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박근혜 게이트’ 사태에도 청와대 비호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집회 현장에서 쫓겨나고 있는 현실임에도 MBC 대주주이자 관리·감독기구인 방송문화진흥회는 경영진을 옹호하는 데 급급한 모양새다.

17일 열린 방문진(이사장 고영주) 정기이사회에선 최근 MBC 메인 뉴스인 뉴스데스크 시청률이 3~4%대까지 떨어져 창사 이래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있는 것과 관련해 야당 추천 이사들이 임시이사회를 소집해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광한 MBC 사장과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을 참고인으로 출석시켜 최근 뉴스에 대한 실상을 점검하고 보도 분야의 분위기 일신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이다.

방문진 이사 9명 중 야당 추천 이사 3명(유기철·이완기·최강욱)은 이날 이사회 안건으로 제안한 ‘MBC 사장과 보도본부장 출석 결의의 건’을 통해 “MBC 뉴스가 수년간 불공정 편파방송으로, 최근에는 청와대 방송으로 전락해 안팎에서 ‘정권홍보 대행사’냐는 비판까지 받기에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박근혜 게이트 국면에서 MBC는 의혹을 뭉개고 해명만 다루면서 축소 지향으로 일관해 오다가 세대와 계층, 지역과 이념을 불문하고 세상을 비추지 못하는 ‘깜깜이’ 방송이라는 힐난의 대상이 됐다”며 “그러나 MBC 경영진은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기는커녕 이를 시정할 의지와 능력도 없고 비전도 제시하지 못한 채 ‘시청률에 관계없이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오불관언의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
하지만 여권 추천 이사 5명(고영주·권혁철·김광동·이인철·유의선)은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 입장을 밝혔고, 이번에도 다수결로 안건을 부결시켰다. 

특히 고영주 이사장은 “MBC가 취재 못 했다고 분개를 하는데 JTBC는 애국단체 집회에 나가지도 않지만 만약 거기 가서 취재하려면 똑같이 쫓겨날 것”이라며 “MBC는 골고루 다 취재하는데 성향이 안 맞는다고 쫓아내는 사람이 잘못된 거다. 이렇게 선정적인 흐름에 따라가는 게 맞는지 우리가 반성해야한다”고 말했다.

고 이사장은 또 지난 12일 100만 명 이상이 모인 촛불집회에 대해서도 “집회 때 깃발 보니까 민주노총, 전교조에서 동원한 사람들이지 시민은 몇 명 없었다”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다. MBC 취재진이 ‘박근혜 게이트’ 규탄 집회에서 쫓겨나는 게 이상한 일이 아니며, 집회 참여자 대부분이 노동단체에서 동원됐다는 황당한 주장을 펼친 것이다.

김광동 이사도 “MBC 보도는 다른 방송에 비해 건전성을 유지하고 주어진 여건에서 공정방송으로서의 역할을 다 해오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에 비해 다른 방송은 지나치게 선정적이고 과도한 사생활, 의혹 중심 보도로 잘못된 저널리즘의 전형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이사는 이어 “MBC는 지나치게 흥분하거나 휩쓸리지 않고 왜곡된 내용 없이 비교적 공영방송의 틀에 맞추려고 노력한다고 평가한다”며 “두세 달, 5~6개월 지나서 다시 판단하면 MBC 보도가 부끄럽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른 여권 이사들도 “정치적으로 혼란한 시점에서 중립을 지키면서 냉정을 찾는 데에 기여해야지 시청률 올리기 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이인철)”, “방문진은 MBC 보도의 내용과 형식에 검열권이 없다(유의선)”, “방송 편성과 제작의 자유를 침해한다(권혁철)”는 등의 이유로 MBC 경영진의 출석에 반대했다.

이에 대해 유기철 이사는 “MBC에 대해 시민들은 이제 비난에서 무관심으로 바뀌고 있고 ‘깜깜이’ 방송에 대통령 지지층마저 답답해서 MBC를 안 본다. 청와대도 MBC는 알아서 하니까 챙겨볼 필요도 없다고 한다”며 “MBC를 감독해야 할 방문진은 잘못은 따지지 않고 다 잘 했다며 방어막 치기에 급급했는데, 공영방송을 망친 MBC 경영진도 역사의 심판에 시효가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질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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