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주범으로 지목되는 최순실씨가 검찰의 '강압 수사'를 문제삼은 것과 관련, 검찰이 "근거없는 무책임한 주장을 했다"면서 강력하게 반박하고 나섰다.

검찰은 29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 제22형사부(재판장 김재윤)에서 열린 김종, 장시호, 최순실 등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서 이같이 밝혔다.

검찰은 "이 사건 수사와 관련해 (피고인 최씨의) 방어권과 변론권 등 철저히 준수됐다"면서 "이 사건 수사는 강압·불법수사 운운할 여지가 전혀 없다. 그렇게 말한다면 검찰 수사에 대해 심대하고 중대한 말씀을 하시는 것임을 밝히고자 한다"고 주장했다.

▲ 직권남용 혐의로 구속 기소된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12월26일 오후 '최순실 등 일반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강남구 대치동 특검 사무실로 소환조사를 받기 위해 특검 사무실을 향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와 관련된 근거로 검찰은 "1차 기소 후인 지난 11월21일부터 지난 6일까지 권영광 변호사(최씨 법률대리인) 입회하에 총 4번의 공모혐의 수사를 진행했다"면서 "피고인 최순실은 검찰의 13차례 출석 요구에 불응했다. 그 사이 이경재, 권영광 등 변호인 5인은 24번에 걸쳐 접견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단은 최씨의 출석 불응 요구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했으며 접견 횟수를 기준으로 강압수사 여부를 판단할 수 없다는 취지로 반박했다.

검찰 발언 직후 이경재 변호사(법무법인 동북아)는 "검찰은 한 번도 피고인이 출석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존중한 적이 없다. 계속해서 출석하라고 했고 (최씨가) 마지못해 나간 것이 사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전국 경찰서에 변호인 접견실이 있는데 유감스럽게도 서울중앙지검에는 접견실이 없다. 횟수로 말하는 변호인 접견권이 무슨 의미가 있느냐"면서 "접견실 하나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은데 검사가 큰 시혜를 베풀듯이 하는 접견은 앞으로 시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의 발언 직후 권 변호사도 발언권을 요청해 "면담형식으로 자유롭게 이뤄지는 조사에서 검찰이 최씨에게 '굳이 변호인 입회가 필요하냐'는 취지로 말해 10회 정도 변호인 입회 없이 조사가 이뤄졌다"면서 "과연 헌법상 변호인 조력권이 보장됐는지 의문이다. 면담에서도 변호인 조력이 필요하고 그게 잘 됐으면 좋겠다"고 반박했다.

▲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조카 장시호 씨가 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특위 2차 청문회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검찰이 공판준비기일에 이 같은 항변에 나선 것은 지난 19일, 최씨 측 변호인이 검찰의 반인권적 수사를 지적한 데 따른 것이다.

최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수석, 정호성 전 청와대 비서관 등이 기소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사건 첫 공판준비기일에 이경재 변호사는 "검찰은 피고인 기소 후 조사를 할 수 없음에도 계속 소환조사했다. 심지어 영장도 없이 검찰 수사관이 구치소로 직접 데리러 온 적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최씨 측의 주장이 얼마나 설득력이 있는지는 명확히 따져 봐야 할 문제다.

검찰은 이 변호사의 문제제기에 "11월경부터 12월경까지 69회에 걸쳐 변호인 접견권을 인정했다. (최씨는) 하루 평균 2~4회 접견했다"면서 "구속 기소 후 이 사건 관련한 소환조사는 딱 한 번 있었고 변호인이 입회했다. 이후 진행된 조사는 (김종, 장시호 등과 함께 추가로) 별도 기소된 건에 대한 것"이라 반박했다.

변호인 측은 강제소환 권한이 없는 검찰 수사관이 최씨를 불법 구인해갔다고 비판했으나 검찰은 이에 대해 "지난 1일, 최씨가 진료를 받는다고 정해진 시간에 출정버스를 타지 못해 검찰 관용차량으로 최씨를 출석시킨 것"이라고 반박했다.

최씨는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등에 관한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지난달 11일 1차 구속기소됐다.

이어 최씨는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2차관 및 최씨의 조카 장시호씨와 공모해 삼성, 그랜드코리아레저(GKL) 등의 기업에 장씨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금을 강요한 혐의가 추가돼 지난 11일 2차 기소됐다.

최씨 측은 두 사건 공판 과정에서 모두 검찰의 '강압수사'를 문제제기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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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씨 변호인단이 '강압수사'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이유는 최씨의 혐의를 둘러싼 싸움을 수사 과정상의 문제로 프레임을 전환시켜 검찰의 힘을 빼놓겠다는 계산으로 보인다.

반면 29일 첫 번째 공판준비기일에 김 전 차관 측은 "속죄하는 기회로 재판에 임할 것"이라며 재판 및 현재 진행되는 박영수 특검 수사에 진실한 태도로 임할 것을 강조했다.

김 전 차관의 법률대리인 조성환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태 관련자 대부분은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을 모른다고 모르쇠 하고 있지만 김씨는 장시호, 최순실과의 친분을 모두 인정하고 수사에 협조하고 있다"면서 "범죄 사실관계도 인정하고 있고 정말 관여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 부인한다. …(중략)… 김씨는 혐의 입증을 위해 노력함과 아울러 작금의 국정농단 사태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데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전 차관은 혐의 사실 대부분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부분은 법리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 변호사는 GKL에 대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강요 혐의에 대해 "GKL의 사회공헌재단은 공익을 위한 재단으로 장애 체육 지원, 영재 육성 등을 위한 후원을 요구하는 것이 직권남용으로 볼 수 있느냐"면서 "피고인은 (지시를) 거부할 수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김 전 차관이 '종합형 스포츠클럽 전면개편방향' 등 문체부 문건 2건을 최씨에게 준 업무상 비밀 누설죄와 관련, 조 변호사는 "스포츠클럽 전면 개편을 논의한 적 없고, '광역거점 K스포츠클럽 운영' 관련 문건은 비공개 문건이 아니"라고 말했다.

김 전 차관은 제일기획에 후원금 압력을 행사한 혐의는 전면 부인하고 있다. 삼성그룹 계열사 제일기획에 압력을 행사해 총 16억2800만원을 장시호가 운영하는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세터에 후원케 한 혐의에 대해 조 변호사는 "김씨가 최씨에게 '삼성으로부터 후원받을 수 있을지 접촉해보겠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과 기업 총수 간 독대, 안종범 전 수석 업무일지 등을 볼 때 이미 7월 말에 '후원지시'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공소장에는 김 전 차관이 8월20일 경 김재열 제일기획 사장을 만났다고 기재돼있다.

장시호씨는 삼성 및 GKL에 대한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압력 행사와 관련한 직권남용 혐의를 인정하고 있다.

장씨는 2015년 9월부터 지난 7월까지 영재센터가 국가보조금 7억1683만원을 부당 편취했다는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하고 있다.

최씨는 김 전 차관 및 장씨와의 공모 여부를 모두 부인하며 모든 범죄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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