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겐 오로지 국민이 가족이며 국민 행복만이 정치를 하는 유일한 이유라던 박근혜 대통령. 하지만 지금 그 말을 국민들은 믿지 않습니다.”

MBC ‘PD수첩’을 진행하던 박상일 책임PD가 13일 이 같은 클로징 멘트를 끝으로 프로그램에서 하차했다. 이날 “탄핵 그리고 촛불이 밝힌 내일”이라는 주제로 방송된 PD수첩은 12년 전 당시 한나라당 대표 최고위원으로 노무현 전 대통령 국회 탄핵을 주도하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장면으로 시작했다.

이날 방송은 그다지 새롭게 밝힌 내용은 없었지만 그동안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기까지 MBC에서 기대하기 어려웠던 박 대통령과 세월호 7시간 등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 내용이 비중 있게 다뤄졌다.

박상일 PD는 방송 말미에 “헌법재판소가 신속하게 탄핵 심판 준비에 들어갔고 특검 수사도 본격화됐다. 검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겠다던 대통령은 그 약속을 어긴 것은 물론, 대통령 변호인은 검찰이 내놓은 중간 수사결과를 사상누각에 불과한 것이라며 비난했다”며 “특검 수사에 성실히 임하겠다고 한 만큼 그 약속이 지켜지길 바라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제가 오늘 방송을 마지막으로 PD수첩을 떠나게 됐다”고 말했다.

▲ 박상일 MBC ‘PD수첩’ 책임PD
박 PD는 14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PD수첩 하차 이유에 대해 “건강상의 이유”라고 설명했다. 그는 “2년2개월 동안 PD수첩을 했는데 건강이 안 좋아져 작년 이맘때도 그만했으면 좋겠다는 의사를 밝힌 후 다른 대안이 없어 1년을 더 하게 됐다”며 “요즘 안구건조증이 심해지고 심적인 부담감도 있어 건강 때문에 휴식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박 PD는 PD수첩 하차 후 시사제작4부장으로 발령 나 이후엔 시사교양 정보 프로그램인 ‘생방송 오늘 아침(저녁)’ 프로그램을 맡게 됐다. 역으로 ‘생방송 오늘 아침(저녁)’을 제작하던 장형원 PD가 PD수첩을 이끌게 됐다. 당분간 PD수첩은 앵커 없이 VCR 방송만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박 PD는 13일 방송을 포함해 최근 4주에 걸쳐 PD수첩에서 MBC에선 성역처럼 여겨졌던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주제(위기의 대한민국 그리고 대통령/누가 정유라를 ‘승마공주’로 만들었나/그들은 왜 대포폰을 사용했나?)를 기획해 방송을 내보냈다. 

박 PD는 “최근에라도 최순실 게이트를 다룬 방송을 몇 개 하고 나가서 기분이 홀가분하다”며 “아직 부족하지만 PD수첩은 다음 주에도 김기춘과 우병우 관련 기획이 준비돼 있고, 연말연초까지 최순실 게이트 관련 시리즈와 특집 방송을 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사실은 매번 MBC 앞에서 세월호 관련 1인시위를 하는 분을 볼 때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세월호 얘기도 하고 싶었는데 이번 방송에서 조금이라도 하게 돼서 그나마 다행”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PD수첩 시청률은 수도권 기준으로 닐슨코리아 집계 5.9%로 앞 시간에 방송된 드라마 ‘불야성’보다도 높게 나왔다. TNMS 집계 수도권 시청률은 5.5%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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