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의 신년사를 해석하면 ‘방송 사업자 돈벌이 잘 되게 하겠다’로 귀결된다. ‘인터넷 방송 규제’의지를 우회적으로 밝히며 기존 방송사업자들의 광고 몫이 줄어드는 것을 염려했다. 방송의 공적 책무를 강조하면서도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을 외면하고 KBS 수신료 인상의 필요성만 강조했다. 

최 위원장은 2일 방통위 시무식 신년사에서 OTT(Over the top, 인터넷동영상서비스) 활성화를 언급한 다음 “변화하는 방송통신 융합환경에 발맞춰 새로운 제도와 정책을 수립해 나가는 데 힘쓰겠다”면서 “매체별로 서로 다른 광고규제를 합리화하는 등 개선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표현이 추상적이긴 하지만 최 위원장의 과거 발언을 종합하면 사실상 인터넷 방송 광고 및 내용 규제 도입을 공식화한 것으로 풀이된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인터넷 방송의 선정성 문제를 지적받자 “방송의 개념을 (인터넷까지 포함하는 것으로) 재정립하는 것을 연구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 위원장은 지난해 10월 기자간담회에서 “모바일, 인터넷 광고는 규제가 없지만 방송은 규제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면서 형평성 문제를 제기하기도 했다.

▲ 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 사진=포커스뉴스.

이 같은 규제가 도입될 경우 논란이 불거질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방송은 영상 매체이긴 하지만 정부가 허가하고 공적 책무를 부과하는 기존의 방송과 같은 잣대로 보기 힘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인터넷 방송 내용을 제재하자 손지원 오픈넷 자문변호사는 “인터넷 방송은 비유적으로 방송이라는 표현을 쓸 뿐 정부가 허가하는 방송과 무관한 개념”이라며 “1인방송, 팟캐스트 등 사적 표현물을 관리대상으로 보는 것 자체가 굉장히 위험한 사고”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인터넷 방송광고를 기존 방송매체와 형평성 문제로 인식하는 점 역시 논란의 소지가 다분하다. 인터넷 광고시장이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방송광고 시장의 몫을 뺏는 상황에서 동일 규제를 통해 인터넷 광고의 성장을 막겠다는 방송사업자의 이해관계가 반영된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 시간이 흐를수록 방송사는 인터넷에 광고를 뺏기는 데 대한 위기감이 크다.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의 지난해 4분기 광고시장 분석 자료에 따르면 모바일을 제외한 인터넷 광고만 전체 광고시장의 27.3%를 차지해 같은 시기 지상파(16.6%) 신문(12.6%)보다 높았다. 올해 1월 광고경기 예측지수 보고서에 따르면 대형 광고주는 ‘온라인-모바일’을 제외한 모든 매체에서 광고비 집행을 줄일 것으로 전망됐고, 중·소형 광고주는 ‘온라인-모바일’ 위주로 광고비를 집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 위원장은 “방송의 공적책임”을 언급했는데 정작 청와대의 보도개입 문제나 공영방송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언급은 하지 않은 채 “공영방송이 그 역할 및 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수신료 등 재원을 안정화하겠다”고 밝혔다. 김재홍 부위원장과 고삼석 방통위원 등 야당 방통위원들은 꾸준히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해 방통위가 입장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신년사에서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사실상 묵살한 것이다.

3기 방통위는 꾸준히 KBS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수신료를 인상하면 KBS 재원에 보탬이 될 뿐만 아니라 KBS 몫 광고가 줄고 다른 지상파, 종편에 광고가 늘어나 가장 목소리가 큰 사업자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카드다. 그러나 의석 다수를 점한 야3당(개혁보수신당 제외)이 “수신료 논의 이전에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부터 해야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당장 이뤄지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

▲ SBS 로비의 UHD방송 시범부스. 사진=금준경 기자.

HD보다 화질이 4배 이상 선명한 차세대 방송인 지상파 UHD 서비스에 대해 방통위는 ‘철저한 준비’를 약속했다. 최 위원장은 “(내년 2월)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본방송을 실시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2016년말 지상파 UHD 방송국을 허가하였고, 점검팀을 운영해 진행상황을 면밀히 검토하여 UHD 본방송이 차질 없이 개시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해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방통위가 ‘면밀한 검토’라고 표현하면서 신중하게 접근하는 이유는 지상파 UHD는 당장 허가해선 안 된다는 지적이 나왔음에도 방통위가 허가를 강행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상파가 가전사와 안테나 내장, 송신방식 등에서 협력이 이뤄지지 않아 당장 시중에 판매되는 UHD TV(유럽식)를 구매해도 UHD방송(미국식)을 볼 수 없다. 지상파 입장에서는 UHD 전파를 쏠 수 있는 기술이 완벽하지 않은데다 경영난이 이어지면서 HD방송보다 제작비가 많이 드는 UHD콘텐츠를 제작할 여력도 없는 상황이다. 그럼에도 방통위는 2018년 평창올림픽 UHD 중계를 목표로 강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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