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사 뿐 아니라 기사 댓글, 페이스북, 큐레이션 매체까지 언론중재 대상에 포함하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나오자 언론사와 시민사회단체가 반발하고 있다.

곽상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 10월28일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이나 중재 또는 법원 판결로 피해구제가 된 기사에 대한 포털 링크, 원본 기사 삭제가 가능해진다. 

블로그, 페이스북에서 콘텐츠를 생산하는 개인과 사업자도 중재대상이 되고, 문제가 된 콘텐츠와 동일한 내용을 담은 댓글도 삭제할 수 있다. 이른바 ‘잊힐 권리’를 도입하겠다는 취지지만 표현의 자유 침해 소지가 크다는 비판이 나온다.

언론계는 언론보도에 대한 대응조치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신문협회는 14일 문화체육관광부에 전달한 의견서를 통해 “개정안은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할 우려가 크다”며 ‘폐기 또는 원점에서 재검토할 것’을 요구했다. 

▲ 신문협회보 관련 기사.
신문협회는 △기사는 역사적 기록으로 인터넷 검색차단을 넘어 언론사 기사원본을 삭제하는 것은 과잉규제라는 점 △기사 삭제는 국제 보편기준과 배치된다는 점 △인격권 침해여부에 대한 판단 기준이 모호하고 이는 중재위가 아닌 사법부가 판단할 영역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신문협회는 절차적 문제도 있다는 입장이다. 이 법안은 의원실 명의로 나왔지만 언론중재위원회가 지난해 10월 발표했던 언론중재법 개정안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문협회는 “사실상 언론중재위원회의 청부입법”이라고 꼬집었다.

오픈넷은 24일 국회에 반대 의견서를 내고 언론이 아닌 매체나 개인까지 중재 대상에 포함하는 데 대한 문제를 중점적으로 제기했다. 개정안은 “언론에 해당하지 않는 간행물로서 인터넷신문이나 인터넷뉴스서비스의 기사 또는 시사에 관한 정보·논평 및 여론을 이동통신서비스, 그 밖의 방식에 의하여 계속적·상시적으로 일반에게 제공하는 전자간행물”도 중재 대상에 포함했다. 

기준이 모호하긴 하지만 인사이트와 같은 큐레이션 매체, 닷페이스와 같은 SNS 뉴스계정, 아이엠피터를 비롯한 시사블로그 등도 포함될 가능성이 크다. 오픈넷은 “법의 적용 대상은 국민들에 대하여 신뢰성과 영향력을 가지는 언론사의 언론보도 기사 자체에 대한 것이어야 한다”고 밝혔다.

▲ ⓒiStock
개정안에 따르면 피해구제가 된 기사와 같은 내용을 담은 댓글도 삭제된다. 오픈넷은 “정보통신망상의 일반인의 댓글까지 적용하는 것은 본 법의 범위를 초과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미 인터넷 게시물에 대한 조치가 과도한 상황이기도 하다. 인격권 침해 구제를 위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통신심의를 통해 게시물과 댓글 등을 삭제하고 있으며, 당사자가 신고만 하면 게시물이 차단되는 임시조치제도도 남발되고 있다. 선거기간에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선거법 위반 사항에 대해 SNS글까지 삭제를 요청하고 있다.

‘잊힐 권리’ 도입 논의는 필요하지만 비판을 봉쇄하는 등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사돼야 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올해 ‘잊힐 권리 가이드라인’ 제정을 추진하면서 삭제요청 범위를 ‘자신이 작성한 과거 게시물’로 대폭 축소한 것도 이 때문이다.

‘잊힐 권리’ 논의를 촉발시킨 EU 사법재판소의 곤잘레스 사건 판결 역시 ‘구글의 검색 결과에서 기사 링크를 삭제하라’고 밝혔을 뿐 언론사 기사 원본이나 이를 퍼나른 이용자 게시물에 대해 삭제해야 한다고 밝힌 건 아니다.

앞서 언론중재위는 9월2일 중재법 개정안에 관해 “(언론) 규제강화가 아니라 국민의 권익 보호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오보가 밝혀지더라도 해당 기사가 남아 있고 관련 내용이 게시물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유포돼 피해가 이어지는 걸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곽상도 의원실과 언론중재위원회는 오는 12월6일 프레스센터에서 토론회를 열고 관련 논의를 이어갈 계획이다.

언론중재위원회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은 언론사 DB 내 원본 기사의 삭제를 반드시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의 침해배제청구 관련 내용은 국제적 기준에 부합한다”고 밝혔으며 “언론중재법 개정안에서는 복제기사(펌글) 또는 기사 댓글로 인한 피해의 신속한 구제절차를 마련하고 있으며 언론사가 관리하는 기사 댓글에 한하여 기사로 인한 피해구제와 더불어 신속하게 피해구제를 받을 수 있는 절차를 마련했다”고 밝혔다.

언론중재위원회는 “2014년 이후 언론중재위원회에서는 세미나, 토론회 등을 통해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새로운 언론피해구제제도의 필요성을 공론화시킴으로써 각계의 의견을 수렴해왔다. 최근 발의된 법안은 이러한 공론화와 의견 수렴의 결과물”이라고 밝혔다.

(2016년 11월28일 오전 9시30분 언론중재위원회 입장 추가)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