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3당의 오는 2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처리 협상이 끝내 불발됐다. 국민의당이 9일 탄핵안 의결이라는 입장을 고수하면서다.

국민의당은 결국 오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을 통과시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새누리당 비박계가 오는 7일까지 박 대통령이 하야하겠다고 밝히지 않으면 9일 탄핵에 동참하겠다는 일정에 따른 것이다.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야3당 대표 회동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9일까지 (비박계) 변화를 보고 국민의 촛불과 여론도 보면서 비박의 태도 변화를 지켜보고 9일에 표결 처리하는 안”이 국민의당의 안이라고 강조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또한 “2일 본회의가 열리면 탄핵 발의를 야3당 공동으로 하자. 그렇게 해서 국회 일정상 12월8일 본회의에서 탄핵 발의 보고를 하면, 9일에 표결하면된다는 안을 제시했다”며 “2일 가결은 불투명하지만 2일 안된다고 하면 9일 (비박계 등 상황) 변화가 있을 수 있지 않나. 국민의 촛불 여론도 있기 때문에 지켜보자고 했지만 두 당에서 부정적인 답변을 했다”고 답했다. 2일 탄핵안 발의에 참여한 데에 대해서는 “비박계에 대한 압박용”이라고 설명했다.

▲ 1일 오후 국회 의원식당에서 열린 야3당 대표회동에 참석한 박지원 비대위원장.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박지원 비대위원장의 이러한 입장은 비박계의 공조 없이는 탄핵안 처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 오는 2일 국회 본회의 의결 때에도 변함없을 것이라는 분석에 근거한다. 박 위원장은 끝까지 비박계와의 협상의 끈을 놓지 말아야 실질적인 탄핵 의결까지 이어갈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다만 국민의당이 2일 탄핵안 발의에는 참여하면서, 비박계에 대한 설득과 압박의 시간을 가진 뒤 실제 탄핵안 가결로 가도록 하자는 것이 박 위원장의 의도라는 분석이다.

만약 박 위원장의 의도대로 비박계에 시간을 주고 동조를 끌어내 탄핵안 의결까지 이어가게 되면 국민의당은 제3지대를 중심으로 국정 주도권을 쥘 수 있기도 하다. 국민의당이 탄핵 가결의 이탈표가 되지 않는 이상, 국민의당 입장에서는 탄핵안 가결 전까지 비박계의 동의를 끌어내는 정치적 선택은 해볼만한 도전일 수 있다. 오는 5일은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의 임기가 끝나는 시점이기도 하다.

▲ 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야3당 대표가 회동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지원 국민의당 비상대책위원장,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심상정 정의당 상임대표. 사진=이치열 기자.
다만 이러한 국민의당의 행보에 대해 국민들의 시선은 차갑다. 비박계에 탄핵의 열쇠가 쥐어져있다고 하더라도, 국민의 여론은 이미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즉각 하야와 탄핵을 요구하는 쪽으로 기울어져있기 때문이다. 비박계에 탄핵의 키를 아예 넘기는 것보다, 야3당이 공조해 비박계를 압박하는 쪽에 힘을 실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9일 표결을 통해 야3당이 시간을 번다고 하더라도, 9일에 비박계가 탄핵에 동참할지도 확실하지 않다. 또한 새누리당과의 정치적 합의는 국민의 눈에는 ‘꼼수’로 비칠 수 있어 오히려 국민의 분노는 야3당을 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당이 야권 공조를 흔들면서까지 주장했던 9일에도 부결되면 국민의당 역시 고스란히 국민의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심상정 대표는 야3당 회동 이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야3당이 확고하게 비박계 결단하라고 (압박)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발의를 오늘 해서 필리버스터라도 하고, 연단에서 비박계 의원 이름 불러가며 호소를 해보면 되지 않겠냐”며 “(국민의당의 안은) 이 국면을 비박계가 주도하게 만드는 상황으로 진행하게 된다는 점에서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 야3당 대표회동이 끝날 무렵 정의당 국회의원들이 본회의장 앞에서 '즉각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였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1일 대통령 즉각탄핵 촉구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새누리당의 비박이 실제 탄핵의사를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탄핵을 9일까지 지연시킨다는 것은 촛불민심과 달리 오히려 탄핵의 동력을 떨어뜨릴 것이라 생각된다”고 밝혔다.

민주당과 정의당은 2일 즉각 표결까지 붙이자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새누리당 비박계에 시간을 주고 결과를 계산하는 것보다는 일단 국민 여론을 힘입어 야3당이 표결까지 밀어붙이자는 입장이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야3당 대표 긴급회동 전 “탄핵안 부결의 책임은 전적으로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에게 있다. 국민의 명령이 탄핵이라면 두 번, 세 번, 아니 열 번이라도 발의해서 탄핵을 관철시켜 나가야 할 것”고 지적했다.

일단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탄핵안 발의는 되지만, 2일 야3당의 입장 차이가 좁혀질 기미가 없어 표결 절차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한 상황이다.

국민의당 내부에서도 9일이 아닌 5일 추가로 본회의를 열어 이날 탄핵안을 논의해보자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손금주 국민의당 대변인은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건은 건의가 나온 것이고 아직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 1일 오후 열린 본회의에서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과 안철수 의원, 정동영 의원, 천정배 의원 등이 5일 추가 본회의를 열어 탄핵안을 논의하자는 등의 의견을 나누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일 오후 열린 의원총회 발언을 통해 “내일(2일)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우리 국민의당도 내일 탄핵소추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야 한다. 다양한 의견이 있는 것은 알지만 탄핵안이 내일 통과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는데서 길을 찾아야 할 것”이라며 2일 표결에 힘을 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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