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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이대는 인터뷰, 모바일이니 좀 더 나가 볼까
들이대는 인터뷰, 모바일이니 좀 더 나가 볼까
SBS 모비딕 ‘숏터뷰’ 촬영현장, “웃기는 것만으론 안 돼… 이슈 따라잡고 카타르시스 끌어내야”

“오케이, 준비합시다.” 19일 오후 2시 서울 상암동 SBS, 테이블에 둘러앉아 회의를 하던 이들이 순식간에 여기저기 흩어졌다. 눈 깜짝할 사이에 손에 장비를 들고 다시 나타났다. 카메라 4대가 세팅됐고 조명이 켜졌다. 지미집까지 동원됐다. 작가, PD, 조명, 촬영인력까지 14명에 달했다. SBS의 모바일 전용 콘텐츠 ‘모비딕’의 간판 코너 ‘숏터뷰’ 제작현장은 흔히 생각하는 MCN답지 않았다. 기성 방송사 예능 촬영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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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지인 SBS 17층은 구내식당이다. 휴일이기 때문에 이곳을 빌렸다. 상암동 일대 전망이 보이는 통유리를 배경으로 태극기와 성조기가 세워졌다. “에이, 위치 바꿔야 돼요. 정상회담 할 때는 크로스. 한국 정상 뒤에 성조기가 있고, 미국 정상 뒤에 태극기가 있어요.” 소형석 PD가 현장을 둘러보며 세트를 점검했다.

이날 콘셉트는 한미 정상회담이다. 미국 대선 평가 인터뷰를 진행하기 위해 넣은 설정이다.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인터뷰이인 미국 정상(?)이 촬영장에 들어섰다. ‘뇌섹남’으로 유명한 유학생 타일러 라쉬다. 그는 JTBC 예능 ‘비정상회담’ 출연 이후 여러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정치‧사회 현안에 대해 날카롭게 이야기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숏터뷰' 촬영이 진행됐다. 진행자 양세형이 인트로 영상을 찍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숏터뷰' 촬영이 진행됐다. 진행자 양세형이 게스트 타일러 라쉬(오른쪽)와 인사를 나누며 "하이 타일러 애를 타일러, 이 바닥은 타일이야"라고 말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타일러가 똑똑한 건 맞지만 미국 대선 평가에 어울리는 전문가는 아니었다. 소형석 PD는 모바일 콘텐츠이기 때문에 가능한 패널이라고 말했다. “미국 대선 이슈에 대해 사람들이 궁금해 합니다. 그런데 진짜 전문가를 모시면 크게 와 닿지 않을 거 같더라고요. 독자들이 좋아하면서 동시에, 우리 프로그램 콘셉트를 이해해줄만 한 분을 찾은 것이죠.” 

숏터뷰는 주제만 놓고 보면 ‘시사’나 ‘교양’ 장르지만 내용은 ‘예능’이다. 가수 이승환 인터뷰 때는 정치적 발언을 할 때마다 조명이 꺼지는 설정을 넣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이 계속 꺼졌다. 이재명 성남시장 인터뷰 때는 ‘악플 낭독’을 시켰다. 별 것 아닌 것 같지만 이승환이 ‘소신 발언’을 한다는 점을 부각했고, 이재명 성남시장에게 소셜 미디어가 ‘약’이자 ‘독’이라는 점을 드러냈다.

이 같은 독특한 설정에는 연출을 맡은 소형석 PD의 공이 컸다. 그는 예능이 아닌 교양 PD 출신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팀에서 일하다 지난해 유명인이 모바일 영상을 제작한다는 콘셉트의 서바이벌 프로그램 ‘18초’를 연출한 계기로 모바일팀에 오게 됐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숏터뷰' 촬영이 진행됐다. 소형석 PD(왼쪽)가 퀴즈 방식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숏터뷰' 촬영이 진행됐다. 양세형과 타일러 라쉬가 길라임이 등장하는 드라마 시크릿가든의 명장면을 패러디하고 있다. 사진=금준경 기자.
“웃기는 걸 목적으로 프로그램 제작을 해본 경험이 많지 않다보니 힘들더라고요. 하지만 숏터뷰는 단순히 웃기는 프로그램은 아닙니다.” 소 PD는 진지한 표정으로 강조했다. “현재 사회적인 이슈가 반영된 포인트가 있고, 여기에 유머 코드를 넣어요. 그냥 웃기는 것보다 이런 걸 사람들이 더 좋아하고, 카타르시스를 느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코미디에 대한 이용자들의 갈증도 있다고 봅니다.” 

