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내 미스터리를 풀지 못했다. 1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대통령의 시크릿편은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무엇을 했는지 밝혀내지 못했다.

적지 않은 누리꾼들이 허무함을 드러냈다. 대대적인 예고를 하고 90분 특별편성을 하면서 큰 기대를 줬지만 궁금증을 해소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19%(닐슨코리아, 유료방송가구기준)라는 높은 시청률을 보일 정도로 국민적 관심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컸을 것이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은 이상했다. 중요한 상황에서 서면보고를 받았다. 지시를 거의 내리지도 않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오후 5시가 돼서야 방문했다. 그런데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못 했다. “학생들이 구명조끼를 모두 착용했다고 했는데 그렇게 발견하기가 힘듭니까”라는 엉뚱한 질문을 했다. 안전행정부 2차관이 “배에 갇혀있어 구명조끼가 크게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답하자 “아 갇혀있어요?”라고 되물었다.

온갖 의혹이 불거질 수밖에 없었다. 최근에는 최순실씨가 불법적인 경로로 약품을 대리수령 했다는 점이 드러났다. 박근혜 대통령이 7시간 동안 향정신성약품이라도 맞은 게 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제작진은 이 물음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했지만 7시간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중요한 힌트를 제공했다. 우선, 박근혜 대통령이 19대 국회 때 한 바이오업체로부터 줄기세포 불법시술을 정기적으로 받아오면서 금액 지불을 하지 않고, 대가로 줄기세포 규제완화 법안을 발의했다는 의혹이다. 현행 줄기세포 시술은 불법이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은 물론, 대가성 뇌물죄까지 적용할 수 있다.

차병원 내부의 복수의 관계자들이 입을 모아 “박근혜 대통령 관련 파일을 삭제하라는 얘기가 나왔다”고 밝힌 점도 중요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줄기세포 시술을 해온 업체가 파산한 뒤 차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것으로 보인다. 7시간에 관한 행적을 삭제했을 가능성도 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두가지 정황을 입증하게 되면 퍼즐을 맞추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제작진의 취재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때 제작진은 제보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동시에 ‘검찰’이야기를 꺼낸다. 

진행자 김상중씨는 “이제 검찰은 대한민국 정부의 기능을 무너뜨리고 국민을 눈물 짓게 하고, 많은 국민들의 가슴에 좌절과 눈물을 가져온, 법의 심판대 위에 세워야 할 권력자에게 순응해 주권자 스스로의 명예를 실추시킨 과오를 반복할 것인지 지켜볼 것”이라고 강조했다. 

언론이 할 수 없는 것을 검찰은 할 수 있다. 뇌물죄나 불법시술 혐의로 줄기세포 관련 의혹을 밝히고 이를 토대로 박근혜 대통령이 줄기세포 시술을 얼마나 받았는지, 언제까지 받았는지 수사하면 새로운 사실이 밝혀질지 모른다. 병원이 삭제한 자료도 압수수색을 통해 디지털포렌식을 거치면 해결할 수 있는 문제다. 

이날 ‘그것이 알고 싶다’는 다른 언론이 단 한 번도 하지 못한 ‘반성’을 했다는 점도 눈여겨 봐야 한다. 김환균 언론노조위원장은 “KBS, MBC, SBS에서 최순실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없다. 우리나라 언론은 이 문제에 대해 침묵하면서 공범이 됐다”고 지적했다. 언론으로서는 이례적으로 자사비판을 방송에 내보낸 것이다.

그동안 지상파는 외면해왔다. TV조선, 한겨레, JTBC가 최순실 게이트에 대해 보도경쟁을 펼칠 때도 지상파3사는 침묵하거나 사안을 축소해 보도했다. SBS의 경우도 내부 구성원들이 강력하게 반발한 뒤에야 관련 보도가 시작됐다. 내부에서는 “중간광고 도입 등 규제완화 때문에 정부 눈치를 봤다”는 증언이 나오기도 했다.

▲ SBS '그것이 알고싶다' 화면 갈무리.
김상중씨는 “우리를 포함한 언론 역시 정부와 재벌, 사법체계를 감시하는 역할을 다 하지 못했다는 비난을 받아들여야 한다”면서 “살아있는 권력자와 그 주변 사람들의 잘못된 행동을 여러분께 알리지 못한 것을 부끄럽게 생각한다”면서 방송을 마무리했다. 

제작진은 반성하고, 또 앞으로는 제대로 된 보도를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제 공영방송이, 그리고 검찰이 같은 다짐을 할 차례다. 그게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는 최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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