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과 구속수사를 촉구하는 시민 110만명이 3일 서울 시청과 광화문광장, 청와대 인근 청운동 주민센터 등에 집결했다.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은 이날 서울 중구 광화문 광장에서 ‘12월3일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집회를 통해 박근혜 대통령의 구속 수사와 관련자 구속, 부당재산 몰수, 새누리당 의원 전원 사퇴 등을 요구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60만명이 참가했다.

이날 단원고 2학년1반 고 조은화 학생의 어머니인 이금희 씨는 울먹이는 목소리로 본행사 단상에 서서 “세월호를 인양해야 한다”며 “세월호 인양은 미수습자에게는 가족을 만나는 일이며 희생자에게는 침몰 원인을 밝히는 일이다. 생존자들에게는 모두가 다 돌아와 더 이상 아프지 않고 살 수 있는 일이며 국민에게는 안전한 세상을 만드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금희씨는 2014년 4월16일을 회상하며 “은화가 배가 이상하다고 했는데, 파도가 쳐서 배멀미하는 줄 알았다. 은화가 45도 기울었다고, 선생님이 구명조끼 입고 있으라고 한다며 전화가 왔는데 두 번 다시 전화를 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그렇게 4월16일을 보냈고 지금도 4월16일을 살고 있다”고 전했다.

이금희씨는 “4월16일 당시 많이 아파했던 엄마아빠의 마음으로 미수습자들이 뭍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엄마이자 사람으로서 은하 보내줄 수 있도록 미수습자가 사망자가 될 수 있도록 많이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열린 '12월3일 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집회에 주최 측 추산 110만명이 참가했다. 사진=포커스뉴스
이날 청와대 행진 집회 등에서는 지속적으로 KBS와 MBC 등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가 이어진 바 있다. 언론역시 이번 최순실·박근혜 게이트 사태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시민들의 분노인 셈이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장 역시 단상에 올라 “언론도 공범이다. 특히 공영방송이 제 역할을 했다면 최순실 일가가 어떻게 국정을 농단할 수 있었겠나. 박근혜 같은 사람이 어떻게 청와대에 앉아있을 수 있었겠나”고 반문했다.

성 본부장은 언론계에도 박근혜 정권의 공범이 숨어있다고 지적했다. 성 본부장은 “최순실과 관련된 회사에서 EBS 우종범 사장의 이력서가 발견됐다는 보도가 나왔다. 최순실이, 그리고 문고리 3인방이, 김기춘이 EBS 인사에만 개입했겠나. ‘김영한 비망록’에는 김기춘과 청와대가 KBS 공영방송의 사장과 이사선임에 불법적으로 개입했다는 정황들이 곳곳에 담겨 있다”고 꼬집었다.

이후 KBS 구성원들은 파업을 통해 공영방송을 늦게나마 바로 잡을 계획이다. 성 본부장은 “다음주부터 KBS는 파업에 돌입한다. 이 판국에 숟가락 얹는다고 비난하셔도 좋다. 공영방송이 정권의 똥개가 아니라 국민의 충견으로 태어날 수 있도록 포기하지 않고 싸우겠다”고 밝혔다.

▲ 탄핵부결을 우려해 2일 상정하지 않은 국민의당을 규탄하는 스티커가 경찰버스에 붙었다. ⓒ이치열 기자
▲ 광화문 정부서울청사앞에 주차된 경찰버스에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각종 스티커를 붙였다. ⓒ이치열 기자
▲ 3일밤 10시경 청와대 사랑채 인근 경찰차벽 앞에서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노래와 구호를 외치고 있다 . ⓒ이치열 기자
많은 국민들은 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하야를 외치는 동시에 정치권에 대한 비판도 빼놓지 않았다. 경기 평택에서 왔다는 고등학교 3학년 김별희씨는 “시민들의 요구는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내려오는 것”이라며 “광화문 촛불의 힘이라면 국민들이 스스로라도 국가 운영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박근혜 대통령이 명예롭게 내려오는 걸 원치 않는다. 역사상 가장 부끄럽게 모멸감을 느끼며 내려오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씨는 정치권에 대해서도 “담화문 하나에 친박이며 비박이며 입장을 바꾸는데, 정치적 고민하지 마시고 나라와 국가를 위한 정치를 하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영호 전국농민회 의장은 “새누리당은 4월 퇴진을 당론으로 정하고 조선일보 등 보수세력이 나팔을 불고 있다”며 “부역자 새누리당과 야합하지 말 것을 명령한다. 제도권 야당의 모습을 보면 싸울 의지가 있는지 의심스러울 지경이다. 야당은 박근혜 정권의 즉각퇴진과 부역자 청산에 흔들림 없이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국정 역사교과서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빠지지 않았다. 진영효 방화중학교 교사는 "왜 박씨의 왕조실록을 공부해야 하냐"며 "국정교과서는 거짓말과 엉터리로 가득찬 얼빠진 교과서다. 엉터리 역사책을 가르칠 수 없다"고 말했다. 

본 대회를 통한 각계각층의 발언이 진행된 이후 가수 한영애 씨가 공연을 이어갔다. 오후 7시부터는 1분 소등 행사를 진행했다. 광장에 나온 시민들과 집과 사무실 등에 있는 시민들이 함께 1분간 불을 껐다가 다시 밝히며 세월호 7시간의 비밀도 밝히라는 의미를 되새겼다.

▲ 광화문 촛불집회 현장에서 한 시민이 횃불을 들고 있는 모습. ⓒ이치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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