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사용자를 찾아가야 하는 시대”라며 “TV 너머로 플랫폼을 확대해야 한다. 시간이 촉박하다”고 강조했다. 고 사장은 KBS가 3월 선보일 새로운 모바일 플랫폼을 소개하며 “회사는 디지털모바일 플랫폼 개발에 대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조준희 YTN사장 역시 “정파적, 자극적으로 흐르기 쉬운 이른바 ‘패널 방송’을 하는 게 요즘 뉴스의 일반적 보도행태가 되어버렸다. 다른 방송사들이 한다고 그냥 따라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차별화된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어떤 지도자와 정책을 원하는지를 빅데이터 심층 분석을 통해 전달하는 ‘김형준의 대선 빅데이터’ 같은 경우가 콘텐츠 차별화 시도의 한 예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윤석민 SBS 부회장은 “2049(세대)이 열광하는 프로그램을 만들자”면서 “TV를 넘어 세계로 나가자. 우리의 콘텐츠 가치를 높이고 방송의 한계를 뛰어 넘어 글로벌 문화 콘텐츠 기업이 되자”고 강조하며 다양한 시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BS는 이례적으로 정부에 불편한 기색을 드러내기도 했다. 고 사장은 “당초 계획은 다음 달부터 세계최초로 (UHD) 본방송을 실시한다는 것이었지만 여건이 조성되지 않고 있다”면서 “이런 사정을 감안해 지상파 3사는 정부에 본방송 연기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물론, “(정부가 거절을 했지만)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말이 이어지지만 현실적으로 UHD 본방송을 실시할만한 예산과 기술이 없다는 점을 드러내며 정부에 떠밀린 상황을 강조한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