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

한 연예인 필라테스 강의 120만 클릭의 비밀은
한 연예인 필라테스 강의 120만 클릭의 비밀은
[MCN 전략 릴레이 인터뷰③] 박성조 글랜스TV 대표, “IP 전이 모델, 기업과 협업에 효과적… 그들이 못하는 것, 우리가 잘하는 것만 한다”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은 여전히 생소하다. “MCM 가방 짝퉁?”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시장은 성장하고 있지만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있다. 한 행사에서 “MCN 금이냐 꽝이냐”는 주제로 대담을 연 이유다. 시장이 척박하지만 적극적으로 개척하는 사업자와 크리에이터들이 있고, 성과를 내고 있다. 미디어오늘은 릴레이 인터뷰를 통해 MCN의 콘텐츠·비즈니스 전략에 대한 고민과 노하우를 듣는다. <편집자주> 

광고주는 TV가 할 수 없는 걸 원한다

MCN이 실제로 돈을 어떻게 버는지 살펴보기 위해 서울 도곡동에 위치한 글랜스TV를 지난달 30일 찾았다. 글랜스는 ‘곁눈질’이란 뜻으로, 강렬한 짧은 영상으로 글랜스TV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한 몇 안 되는 MCN 사업자다. 브랜디드 콘텐츠, 커머스를 연계한 사업모델을 선보인 박성조 대표는 MCN 사업자들이 브랜드의 입장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밝혔다. 

“MCN이 간접광고(PPL)를 해야 한다고들 하는데, 광고주 입장에서는 이미 TV를 통해 다 해본 거고 그쪽이 영향력이 크다. 기업에 채워지지 않은 욕구가 무엇인지 봐야 한다. 기업은 콘텐츠를 이용한 디지털마케팅에 목말라 있었지만 제대로 활용하는 방법을 몰랐다.” 

글랜스TV는 단순히 제품을 소개하고 싸게 파는 데만 주목하지 않는다. “가격을 낮춰서 싸게 팔 것인가. 가치를 올려서 결과적으로 잘 팔 것인가. 콘텐츠로 만족스러운 경험을 제공하고 브랜드 ‘팬덤’을 키워 관여도를 높이고 매출을 높이는 전략이 유효하다.”

▲ 박성조 글랜스TV 대표. 사진=금준경 기자.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는 프로그램 자체의 기획의도와 별개로 개별 상황에 맞게 간접광고를 배치하는 레거시미디어와는 결을 달리한다. 기획단계에서부터 브랜드와 협업을 통해 콘텐츠를 만든다. 이 같은 방식으로 현대자동차, 코카콜라, 크리넥스 등과 협업했다.

쇼핑은 더 이상 물건을 사는 행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신세계가 하남에 쇼핑몰 스타필드를 만들면서 매장을 우주 콘셉트로 잡은 것처럼 쇼핑이 흥미로운 경험을 주면 브랜드 로열티를 형성하는 데 보탬이 된다. 박 대표는 “이런 인사이트가 콘텐츠 베이스로 전이되는 게 우리의 브랜디드 콘텐츠”라고 설명했다. 

브랜드를 위한 콘텐츠를 만든다고 하면 ‘광고 범벅’일 것 같지만 꼭 그런 건 아니다. 박성조 대표는 “음료회사 레드불은 영상에서 음료 얘기를 자주 꺼내지 않는다. 브랜드 자체를 즐기게 만든 다음 적재적소에 제한적으로 활용한다. 소비자들은 합리적이기 때문에 이 정도만 어필해도 된다고 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레드불은 미국에서 TV 광고를 하지 않고 유튜브 채널을 통해 콘텐츠를 만들어 브랜드를 홍보하고 있다.

