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 피의자 가운데 하나인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이 지난 28일 새 변호사로 ‘박원순 저격수’ 차기환 변호사를 선임한 배경에 의문이 커지고 있다.

청와대 문건 유출 혐의와 관련해 ‘최순실 태블릿 PC’의 증거력을 문제 삼으며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된다. 실제 차 변호사는 29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재판장 김세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실제 최씨의 소유인지 감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차기환 변호사. ⓒ 연합뉴스
▲ 차기환 변호사. ⓒ 연합뉴스

앞서 새누리당 의원들이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 태블릿PC 주인을 놓고 위증을 공모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데 비춰봐도 태블릿 PC는 현재 스모킹건(smoking gun·어떤 범죄나 사건을 해결할 때 나오는 결정적 증거) 역할을 하고 있다.

KBS 여당 추천 이사인 차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지속적으로 JTBC의 태블릿 PC 보도를 비난하고 입수 경위에 의혹을 제기한 인사다.

차 변호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JTBC는 세월호 잠수함 충돌설과 같은 헛소리를 방송하기 전에 자사가 엉터리로 해명한 태블릿 입수 경위와 왜 그런 거짓말을 했는지부터 해명해야 한다”며 “정파세력의 앞잡이가 아니라 언론이라면 허위보도를 했으니 해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지난 13일에는 “JTBC의 (최순실) 태블릿PC에 대한 의혹이 가라앉기는커녕 점차 증폭되고 있고 허위사실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주장한 뒤 “이건 방송사가 아니라 정치투쟁의 선동·선전기관이라고 비판받아 마땅하다”고 비난했다.

공영방송 이사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피의자를 변호하는 것에 대한 논란도 예상된다. 차 변호사는 KBS 이사회에서 대표적인 ‘극우 인사’로 평가받는다.

2014년 12월 새누리당 몫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조사위원에 선출된 그는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일부 유족들의 요구가 너무 지나치다. 사망자 전원 의사자 인정(의사자 개념에 맞지 않는다), 피해자 형제자매까지 특례입학 인정, 유가족 평생 생활 지원을 요구하는데 진상규명에 동의하는 여론을 저 무리한 요구에 동의하는 걸로 확장 해석하는지 점검이 필요하다”며 왜곡된 사실을 전해 논란을 일으켰다.

그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저격수를 자처한다. 2014년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서울시는 친환경제품이라는 이유로 시중가보다 30~50% 비싼 가격으로 수의계약을 하고 풀무원으로 납품을 받았다”는 내용이 담긴 극우사이트 일베 글을 퍼나르며 당시 박원순 서울시장 후보자를 공격했다. 현재는 박 시장의 아들 주신씨의 병역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경찰의 물대포 직사살수로 지난 9월 사망한 고(故) 백남기 농민에 대한 터무니없는 의혹 제기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그는 지난 10월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빨간 우의가 백남기씨를 타격하기 앞서 이미 2명이 백남기씨 머리를 땅에 강하게 찍은 것으로 보인다”며 “다리가 급격히 출렁이는 시점 백남기씨 머리 부분에 주목하라. 살해 또는 상해치사 혐의를 두고 수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 현장에서 빨간 우의를 입은 집회 참여자가 백남기 농민에게 폭행을 가했다는 의혹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황당 주장’이었다. 그는 “백남기씨 사망원인이 물대포인가? 빨간우의의 타격과 주변 2인의 머리 찧기인가? 부검을 통해서 정확한 사인을 밝혀 보자”고 주장했다.

차 변호사는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1985년 사법고시(27회)에 합격했다. 1988년부터 법관생활을 시작했다. 서울지법 의정부지원과 수원지법 판사 출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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