촬영이 시작됐다. 퀴즈 코너에서 국가 의전서열에 대한 문제가 나왔다. 보기에는 ‘대통령 국회의장 대법원장 국무총리 대통령’이 있었다. 타일러가 되물었다. “왜 대통령이 두 번 나오나요? 아, 현재 상황에 맞게 해석해야 하는 건가요?” 양세형이 지난 12일 광화문 촛불집회 사진을 꺼냈다. 경찰측과 주최측 인원추산이 5배 가량 차이가 났던 그 집회다. “여기에 있는 사람들의 수를 구하시오”라는 문제가 나왔다. 하나하나 세 보던 타일러는 “내가 이러려고 숏터뷰를 했나”라며 응수했다. 

트럼프에 대한 평가도 날카롭지만 유쾌하게 풀어냈다. 양세형은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과 햄버거 먹으면서 대화하겠다고 말했었는데 어떤 의미인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타일러가 답했다. “그는 사람들이 열광하는 메시지로 선거운동을 했어요. 이번에도 북한에 미국적인 스타일을 밀어붙이겠다는 의미라고 봐요, 근데 이 사람 말이 워낙 자주 바뀌어서 어떻게 될지는 몰라요.” 다시 양세형의 질문. “자 여기서 문제. 김정은과 트럼프는 어떤 햄버거를 먹을까요? 이거 맞추셔야 돼요 이거 물어보려고 초청한 거예요.” 

▲ 숏터뷰 화면 갈무리.
“그래도 오늘은 좀 덜 예민한 편입니다.” 소 PD의 말이다. 정치인 인터뷰 때는 민감한 질문이 종종 나온다.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이재명 성남시장편 때 보좌진이 당황하거나 제지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잡혔다. “예민한 점을 묻고 그걸 녹이는 방식을 쓰다 보니 보좌진이 당황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계속 설득하고 조율합니다.”

외형적으로는 일반적인 지상파 방송 촬영장과 크게 다른 점이 없었지만 분위기는 달랐다. 심의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되는 모바일 콘텐츠의 자유분방함이 촬영장에서도 드러났다. 촬영 시작 전부터 제작진이 타일러에게 엄포를 놓았다. “아마 상상 이상으로 세형씨가 엄청 들이댈 거예요. TV 방송이 아니다 보니까 다른 때보다 적극적으로 할 거예요.” 

역시 들이댔다. 현빈과 하지원이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했던 윗몸 일으키기 장면을 패러디하며 인터뷰하는 컷이 시작됐다. 양세형이 부담스러울 만큼 얼굴을 갖다 댔다. 제작진은 “시국이 시국인 만큼 (시크릿가든 패러디를) 한번 해봅시다”라는 농담을 건넸다. 말도 안 되는 설정이 이어지자 “이것까지만 힘들고 나머지는 말로만 하면 됩니다. 한미관계를 위해 협조해주세요”라는 농담도 나왔다.

유난히 카메라를 클로즈업해서 찍는 장면이 많았다. 멀찌감치 있는 카메라도 ‘대포’ 렌즈로 인물의 얼굴을 ‘타이트’하게 잡았다. ‘초밀착 인터뷰’ 코너 때는 지미집도 양세형 얼굴 바로 앞까지 내려왔다. 크기가 작은 디바이스로 시청하는 모바일 콘텐츠다 보니 얼굴도 크게 잡고, 자막도 큼지막하게 넣는다고 했다.

소 PD는 모바일 콘텐츠 문법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중요한 건 처음 고집대로 밀어붙이는 게 아니라 피드백에 따라 변주를 줘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는 “자막을 최대한 많이 넣어요. 처음엔 쓸 데 없어 보이는 표현은 굳이 안 넣었는데, 이용자 분석을 해보니 70%가 이어폰을 안 끼고 보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웬만하면 다 넣죠”고 말했다. 

▲ 지난 19일 오후 서울 상암동 SBS에서 '숏터뷰' 촬영이 진행됐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 소식에 놀라 스태프들까지 쓰러졌다느 설정이다. 사진=금준경 기자.
‘예상된 공식’이 들어맞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숏터뷰는 최근 나온 편이 초반보다 방송 분량이 더 길다. ‘여기서 한마디 더 하면 이용자들이 화면을 끌 거야’ ‘의미는 있지만 안 웃기니 빼야지’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고 한다. “초반에는 정말 모바일 문법을 보수적으로 적용했어요. 그런데 이용자들이 우리 콘셉트와 정서를 이해하다보니 오히려 더 긴 영상을 원하시더라고요. 자신감이 늘다 보니 길이가 더 늘어난 거죠.” 초창기 때 1편은 3분 내외였으나 현재는 8분 가량이다.

파격적인 설정을 하는 이유는 뭘까. 인터뷰쇼의 형식을 탈피하고 싶었다고 한다. “미국에서는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책 설명을 시켜놓고 지루한 표정을 지으며 귀를 파는 장난을 치는 것도 토크쇼에서 허용됩니다. 반면 우리는 경직된 분위기가 정형화돼 있습니다. 모바일 콘텐츠 제작 기회를 통해 좀 더 자유로운 분위기의 인터뷰쇼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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