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일까 ‘역행’일까. 모바일 콘텐츠 시장을 이끌던 MCN(Multi Channel Network, 다중채널네트워크)이 TV에 들어간다. 

CJE&M은 23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널 다이아TV를 내년 1월1일 론칭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OCN시리즈’채널을 폐지하고 ‘다이아TV’로 바꾸는 것으로 채널번호는 ‘OCN시리즈’와 같다. 타겟 연령대는 16~29세다.

채널 다이아TV는 CJE&M이 만든 동명의 MCN 회사 다이아TV의 크리에이터(방송 진행자)들을 방송에 내보내게 된다. 다이아TV는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 제작, 광고수주 등을 돕는 파트너 기업으로 현재 1000여명의 크리에이터와 계약을 맺고 있다. 

방송 콘텐츠는 크게 3종류로 나뉜다. 다이아TV는 매일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 실시간 라이브 방송을 편성한다. 단순히 라이브만 하는 게 아니라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계하는 ‘멀티라이브 시스템’을 구축할 계획이다. 앱에서 투표를 하거나 퀴즈를 푸는 등 이용자의 행동이 프로그램 내용에 반영되는 식이다. 

▲ 사진=CJ E&M 제공.
이 외에도 채널 다이아TV에서만 볼 수 있는 버라이어티 콘텐츠도 있다. 양송철 PD는 “버라이어티 콘텐츠들은 기존 방송과는 개념이 다르다”면서 “제작자가 일방적으로 만들고 출연자는 나오기만 하는 게 아니라 일종의 ‘공동기획’”이라고 말했다. 이 외에도 유튜브 등을 통해 방영된 오리지널 콘텐츠들도 방송에 맞게 재편집을 거쳐 방영할 계획이다.

대표적인 콘텐츠는 인기 크리에이터 억섭호(안재억, 조섭, 유호)팀이 한 주간 화제였던 이슈에 대해 토크를 나누는 ‘프로입털러’, 먹방 크리에이터 밴쯔가 초대손님과 함께 음식을 먹으며 토크를 하는 ‘아이엠벤쯔’, 100% 시청자투표를 통해 결정된 내용으로 진행되는 ‘다수쇼’, 국내외 뷰티 신제품에 대해 리뷰를 진행하는 ‘신화사’(신비한 화장품 사전) 등이다.

왜 TV로 진출하는 것일까. CJE&M은 방송을 통해 파트너 크리에이터의 인지도를 높이는 등 선순환을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MCN이 각광받고 있지만 여전히 수익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또 하나의 플랫폼을 확장하는 의미다.

이학성 방송사업국장은 기자들과 식사자리에서 “다들 TV에서 디지털로 가는데 왜 너희는 역행해서 TV로 오려고 하느냐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면서 “다르게 생각한다. TV에서 디지털로 일직선으로 뻗어가는 개념이 아니라, 순환하는 개념”이라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에서 활동하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TV를 통해 인지도를 높이고, 제작역랑을 키우고, 이게 다시 MCN산업 발전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MCN만으로 방송을 운영하는 데 대한 의구심이 나왔다. CJE&M 계열 채널에서 방영된 콘텐츠를 교차편성하거나 연예인이 출연하는 방송을 내보내지 않을 것이냐는 지적이다. 이학성 국장은 “교차편성을 할 계획은 없다”면서 “연예인이 게스트 개념으로 출연할 수는 있지만, 그 인지도나 영향력에 의존해서 콘텐츠를 만들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인터넷과 TV방송이 성격이 다르다보니 ‘방송심의’ ‘광고협찬 규제’ 등 조건을 맞추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TV에서 볼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드는 MCN의 차별성과 장점이 ‘방송의 룰’을 따라가게 되면 반감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이에 대해 이학성 국장은 “방송심의규정을 준수하고 방송법을 따를 것”이라며 “크리에이터들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지만 리허설을 통해 충분히 심의내용을 숙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송철PD는 “자유로운 표현에 제한적인 부분이 있다”면서도 “단순히 인터넷 방송을 다시 내보내는 게 아니라 크리에이터와 제작진의 협업을 통해 완전히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고, 방송에 맞는 재미를 만들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 라이브방송이 편성된다. 기존 라이브방송과 다르게 TV에서 하는 라이브방송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해 규제를 받게 되는데, 대처방안이 있나.(이데일리)
“방송법을 따를 것이다. 물론, 아직 크리에이터들에게 방송 플랫폼이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 12월 한달 동안 많은 리허설을 하면서 심의에 대해 숙지할 계획이다. 기본적으로 우리의 파트너 크리에이터들은 이상한 방송을 하지 않는다.”(이학성 국장)

