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사측이 파업에 참가했던 기자와 PD에 대한 보복성 인사를 단행했다는 사실이 MBC 간부의 증언을 통해서도 확인됐다. 

MBC 간부는 김환균 MBC PD(현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 등 MBC 기자·PD들이 사측을 상대로 낸 전보발령 무효확인 소송에서 의견서를 통해 파업 참가자들을 업무 능력과 상관없이 ‘관심과 주의’ 대상으로 찍어냈고, 회사를 비판한 직원에 대한 보복성 전보를 했음을 실토했다. 

1일 서울고등법원 제1민사부(재판장 김상환)는 MBC 김환균 PD 등 15명의 기자·PD들이 회사의 부당전보 발령 무효를 구하는 항소심에서 김환균·한학수·이영백·이우환·이춘근 제작PD와 박종욱·이정은·임대근 기자, 고성호 라디오PD에 대한 전보발령이 무효라고 판결했다. 나머지 직원들의 청구는 각하 또는 기각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MBC는 항소심에서 전임 부서장들의 의견서를 제출하면서 원고들이 종전 직무에서 전환 배치할 필요가 있었다고 주장한다”며 “그러나 이 의견서만으로는 원고들이 종전 직무인 취재 내지 프로그램 제작 업무와 부적합했다고 보기 어렵고 MBC의 주장에 부합하는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들이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사측의 부당해고와 징계를 규탄하는 피케팅을 하는 모습. 사진=강성원 기자
판결문에 따르면 김현종 MBC 편성제작본부장은 김환균·한학수·이우환·이춘근 PD에 대해 법원에 제출한 의견서에서 이들의 업무 성과나 업무 태도, 업무 수행 장·단점에 관해 대부분 “특기할 만한 사항 기억나지 않음”이라고 기재했다. 

김 본부장은 특히 한학수 PD에 대해 “2012년 파업을 전후해 시사교양 평PD협의회의 운영위원으로서 회사의 공식적인 지휘 체계와 대립각을 세웠던 전례에 비춰 관심과 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된다”도 말했다.

아울러 그는 이우환 PD에 대해선 “교양제작국 전임 발령 이래 1년 넘게 국장에게 인사하지 않음”, 이춘근 PD는 “회사를 비방하는 취지의 글이나 시를 종종 사내 게시판에 게재해 업무 분위기를 흐리게 함”이라고 의견서를 쓴 것으로 밝혀졌다. 파업에 참가하거나 회사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던 PD들을 정당한 이유 없이 ‘찍어냈음’을 자인한 것이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십여 년 이상의 업무 능력을 가진 PD들에 대한 직무 변경의 근거라고 하기에는 그 평가 내용이 부실하다”며 “이 의견서가 원고들의 업무 능력을 평가한다는 목적에서 작성됐는지조차 분명치 않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영백 PD와 박종욱·이정은·임대근 기자 관련 송재우 전 시사제작국장(현 춘천MBC 사장)의 의견서에 대해선 “이들을 취재 또는 프로그램 제작 직무에서 배제해야 한다는 등의 내용은 전혀 기재돼 있지 않아, 이들에 대한 직무 변경의 근거라고 보기에는 부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김환균 PD 등 9명의 전보발령에 대해 “원고들이 전보발령에 따라 취재나 방송 프로그램 제작 업무에 종사할 수 없게 됨으로써 ‘다양한 사회현실을 취재하고 그중 공적인 관심과 공적 토론의 대상이 돼야 할 주제를 선별해 보도함으로써 시민의 여론 형성에 기여한다’는 언론인으로서의 자아를 실현할 수 없게 됐다면 이는 당연히 의미 있는 불이익 요소로 고려돼야 한다”며 “사측이 제출한 주장과 증거들을 보태 봐도 각 전보발령으로 원고들이 입은 불이익은 중대한 반면, 이를 정당화할 만한 업무상의 필요성은 찾아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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