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업자와 통신사가 내는 방송통신발전기금은 문제가 많다. 강제적으로 징수하기 때문에 사업자들이 ‘앓는 소리’를 낸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겠지만 징수 방식, 징수 기준 등이 주관적이고 목적에 맞지 않는 사용처도 많다. 방발기금 시스템 자체를 개편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가장 큰 문제는 사업자별로 부과 기준 잣대가 다르다는 점이다. 콘텐츠사업자의 경우 지상파의 부과율이 종편보다 지나치게 높다. 플랫폼 사업자 중에서는 케이블의 부과율이 IPTV에 비해 높다. 

2016년 기준 방발기금 징수 비율은 KBS의 경우 방송광고매출액의 2.87%, MBC·SBS 4.30%, EBS 1.54% OBS 1.15%다. 지상파의 납부액은 연 500억~600억 원 가량이다. 반면 종합편성채널은 신생사업자라는 이유로 개국 이후 지난해까지 납부하지 않았고 올해부터 방송광고매출액의 0.5%를 납부하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자본잠식상태인 OBS도 1%넘게 납부하고 있는데, 종편은 도대체 무슨 기준으로 0.5%를 납부하고 있나”라고 지적했다.

▲ 한국언론학회는 16일 오후 프레스센터에서 세미나를 열고 방송통신발전기금 운용에 대한 정책개선을 논의했다. 사진=금준경 기자.
종합유선방송사업자(SO)는 매출규모에 따라 방송서비스매출액의 1%~2.8%를 납부한다. 반면 IPTV사업자는 방송서비스매출액의 0.5% 납부하고 있으며, 내년부터 1%로 적용된다. SO는 380억 원, IPTV는 160억 원 가량 납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우정 계명대 교수는 “지상파의 경우 과거 독과점 체제에 있었기 때문에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납부하는 데 큰 이의가 없었다”면서 “그러나 지금은 다양한 사업자들과 경쟁해야 하고 광고시장의 몫이 줄었다. 일부 사업자들이 방발기금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지적했다.

조성동 한국방송협회 연구위원은 “단순히 지상파 방송이 우리 지출을 줄이고 혜택을 늘려달라고 요구하는 게 아니다”라며 “어느 사업자가 방통위, 미래부와 친분이 있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을 얼마나 했는지가 징수율에 영향을 미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최우정 교수 역시 “결국은 누가 목소리를 높이느냐, 누가 영향력을 얼마나 행사하느냐가 중요해진다”고 지적했다. 통신3사와 종편이 방발기금 징수율을 낮추거나 유예한 것을 두고 특혜 논란이 지속적으로 불거진 바 있다.

종편의 방발기금 징수율이 비상식적인 건 사실이지만 IPTV의 경우 반박할 여지가 없는 건 아니다. 방발기금 재원의 70%가량이 통신3사가 주파수를 구입한 대가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나머지 각각 15%를 지상파와 유료방송(케이블, IPTV, 위성방송)이 나누고 있는 것으로 IPTV 사업을 하는 통신3사가 얼마나 분담하는지 여부는 보는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더군다나 방발기금 사용처가 지상파에 집중된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정수 케이블TV방송협회 사무총장은 지난달 열린 유료방송 발전방안 공청회에서 “케이블도 방송통신발전기금을 내고 있지만 혜택을 거의 받지 못하고 있다”면서 “케이블의 콘텐츠 제작, 디지털 전환 등에서 방발기금의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기금이 ‘언론중재위원회’와 ‘아리랑TV’에 사용되는 게 문제라는 지적도 나왔다. 최우정 교수는 “방송통신 발전이라는 기금 자체의 사용목적과 범위를 일탈하고 있다”면서 “특히 언론중재위는 거의 100%의 자금이 방발기금을 통해 운영된다”고 말했다. 두 기관은 사실상 정부에서 직접 지원을 하는 게 맞다는 지적이며, 언론중재위는 방송 뿐 아니라 신문, 잡지 등 다양한 언론 분쟁을 총괄하는 기관인데 방송통신분야에서만 기금을 내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이다.

방송통신발전기금 징수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조성동 연구위원은 “네이버 등 통신사업자들에 대한 징수여부도 지속적으로 논의돼야 한다”면서 “산업적으로 성장한 특정군이 공익적 책임을 갖는 구조가 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방송통신발전기금에 관한 전반적인 사항을 미래부나 방통위가 고시를 통해 결정할 게 아니라 별도의 독립적인 위원회를 만들고 보다 체계적으로 징수하고 집행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최우정 교수는 “현행법상 방발기금의 징수율이 방통위와 미래부의 고시를 통해 결정되기 때문에 매년 결정과정에서 갈등이 생긴다. 징수에 대한 사항을 법이나 시행령을 통해 규정해 체계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진봉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현재는 미래부 장관이나 방통위원장의 입김이 절대적인 구조인데, 사업자나 시청자 등 당사자들이 들어가서 목소리를 내고 감시할 수 있는 위원회 구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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