- 온라인에선 마음껏 제품리뷰를 할 수 있고, 자유로운 표현도 할 수 있다. 이 차별성이 MCN산업을 키웠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송의 룰을 따르다 보면 차별성과 재미가 반감되는 건 아닌가.(미디어오늘)
“물론, 방송에서는 자유로운 표현에 제한적인 면이 있다. 크리에이터들이 일차원적인 재미 뿐 아니라, 여기에서 파생되는 새로운 재미를 추구하도록 돕겠다. 제작진과 크리에이터들의 협업을 통해 새로운 창작물이 나오고 방송에 맞는 새로운 재미를 만들어낼 것이다.” (양송철 PD)

- 타겟 연령대가 16~29세로 일반적인 TV광고타겟인 주소비층보다 연령대가 낮다. 장기적인 측면에서 이 세대에 대한 투자를 하는 것인가.(미디어오늘)
“광고시장은 소비력이 강한 30~50대가 중심이다. 그러나 모든 채널이, 모든 콘텐츠가 그 타겟만 바라볼 수는 없다. 말씀하신 것처럼 지금 젊은층인 10대가 자라나서 나중에 소비력이 강한 시청자가 될 것이라고도 생각한다. 당장의 매출, 수익보다는 앞으로 더 확대될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있다.(황형준 다이아TV 본부장)

- TV 라이브와 인터넷 라이브는 차이가 있을 거다. 여기에 대해 크리에이터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아이뉴스24)
“누군가가 도와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그동안 혼자서 인터넷방송을 했는데 TV프로그램이 되면서 혼자 준비할 수 없었던 음식을 마련할 수 있고, 세팅이나 게스트 초대 등에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그동안 1인방송으로서는 할 수 없었던 색다른 모습 보여줄 수 있을 것 같다. ”(밴쯔)

- MCN 산업은 수익모델 확충이 관건인데, 커머스도 준비한다고 들었다. 언제부터 하는 것인가.(전자신문)
“MCN은 장기적인 투자가 필요한 산업이다. 그런 면에서 이번 채널 런칭도 하나의 투자라고 보면 된다. 현재는 광고가 주 매출원이지만 이들이 인플루언서(영향력이 강한 크리에이터)가 되면서 다양한 가능성이 생겼다. 지난 8월 다이아TV 페스티벌에 3만여명의 관객이 오기도 했다. 이를 기반으로 커머스를 시작할 계획이다.”(황형준 본부장)

- 뷰티 콘텐츠의 경우 광고인지 방송인지 불분명한 경우가 있을 텐데, 어떤 식으로 해결할 것인가.(비즈니스워치)
“브랜디드 콘텐츠를 말하는 것 같다. 방송에서는 간접광고도 시간, 화면노출 등 비율이 정해져 있다. 우리는 방송심의기준을 지킬 것이다. 따라서 방송에서는 광고인지 콘텐츠인지 모를 정도의 상황은 없을 것이다.” (이학성 국장)

- 실시간 쌍방향 소통 프로그램을 만든다고 했는데 MBC 예능프로그램 ‘마리텔’과는 어떤 면이 다른가.(뉴시스)
“마리텔은 생방송이 아니다. 생방송을 진행한 후에 그걸 편집해서 보여주는 방송이다. 우리가 말하는 라이브는 편집이 없는 진짜 생방송이다. 퀴즈쇼인 ‘다수쇼’를 예로 들면 진행자들이 문제를 내면 앱에 바로 뜬다. 이용자들이 둘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집계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거나 점수를 받는 식이다. 마리텔의 경우 채팅내용도 편집해서 방송에 보내는데, 편집본이기 때문에 그렇게 선별할 수 있었다. 우리는 TV화면에 실시간 채팅 내용이 그대로 나갈 가능성은 낮다.”(이학성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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