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이 연내처리는커녕 테이블에도 오르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15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여야 간사단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의 법안심사소위원회 상정 여부를 논의했지만 새누리당이 거부해 결렬됐다.

앞서 지난 9일 전체회의에서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와 김경진 국민의당 간사는 미방위에 접수된 모든 법안을 법안소위에서 논의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박대출 새누리당 간사가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법안을 제외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맞섰다.

이날 박대출 간사는 “개정안에 대한 방향은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법안에 대한) 여야 편차가 큰 만큼 효율성을 갖자는 취지에서 소위에 회부하기에 앞서 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왼쪽)와 박대출 새누리당 간사가 지난달 29일 전체회의실에서 언쟁을 하고 있다. 사진=포커스뉴스.
그러나 야당은 여당이 시간을 끌고 있다고 보고 있다. 박대출 간사가 ‘여야편차’가 크다고 했지만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여당의 입장 자체가 없는 상황이다.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간사는 지난 9일 전체회의에서 “소위에서 의원들이 논의하면서 다른 의원들의 의견을 들을 필요가 있으면 심사를 보류하고 토론을 할 수 있지만, 이렇게 시간끌기를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야당은 급하다. 법안소위 회부여부를 15일까지 결정짓지 못하면 16, 17일로 예정된 법안소위에서 논의할 수 없다. 이 기간을 놓치면 법안의 연내처리가 불가능하다. 

물론, 야3당은 다음주 중으로 법안소위 일정을 추가로 잡고 그 전까지 협상을 이어가겠다는 방침이지만 새누리당의 입장이 급작스럽게 바뀔 가능성은 낮다. 사실상 ‘연내처리’는커녕 ‘연내논의’ 자체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여야가 강력히 통과를 바라는 법안이 있으면 주고받는 식으로 협상을 할 수 있지만, 20대 국회 미방위에서 새누리당은 이렇다 할 숙원사업이 없는 상황이다. 20대 총선 당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공약을 경쟁적으로 내놓은 야3당과 달리 새누리당은 미디어공약을 따로 내놓지 않았다. 

대신 야당은 다른 법안 논의 자체를 봉쇄하면서 볼모로 잡는 전략을 쓰고 있다. 그러나 이번 정기국회에서 주요 법안처리를 못하면 여당 뿐 아니라 야당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 특히, 단통법(이동통신단말장치유통구조개선법)상 보조금 상한제가 내년 10월 일몰을 앞두고 있어, 관련 논의가 시급한 상황이다.

미방위는 야당 14명 여당 10명으로 구성돼 야당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에 상임위원장을 넘긴 탓에 주요 현안논의 자체를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방위 민주당 관계자는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이 시급하고 중요한 이슈라고 늘 강조하면서도 지도부가 상임위원장을 쉽게 양보했다”면서 “미방위 야당 간사 출신인 우상호 원내대표가 왜 그런 판단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 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지난 1일 오전 서울 여의도 KBS에서 ‘최순실 보도 참사와 인사제도 개악 규탄’ 결의대회를 열고 KBS 보도책임자 사퇴와 청문회 개최를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상임위원장이 새누리당에 있는 미방위는 지난 국정감사 때도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새누리당 보이콧과 무관하게 야당 단독개회를 했던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달리 며칠 동안 국감 자체를 진행하지 못했다. 야3당은 공영방송 보도개입과 관련해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백종문 MBC미래전략본부장, 길환영 전 KBS 사장 등을 증인으로 채택하겠다는 계획이었지만 단 한명도 부르지 못했고 김시곤 전 KBS 보도국장을 참고인으로도 채택하지 못해 ‘맹탕’이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미방위 민주당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기승전 정권교체’다. 정권이 바뀌지 않는 한 공영방송 지배구조가 개선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본다”면서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 됐을 때 정부여당이 독식하는 지배구조를 포기하는 게 최선이다. 반면 새누리당이 차기정권을 창출하면 결국 폐기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