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MBC의 연이은 최순실 태블릿PC 입수 경위와 실 소유자 의혹 보도에 대해 MBC 기자들 사이에서 “어쩌다 MBC 뉴스가 이 지경까지 됐느냐”는 비판과 탄식이 나오고 있다. 

MBC 보도국 이기주 기자는 22일 사내 게시판에 최근 뉴스데스크의 태블릿PC 의혹 보도에 대해 “MBC 뉴스는 왜 이렇게 태블릿PC에 매달리는 것인가. 태블릿 PC 주인 여부와 입수 경로에 대한 국민적 관심과 논란은 대체 어디서 어떤 국민에게 일어나고 있는 것이냐”며 “누가 태블릿PC를 개통했고, 누가 요금을 냈고, 누구의 명의인지가 실제 사용자가 누구인지보다 더 중요한 것이냐”고 지적했다.

앞서 MBC는 17일 뉴스데스크에서 “태블릿PC의 주인은 누구? 증거 능력 공방”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최순실씨는 일관되게 ‘태블릿PC가 자신의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 전 행정관은 개통뿐 아니라 태블릿PC의 통신료도 계속 지급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검찰은 태블릿PC 의혹에 대한 수사에는 소극적”이라고 보도했다.

17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이후 MBC는 지속해서 “태블릿PC를 놓고 국민적 관심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17일)”, “태블릿PC를 둘러싼 논란이 갈수록 커지면서 검찰이 본격적인 수사에 착수했다(20일)”, “검찰은 태블릿PC 입수를 ‘무단 반출’로 보고 절도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22일)”면서 ‘출처가 의심된다’며 태블릿 PC의 증거 감정을 요청한 최순실 측의 입장을 대변하는 듯한 보도를 내보냈다.

이기주 기자는 “JTBC기자가 훔쳤든 무단 침입을 했든 태블릿PC 안에 담겨진 진실과 내용이 부정되지는 않는다”며 “설사 위법한(?) 입수 경위가 있었더라도 온 세상에 드러난 태블릿PC의 존재와 지금까지 드러난 팩트는 지워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이어 “태블릿PC의 입수 경위와 취재윤리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다면MBC가 사내 특종상을 준 ‘이석수 특별감찰관과 조선일보 기자의 대화내용 입수 경위’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로 끊임없이 관심을 갖고 추적했어야 한다”며 “언젠가부터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4%를 넘으면 안도하기 시작했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된 것이냐. 책임자들의 즉각적인 용퇴를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22일 MBC 뉴스데스크 리포트 갈무리.
JTBC는 지난 8일 ‘뉴스룸’에서 태블릿PC가 최순실의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일부 의혹 제기에 대해 “검찰이 IP 주소를 확인 결과 최순실씨가 이동할 때마다 태블릿 PC도 같은 동선을 따라 움직인 사실이 확인됐다”며 태블릿 PC 입수 경위를 둘러싼 논란이 국정농단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21일 MBC 보도국 조현용 기자도 ‘우리는 최순실 편입니까’라는 글을 통해 “만약 최순실의 태블릿이 아니라고 하면 무엇이 달라질 수 있는가. 이미 박근혜 대통령도 최순실의 도움을 받았다고 인정했다”며 “jtbc의 보도가 나오지 않았다면 국정 농단이 드러나지 않았겠나. 훔쳤는지 아닌지를 거론하는 것 역시 손바닥으로 하늘 가리기 아니냐”고 뉴스데스크 보도를 비판했다. 

조 기자는 “대통령이 시인한 기밀 유출, 인사개입 의혹, 재벌을 겁박해 돈을 모은 혐의, 삼성과 최순실의 정유라 지원 밀약, 청와대 비밀 출입, 미용시술 등으로 인한 국정 공백까지 태블릿으로 이러한 문제를 설명할 수 있느냐”며 “우리 뉴스는 최순실 편인가. 최순실에게 곁을 주고 동업했던 대통령 편이냐”고 보도 책임자들을 향해 따져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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