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규명을 위해 꾸려진 박영수 특검팀이 '비선 진료' 의료법 농단에 대한 본격 수사에 돌입했다. 특검이 삼성물산 합병건,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주요 혐의의 주범으로 청와대를 겨냥해가고 있는 가운데, 비선 진료 수사가 '세월호 7시간' 규명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검팀은 28일 오전 의료법 위반 혐의로 김영재 성형외과 의사 자택 및 사무실, 김상만 전 대통령 자문의 자택 및 사무실, 대통령 주치의를 역임한 서창석 서울대병원장 집무실 등 10여 곳에 대한 압수 수색을 단행했다.

▲ '최순실 게이트'를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김영재 성형외과 원장 사무실과 자택 등을 전격 압수수색한 28일 오후 김영재 원장이 서울 강남구 자신의 의원 아래 층에 있는 YJ콥스 메디컬(김영재의원 아내의 회사)로 들어가고 있다.ⓒ포커스뉴스

특검이 '비선 진료'를 겨냥한 배경엔 이들의 의료법 위반 수사 뿐만이 아니라 세월호 7시간 규명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밝혀지지 않은 7시간 일정 동안 미용시술을 받았거나 프로포폴 주사를 맞고 취침을 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특검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에 근무한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에게 출국금지 조치를 취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조 대위도 세월호 참사 당일 '세월호 7시간 행적'을 풀 주요 인물로 꼽힌다.

이규철 특검팀 대변인은 28일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조여옥 대위에 대한 추가 소환조사에 대해 "아직 구체적으로 명확히 결정은 안 된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이 대변인은 서창석 원장 압수수색에 직권남용 혐의가 포함돼있냐는 질문에 "직권남용보다는 직무유기에 가까워보인다"고 답했고 "김영재 원장 프로포폴 등 처방 의혹도 조사 대상"이라고 지적했다.

▲ 전 청와대 간호장교 조여옥 대위가 12월22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5차 청문회에 참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영재 의사, 김상만 의사, 서창석 병원장 등 '비선 진료' 의혹 주범들이 동시 압수수색된 점에 비춰, 특검은 세월호 7시간 수사를 포함한 '비선 진료' 전반적 진상규명에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

김영재 의사, 김상만 의사는 '세월호 7시간' 의혹을 풀 열쇠를 쥐고 있는 인물이다.

김상만 의사는 미용시술 의혹 관련한 증언을 해 줄 수 있는 인물로 꼽힌다. 김상만 의사가 근무한 녹십자 아이메드는 최근 2년여 동안 태반주사 150개, 감초주사 100개, 마늘주사 50개 등 2,000만 원이 넘는 미용 목적 주사제를 청와대에 공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의사는 대통령 주치의가 아님에도 '보안손님'으로 분류돼 출입 통제를 받지 않고 청와대를 수시로 오고 갔고 직접 대통령에게 태반주사를 놓기도 했다.

김영재 의사도 '보안손님'으로 청와대를 출입통제없이 오고간 것으로 확인됐다. 최순실씨의 단골 의원의 진료의인 김씨는 2014년 2월 부인 박채윤씨와 청와대 관저에 처음 들어간 뒤로 5차례 이상 관저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났다고 밝혔다.

김씨의 2014년 4월16일 행적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김씨는 참사 당일 청와대에 출입하지 않았고 오전부터 골프장에 갔다고 밝혔으나, 당일 프로포폴 15㎖를 처방한 기록이 공개된 바 있다. 김씨는 장모에게 주사한 것이라 추가 해명했으나 김씨가 이후 증거러 보인 처방전이 기존 김씨의 처방전 필적과달라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김씨는 30분 내에 장모 진료를 끝내고 오전 9시40분쯤 골프장으로 출발했다고 설명하고 있으나 진료차트에 적힌 치료는 30분 내로 끝내기 힘들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허리.무릎 치료, 얼굴과 목 피부재생 시술, 보톡스.필러 주입 등에만 최소 1시간은 소요된다는 반론이 언론을 통해 제기됐다.

이밖에 박 대통령과 최순실 간 가교 역할을 해 온 윤전추·이영선 청와대 행정관 및 청와대 관저와 대통령 경비를 책임지는 청와대 경호실도 7시간 의혹을 밝혀 줄 주요 대상으로 꼽힌다. 이 대변인은 지난 16일 브리핑에서 이들에 대한 수사 계획에 대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이 세월호 7시간 규명을 위해서라면 향후 이들에 대한 강제 소환 조사와 청와대 압수수색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 12월28일 박영수 특검팀이 서창석 서울대병원 집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포커스뉴스

의료법 농단은 특검 수사의 단초일 뿐

김영재 의사는 최순실씨 및 박근혜 대통령에게 향정신성의약품(마약류)의 불법 공급 의혹, 서울대 외래교수 위촉 및 산업부 연구 수주 등 부당 특혜 의혹 등을 사고 있다. 김씨 아내가 운영하는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이 산업통산자원부로부터 연구개발비 15억원을 받은 경위도 규명이 필요한 부분이다.

최순실씨 모녀 및 최씨의 언니 최순득씨 등은 김영재 의사가 운영하는 김영재 의원의 단골 고객으로 알려져있다.

서창석 병원장은 김씨에 대한 특혜 지원에 개입했다는 의혹를 사고 있다. 서 병원장이 전문의가 아닌 일반의에 불과한 김씨를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외래교수로 위촉되게끔 힘을 썼다는 의혹이다. 서 병원장은 와이제이콥스메디컬의 수술 봉합실 개발 연구에 연구참여기관이었던 분당서울대병원 과제책임자로서, 해당 연구 지원에 적극 관여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서 병원장은 2014년 9월부터 2016년 2월까지 대통령 주치의를 역임했고 지난 5월 서울대병원장으로 취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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