글랜스TV는 MCN이 두각을 나타내는 패션과 뷰티 분야에서 협업을 주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네이버TV캐스트를 통해 패션 브랜드 ‘카파’의 브랜디드 콘텐츠를 내보낸 게 대표적이다. 박수진이 출연해 필라테스 강의를 하는 ‘박수진의 필라테스’에서 자연스럽게 브랜드 의상이 노출되고, 기능성이라는 점도 부각된다. 이 영상의 누적 조회수는 120만 건에 달했다. 

글랜스TV의 콘텐츠 전략은 단순히 개별 콘텐츠를 만들어 기업에 제공하는 데 그치지 않고 ‘IP(지적재산권)’를 브랜드에 넘긴다는 점이 독특하다. 일정 기간 동안 글랜스TV가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후 IP를 해당 기업에 이양하고 있다. 실제 카파는 IP 전이를 받은 후 자체적으로 대동소이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스타벅스가 그랬듯 브랜드 자체가 미디어가 되는 시대다. 기업들이 광고대행사에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하나의 미디어컴퍼니가 될 수 있게 지원을 하되 방법론을 제시해서 IP를 만들고 전이하는 방식을 쓰고 있다. IP 전이를 염두에 두면 기업과 협업이 더욱 원활히 이뤄지기도 한다.”

▲ '박수진의 발레 필라테스' 화면 갈무리.
콘텐츠가 단순히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에만 갇히지 않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박 대표는 “우리는 옴니채널(검색과 거래가 오프라인과 온라인으로 연결된 개념) 미디어를 지향한다”고 말했다. 글랜스TV는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오프라인 매장에 디스플레이 광고인 ‘디지털 사이니지’ 활용을 염두에 둔다. 매장에서 브랜드 충성도를 높일 수 있는 영상을 틀기 위해서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미디어를 본다는 건 낯설다. 효과가 있는지 궁금했다. 박 대표는 “내로우(narrow)캐스팅 개념이다. 브랜드 매장은 연령 등 타겟팅이 이미 돼 있기 때문에 콘텐츠를 틀기 오히려 좋은 환경”이라며 “연쇄작용이 일어나 디스플레이가 생기면 해당 콘텐츠에 대한 니즈가 생기기도 한다”고 말했다. 카파의 경우 오프라인 브랜디드 콘텐츠의 반응이 좋아 키즈, 자전거 등 브랜드 런칭 때도 글랜스TV와 협업을 하기로 결정했다.

최근 급부상한 비디오커머스(영상 시청과 전자상거래를 연계하는 것) 역시 중요한 요소다. 박 대표는 “콘텐츠를 제작하고 릴리즈하고, 마케팅과 커머스까지 연계해주다보니 브랜드에게 더욱 어필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랜스TV의 뷰티 콘텐츠 ‘바디뷰티’는 상품 판매와 연동된다. 쇼핑몰을 기반으로 자체 생산한 콘텐츠를 상품 페이지에 붙이는 식이다.

▲ 글랜스TV의 옴니채널 개념도. 글랜스TV 제공.

“오리지널 콘텐츠? 커머스? 강박을 느끼지 말자”

불투명한 시장에서 ‘오리지널 콘텐츠’와 ‘비디오 커머스’가 MCN의 대안처럼 언급된다. 오리지널콘텐츠는 넷플릭스의 ‘하우스 오브 카드’처럼 자체제작 콘텐츠로 차별성을 두는 것을 말한다. 

박 대표는 두 가지 지향점 모두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당장 우리 산업의 가치를 보여주고, 증명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는 것 같다.”

‘오리지널 콘텐츠’는 모든 MCN 사업자가 도전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만들면 좋겠지만, 그러면 구성원들이 배가 많이 고플 것이다. 영화판이랑 똑같다. 10편 농사지으면 대박친 2개가 다른 8개를 먹여살리는 방식이다.” 최근 화제가 된 오리지널콘텐츠 ‘1%의 모든 것’은 MCN 업체가 아닌 제작사의 작품이기도 하다.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배급망이 확보되고 자본이 있으면 해도 된다. 그러나 자본규모가 마련되기 전까지는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는 거다.”

