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윤이 있는 곳에 정유라가 있다. 독일 서북부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최순실(60·구속기소)의 딸 정유라(20)를 찾기 위해 독일 현지 취재를 시작한지 11일째, ‘길바닥 저널리스트’로 알려진 박훈규 독립 PD는 26일 현재 독일 서북쪽 헤센주에 있는 도시 바트소덴에 머물고 있다. 정씨가 독일 서북 지역을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란 강한 추측 때문이다.

정씨의 소재지는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 독일 검찰이 정씨 체포에 나선다면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문제지만 독일 검찰은 아직 기미가 없다. 박영수 특검이 정씨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여권 무효화 조치에 착수하는 등 자진 입국 압박을 넣고 있는 가운데, 한국 기자들도 정씨 찾기에 가세하고 있다. 기자들은 교민들의 꼬리에 꼬리를 문 제보를 따라 정씨와 숨바꼭질을 하고 있다. 아래는 미디어오늘이 26일 박 PD와 한 전화 인터뷰를 일문일답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 6차 촛불집회가 열린 12월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효자치안센터 인근에서 정유라씨를 풍자하는 말 가면을 쓴 시민이 청와대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포커스뉴스

-현재 정유라의 소재지 파악이 되나?

“정확하게 알진 못한다. 교민 중 한 명이 이곳에서 정유라와 데이비드 윤(한국이름 윤영식)을 목격했다고 해서 5일 전 이 곳으로 왔다. 마지막으로 제보를 받은 지역이다. 줄곧 탐문해왔는데, 정유라는 현재는 이쪽에 없는 것 같다.”

-독일 북서쪽인 헤센주 인근에 계속 머무는 이유가 있나?

“그동안의 정유라의 행적, 취재내용, 언론보도 등을 종합한 결과 이 근방에서 더이상 북쪽으로 나아가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지난 6일 YTN이 정씨가 카를스루에에 있다고 보도했고 경향신문이 정씨가 15일 프랑크푸르트 중심가에서 쇼핑한 것이 교민에게 목격됐다고 보도했다. 슈미텐, 오버오우젤 등 정씨가 발견된 지역도 모두 프랑크푸르트 인근 지역이다.

내 추측 상 정씨는 이 근방 지역을 계속 이동하면서 은신하고 있다. 정씨 조력자 데이비드 윤도 이 지역 출신이다. 정씨는 은신에 데이비드 윤 외의 다양한 조력자를 둔 것으로 보인다. 데이비드 윤이 다른 조력자들의 도움을 얻기 위해서 이 지역을 크게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조력자들은 누구인가?

“경향신문 보도사진을 보면 정씨와 데이비드 윤은 차를 타고 있다. 교민들에 따르면 데이비드 윤은 자가용이 없다. 윤씨의 동생 윤영철씨가 운전을 도와줬다고 알려졌다. 일일이 특정할 수 없지만 이런 간접 조력자들이 상당히 많은 것으로 보인다. 박아무개씨, 정아무개씨 등이 취재 결과 특정됐다.

정씨 주변엔 상시적으로 2~3명이 있을 것으로 추측된다. 데이비드 윤, 운전기사, 보디가드 등이다. 취재 결과 정씨는 아이와 분리돼서 은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 정유라가 목격된 것으로 알려진 독일 헤센주 바트슈덴. ⓒ박훈규 독립 저널리스트

-아이는 어디에 있는가?

“(목격 당시) 정씨가 아이와 함께 있지 않았다는 교민들의 말이 있었다. 아이와 함께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도 상당히 힘들 것이다. 한 조선족 출신이 아이 보모를 맡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오늘이나 내일 중으로 직접 찾아가서 확인할 예정이다. 확실하지 않아서 더는 밝힐 순 없다.”

-강제소환 관련해 도움을 주는 조력자도 있을까?

“한국에 있는 기자들이 정유라에게 법률자문을 해주는 조력자를 밝혀냈으면 좋겠다. 데이비드 윤이 똑똑하다고 알려졌긴 하지만 법률적으로 완벽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 특검과 독일 검찰 수사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체포영장 대응, 강제송환 거부 등을 자문해주는 사람, 분명히 있을 것이라 본다. 최순실에게 비덱 설립을 자문해 준 박승관 변호사인줄 알았는데 그는 아닌 것 같다.“

-독일에서 어떻게 취재하고 있는가?

