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구글의 지도반출 요구를 끝내 불허했다. ‘안보’와 ‘산업’을 두고 양측이 팽팽하게 대립해왔다.

최병남 국토지리정보원장은 18일 오후 국토부·미래창조과학부·외교부·통일부·국방부 등이 참여하는 지도국외반출협의체 회의 결과 브리핑에서 “구글지도 해외 반출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구글은 지난 6월, 한국 정부의 해외 지도반출 불가 방침 때문에 한국판 구글지도 서비스 기능이 축소됐다며 국외서버 반출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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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불가’입장을 밝힌 가장 큰 이유는 안보문제다. 최병남 원장은 “구글의 지도반출 요청은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안보 여건에서 위험을 가중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구글이 요구하는 1:5000 정밀지도가 위성정보와 결합하면 군사안보시설 위치가 노출 돼 안보에 위협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다. 중국, 이스라엘 등도 정밀지도를 구글에 제공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군사안보시설 위성영상을 흐리게 표시해 달라며 중재안을 제시했지만 구글이 받아들이지 않았다. 최병남 원장에 따르면 구글은 최상의 품질을 서비스하겠다는 기업정책상 수용할 수 없다는 의사를 밝혔다. 

‘안보’가 중요하긴 하지만 무조건 반출을 막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굳이 지도를 반출하지 않더라도 이미 주요시설에 대한 위치는 러시아 등 해외 서비스를 통해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도 해외반출을 막으면서 정밀지도를 바탕으로 한 무인자동차 시스템 등 혁신적인 서비스 도입을 가로막는다는 비판도 있다.

정부는 국내 기업의 반발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국내에 데이터서버를 두지 않고 지도반출을 요구해 세금을 내지 않다보니 ‘역차별’논란이 불거졌다. 정치권도 나섰다. 국민의당은 17일 성명을 내고 “구글이 국내에 서버를 두고 국내 수입에 대해 정당하게 세금을 낸다면 애초에 지도반출을 둘러싸고 문제가 될 일도 없었다”면서 “이미 애플, 마이크로소프트도 국내에 서버를 두고 국내소득에 대해 정당한 세금을 납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미 결정이 난 사안을 시간을 끌어 재논의하는 등 정부의 의사결정 원칙이 부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도반출에 관한 법적심사일은 8월25일까지였다. 그러나 정부는 논쟁이 이어지자 ‘추가심의를 해야 한다’면서 11월23일로 다시 심사기간을 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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