“ 우리는 크리에이터와 협력을 할 때도 있고 연예인과 함께 할 때도 있다. 그러나 레거시 미디어가 못하는 MCN 고유의 길이 크리에이터기반의 비즈니스다. 산업 자체가 이걸 중심으로 확장해야 하는데, 각자의 특성에 따른 전략을 세우는 게 아니라 오리지널 콘텐츠만 강조하면 자기부정이 되거나 본말이 전도되는 느낌이 있다. 특히 지금 중국에서 ‘왕훙’(網紅·인터넷 스타)이 치고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스스로 크리에이터 기반을 무너뜨려선 안 된다.”

그는 커머스를 하는 사업자지만 동시에 커머스에 매몰되는 것도 경계했다. “적지 않은 MCN 사업자들은 수익모델을 만들기 위해 커머스를 한다. 우리가 말하는 커머스는 역할을 구분한다. 구매욕구를 만들고 좌표를 알려주는 것까지다. 우리가 쇼핑몰을 운영하고, 가격을 정하고 유통까지 담당하는 순간 콘텐츠 질은 담보를 못하게 된다.”

“뉴미디어와 레거시는 협업관계”

“원래부터 MCN을 하려던 건 아니다.” 박 대표는 레거시미디어 출신이다. DIY채널을 비롯해 PP(방송채널사용사업자)에서 일하고, 관련 콘텐츠를 제공하는 일을 해왔다. 당시부터 넥스트미디어로서 PP의 역할을 고민해오다 ‘내로우캐스팅’이라는 공통점 덕에 이 사업을 하게 됐다.

그는 현재 시장에서 위기에 처한 케이블에 대한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처음 PP가 나왔을 때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케이블은 지상파와 달리 내로우캐스팅이 가능했는데 이는 특정 산업과 적극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한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자동차분야 콘텐츠를 만드는 식으로 말이다. 그러나 PP는 수신료에 의존하면서 콘텐츠 제작기능이 떨어지고 다른 콘텐츠를 가져와 편성하는 데 그쳤다.”

그러나 까다로운 광고규제의 적용을 받는 PP가 MCN처럼 자유로운 콘텐츠를 만드는 건 쉽지 않아 보인다. 박 대표는 꼭 그렇지는 않다고 답했다. “‘캐리와 장난감 친구들’ 같은 키즈 콘텐츠가 PP로도 올 수 있다. 이런 걸 자체 제작할 기회가 많았다. 결과적으로 매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시장에 상품이 있었는데 상품을 조합하지 못했던 건 PP 사업자가 갖고 있는 경험치의 한계다.” 

반대 상황도 마찬가지다. 박 대표는 “기존 MCN 사업자들 중 일부는 PP라는 용어 자체를 모를 정도로 기존 방송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았다. 그렇다보니 PP에 배급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고민을 하지 못한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서로가 서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사이, 이 틈새를 양쪽 시장에 걸친 CJE&M이 파고들었다. CJE&M은 MCN 업체 다이아TV를 기반으로 내년 1월 TV채널 다이아TV를 론칭할 계획이다. 채널의 타겟 연령은 16~29세다. 박 대표는 “밀레니얼 세대를 위한 채널이 기존에 없었다는 점에서 묘수이자 기존의 다수 PP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기 때문에 시도한 역전략”이라고 평가했다. 

“MCN과 레거시미디어는 우선적으로 협업하는 게 이상적이다. 레거시미디어는 뉴미디어사업자에게 부족한 ‘배급망’(유통망) ‘광고영업망’ ‘제작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반대로 레거시 미디어는 조직의 경직화된 문화 때문에 창의성 발현이 쉽지 않은 상황을 극복할 수 있다.  MCN 사업자 입장에선 우선 협업을 거치면서 역량을 키운 후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나서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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