“방법이 없다. 원시적으로 한 사람, 한 사람 찾아나서는 수밖에 없다. 워낙 행적이 불분명하고 모습도 잘 보이지 않아 많은 교민이 목격한 것도 아니다. 언어도 안 통하는 생소한 동네에서 숨바꼭질하듯이 취재를 하고 있다. 누가 더 많은 교민을 만나는지, 어떤 정보를 습득하는지 따라 정씨 소재에 더 가까이 갈 것이다. 데이비드 윤이 있는 곳에 정유라가 있다. 데이비드 윤을 아는 사람들 중심으로 만나고 있다.“

▲ 독일 검찰에 입건된 정유라씨. 사진=정유라씨 인스타그램 캡쳐

-교민들은 적극적으로 도와주는가?

“냉랭한 분위기도 아니지만 나서서 도와주는 분위기도 아니다. 알다시피 데이비드 윤 부친인 윤남수씨는 전 재독한인총연합회 회장이고 독일에서 세계일보 유럽지국장을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 교민사회가 매우 좁아서 적극적으로 나서는 게 눈치가 보일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데이비드 윤에 대해 물어도 불편해하는 기색이 있고 말을 아끼는 것도 느껴진다. ‘이해해달라’고 직접 듣기도 했다. 설득을 하며 취재를 하고 있다. 누군가 아는 것을 얘기하면 정씨를 찾을 수 있을 지도 모른다.“

-교민들은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대해 어떻게 보고 있는가?

“빨리 이 사태 해결되길 바란다. 굉장히 관심이 많은 편이다. 드라마도 뒤로 미루고 청문회 유튜브 놓치지 않고 챙겨보기도 한다.

지친 기색도 있다. 한국에서 취재진들이 계속 찾아와 여기저기 사람들 만나고 다니니 같은 얘기를 반복하고 계속 질문받고… 사태가 빨리 해결되길 바라는 마음들이 보인다.“

-25일 JTBC가 독일 수사경찰이 탐문수사에 돌입했다고 보도했는데?

“정확히 어떤 측이 수사담당인진 모르지만 수사가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터뷰 중에 한 교민이 은연중에 ‘누군가에게 조사받았다’고 말한 적이 있다.”

▲ 최순실씨와 정유라씨가 거주했던 것으로 알려진 슈미텐 비덱타우너스호텔. ⓒ박훈규 독립 저널리스트

-독립 저널리스트는 취재비용이나 인프라 등 취재지원을 제대로 받을 수 없는데 어떻게 독일 현지 취재에 나서게 됐나?

“11월부터 독일에 거주하는 지인으로부터 다양한 제보를 접했다. 신빙성이 있든 없든, 그걸 확인해봐야겠다고 마음먹었다. 독립 기자에겐 충분한 취재비용이나 인프라가 없으니 방송사들에게 공동 취재 의사를 타진했다. 그러나 실패했다. 제도권 언론사들은 인력, 자본 등을 충분히 가지고 있어도 물증이 없으면 나서려 하지 않았다. 이번 기회를 통해 독립저널리스트도 충분히 준비만 잘 하면 해외 취재, 탐사 취재가 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기도 했다.

지인들에게 십시일반 후원을 받았다. 함께 독일로 가려고 했던 모 방송사에 있는 동료 PD가 ‘원 없이 해보라’면서 비행기 표를 끊어줬다. 얼마 전 퇴사한 후배 PD는 100% 자가 비용으로 함께 취재하고 있다. 예상보다 취재가 길어질 것으로 보여, 페이스북을 통해 후원요청도 하고 있다.“

-정유라가 독일에서 체포될 수 있을 것이라 보나?

“독일 검경이 나서면 쉬울 것이다. 크리스마스 연휴라 독일 경찰이 26일까지 쉰다. 26일 후 가시적인 움직임이 있을 것이라 본다. 독일 경찰이 사람 잘 찾기로 소문났다고 하는데, 이미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지 않겠나.

지금쯤 정유라도 하고 싶은 얘기가 굉장히 많을 것이다. 어떤 식으로든 찾아내서 얘기를 듣고 싶었다. 와서 보니 행적 찾기부터 난망하다. 지금은 정유라 찾는 게 목적이다. 찾을 때까지 독일 현지 취재를 계속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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