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헌법재판소가 박근혜 대통령 탄핵심판 첫 변론기일을 열어 본격적으로 재판을 시작했지만 피청구인인 박 대통령이 출석하지 않아 10분만에 심리가 종료됐다.
이날 대심판정에서 열린 첫 변론에서 박한철 소장은 “헌법재판소법 52조 2항에 따라 변론을 연기한다”고 말했다. 자신이 피청구인인 상황에서 범죄혐의를 진 피의자로 비쳐지는 것을 피하기 위한 박 대통령의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심리는 오는 5일로 연기됐다.
박 대통령의 불출석은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 2차 변론기일부터는 피청구인이 불참할 경우 대리인들이 변론하도록 한다. 피청구인 측 이중환 변호사는 “(불출석은) 법에 근거한 것”이라며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출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청구인 측은 “검찰 수사기록을 검토한 결과 정호성은 검찰 공소사실에 대해 대체로 자백을 해 수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고, 안종범은 대통령으로부터 지시받은 사실을 소상하게 시인하고 있어 (두번째), 최순실은 대체로 검찰 공소사실을 부인하고 있어 마지막으로 배치했다”고 밝혔다.
청문회와 달리 헌재 심판이 형사소송법에 준하기 때문에 증인들에 대해 규정상 출석을 강제할 수 있고 이유 없이 출석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에 벌금에 처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의 헌재 불출석에 대한 비판여론은 불가피해 보인다. 법적 절차에는 참석하지 않으면서 지난 1일 기자들을 일방적으로 불러 간담회를 진행하며 변명만 늘어놨기 때문이다. 청구인 측은 “피청구인이기 때문에 법정에서 모든 사실을 소상하게 밝히는 것이 예의임에도 언론인들을 상대로 탄핵법정 밖에서 이러쿵 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재판부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기자간담회 자체가 문제라는 주장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통령으로서 기자간담회에 응하는 것은 대통령의 권한행사”라며 “위헌사유가 또 하나 추가됐다”고 지적했다. 헌법 65조 3항에는 탄핵소추 의결을 받은자는 탄핵심판이 있을 때까지 그 권한 행사가 정지된다고 돼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단장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이날 첫 변론절차 시작에 앞서 증거자료로 지난 1일 박 대통령이 청와대 출입기자단과 가졌던 신년 기자간담회 전문, 의상실 동영상 원본 등 5건을 추가로 제출했다. 박 대통령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세월호 7시간 의혹, 국민연금에 대한 삼성 합병찬성 지시 등 탄핵 사유와 관련한 부분을 모두 부인했다.
국회 탄핵소추위원단이 밝힌 12가지 쟁점에 대해 헌재는 국민주권·법치주의 위반, 대통령 권한남용, 언론자유 침해, 생명권 보호의무 위반 등 헌법 위반 4가지와 뇌물수수 등 형사법 위반까지 총 5가지로 정리했다. 증거로는 국회 소추위원단이 제출한 최씨 공소장과 국회회의록, 국조특위 조사록, 언론 기사 등 총 49가지 서증을 박 대통령 측이 전부 증거로 동의해 채택됐다.
이날 정유라씨가 체포된 가운데 청구인 측은 기자들과 브리핑에서 “정유라의 혐의 사실이 아직 정확하게 드러난 상황이 아니고, 정유라가 탄핵법정에 출석하지 않더라도 현재까지 수사결과, 검찰출석 증인들로도 (탄핵) 입증이 가능해 정유라를 채택할 가능성이 없다”고 밝혔다.
일곱차례 변론을 가정할 경우 이달 3~4째주에 헌재 변론이 종결되는데 오는 31일 박한철 헌재소장, 3월13일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할 예정이다. 63일 심리를 가정할 경우 2월10일 헌재가 탄핵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