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영한 비망록 원본, 김기춘 잡을 수 있다
고 김영한 비망록 원본, 김기춘 잡을 수 있다
유진룡 전 장관 "수석회의는 김기춘 일방적 지시 자리"… 원본 비망록, '모르쇠' 김기춘 잡을까

고 김영한 전 민정수석의 업무일지(비망록)가 '법꾸라지' 김기춘을 잡을 수 있을까.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문체부 인사 농단, '문화계 블랙리스트' 작성 등 자신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를 전면 부인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가 증거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규철 특검 대변인은 27일 오후 정례 브리핑에서 "(업무일지가) 적법한 증거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유족의 동의를 구하는 등 보완조치를 거쳐 원본을 받는 절차를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특검은 현재 김 전 수석 업무일지 사본을 가지고 있다.

▲ 12월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박근혜 정부의 최순실 등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 의혹 사건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사무실에서 이규철 대변인(특검보)이 브리핑을 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이 대변인은 "업무일지가 상당히 신빙성있는 자료로 여겨질 경우 (특검은) 적법절차에 의해 원본을 입수해서 추후 재판에 증거로 쓰기 위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라 지적했다.

이 대변인의 지적은 형사소송법 제308조의2(위법수집증거의배제)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김 전 수석의 업무일지는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규명하는데 긴요한 증거다. 김 전 수석이 2014년 6월12일부터 2015년 1월23일까지 대통령비서실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재직하는 동안 청와대 비서실 회의 내용 등 김기춘 당시 비서실장의 지시가 기록된 일지이기 때문이다.

특검이 원본을 증거로 제출하고 적절한 보완 조사가 진행된다면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한 직권남용권리행사 방해 혐의 적용은 보다 수월해질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가 김 전 실장의 지시를 일방적으로 받아쓰는 자리였다는 증언이 나오기 시작한 상황이다. 그동안 김기춘 전 비서실장이 주장해 온 "작성자 주관이 혼재돼 있다"는 논리를 반박하는 증언이다.

유진룡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26일 오전 CBS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 출연해 "내가 여러 수석들한테 들은 얘기는 김기춘 실장이 (비서실장으로) 오고 나서 금지시켰던 게 수석회의에서 수석들이 얘기하는 것"이었다고 밝혔다.

유 전 장관은 "그냥 받아 적으라는 얘기다. 특히 대통령이 주재하는 회의에서는 수석들은 말 한마디 했다가는 김기춘 실장한테 끌려가서 치도곤을 당했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본인 스스로가 수석들의 입을 막아서 절대로 얘기를 못 하게 하고 이 시스템 자체를 마비시켜 놓고서 그 수석회의를 소통의 장이라고 변명을 한다"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 지난 12월26일 SBS '8뉴스' 캡쳐
김 전 실장은 지난 7일 국회 '최순실 국정농단' 진상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에서 "청와대 수석회의는 비서실장이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회의가 아니다"라면서 "각자 소관에 대해서 보고하고, 대책을 얘기하고 의견을 나누는 소통의 장이어서 거기 적힌 게 전부 실장이 하나하나 지시했다고 볼 수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특검이 당시 수석비서관회의 논의 및 의결 구조를 추가 조사한다면 김 전 실장 논리의 신빙성을 반박할 여지가 생길 수 있다.

김 전 비서실장의 전면부인 태도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됨에 따라 특검에게 업무일지의 증거능력은 보다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

특검은 본격 수사 돌입과 동시에 김 전 비서실장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취했다. 김 전 비서실장을 주요한 특검 수사 대상으로 지목한 대목이다.

특검은 지난 26일 김 전 비서실장 자택을 전격 압수수색하며 수사 의지를 다시 드러냈다. 법조계에서는 전직 검찰총장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김 전 실장은 정부에 비판적인 견해를 낸 적이 있는 문화·예술계 인사 목록인 '문화계 블랙리스트'를 작성, 이들을 지원사업에서 배제하는 등 불이익을 준 주범이라는 혐의를 가지고 있다. 특검은 수사를 위해 조윤선 문체부 장관의 자택과 집무실을 비롯해 문화체육관광부 예술정책과, 한국문화예술위원회 등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문체부 인사 농단도 주요 혐의다. 김 전 실장은 2014년 10월 당시 김희범 문체부 1차관에게 1급 공무원 6명의 사표를 받으라고 지시한 정황이 확인된 데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피의자로 입건된 바 있다.

김 전 실장은 김영한 전 민정수석 업무일지를 통해 △언론계·사법부에 대한 외압 행사 △특정 변호사 단체에 대한 감시 및 표적 징계 시도 △통합진보당 위헌정당해산 사태 개입 등의 직권남용 정황도 확인됐다. 각 사안의 피해자 및 유관단체들은 김 전 실장을 검찰 및 특검에 고소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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