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병원은 청소노동자 노조 탄압 정황이 드러난 문서가 확인됐음에도 지금까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노조는 “사과하고 재발방지 약속하라”고 요구하지만 병원 측은 “병원은 개입하지 않는다”는 동문서답만 되풀이하는 형국이다.

지난 9월 전국공공운수노조 서경지부(이하 서경지부)가 확보한 ‘태가BM 업무일지’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은 청소용역업체 태가BM에 사내 복수노조 간 소란한 상황이 발생할 시 ‘노노갈등’을 유도하라 지시했으며 수차례 노조 대응 계획을 보고할 것을 지시했다.

▲ 9월7일 업무일지 중 세브란스병원 및 태가비엠의 부당노동행위가 확인된 부분.

업무일지는 태가BM 소속 현장관리소장이 작성해 세브란스병원에 보고하는 일지다. 청소노동자 정원 현황, 오전·오후·야간조 업무 내용, 휴무자 명단 등이 기재돼있다. 청소용역업체를 관리하는 병원 사무팀의 파트장과 팀장이 결재한다. 문제가 된 부분은 '특이사항'란이다. 최아무개 사무팀 파트장은 특이사항란에 병원의 지시내용을 적어 용역업체 측에 하달했다. 특이사항란엔 '최아무개 배상'이 적혀 있어 최 파트장이 적은 것이 확인됐고 용역업체 관리소장은 '명심하겠습니다'라는 답을 기재해놓았다.

'노노대응 유도 지시'는 지난 9월7일 업무일지에서 확인된다. 내용은“민노(서경지부) 집회정보 (9/8,9,12,13) 만전 기해주시기 바랍니다.”와 “최다혜 한노집행부 방문 소란 등은 철산노 위원장에게 실시간 전달하여 “노노대응” 유도바랍니다”이다. 9, 12, 13일 예정된 집회를 미리 파악하고 있었으며 노조 간 갈등 상황을 서경지부의 경쟁노조인 '철산노(한국노총 철도사회산업노조)‘에게 전달하고 '노노갈등'을 이끌라는 지시다. 내용만 보면 노조활동에 대한 명백한 개입이다. 실제로 최 조직차장이 노조 사무실을 다녀간 후 병원 내엔 '철산노 연세세브란스관리지부' 이름으로 "서경지부는 … 노노갈등을 유발시키지 마라"는 제목의 게시물이 부착됐다.

노조 동향 파악 지시도 확인됐다. 9월25일 업무일지엔 “민노(민주노총 조합원), 한노(한국노총 조합원), 비노(비조합원) 인원현황 상세 데이터로 주세요”라는 지시와 “민노총 전단지가 병원장실 등에 배포(유도)된 점에 대해 유의하시고 주말, 휴일 민노 서경 및 민노 조합원 동향파악 집중 부탁드립니다. 최아무개 배상”이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병원은 용역업체 노조와 '법적 관계가 없다'고 일관되게 밝혀 왔으나 업무일지를 통해서는 노조 정보를 파악하고 있었음을 추측할 수 있는 대목이다.

▲ 9월27일 업무일지

서경지부 활동에 대한 원·하청 간 긴밀한 공조체계 흔적도 보인다. 9월11일, 27일, 28~29일 등 4일 치 업무일지에는 서경지부 집회에 대한 철저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11일엔 “민노집회예고(9/12, 9/13) 철저대응 바랍니다”라고, 29일에는 “집회대응 적극지원 부탁합니다”가 기록돼 있다. 병원사무팀은 27일 업무일지에서 “민노집회에 따른 태가비엠의 대응전략 보고해주세요”라며 아예 용역업체의 대응전략을 요구하고 있다.

사무부장의 개입도 확인돼 해당 지시사항이 파트장 개인이 아닌 병원차원에서 이루어졌음을 짐작할 수 있다. 9월28일 업무일지엔 “9.28 사무부장님도 지시하신 '민노불법행위 조치 방안' 신속히 보고바람”이 기재돼있다.

노조법 제81조는 “근로자가 노동조합을 조직 또는 운영하는 것을 지배하거나 이에 개입하는 행위”를 부당노동행위로 규정한다. 위반자는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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