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만 명의 시민들이 광화문 광장과 그 일대에 모여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서울 시청광장과 청계광장 등지에서 열린 사전집회와 각종 정당 보고대회에 참석한 시민들이 7시부터 ‘모이자!분노하자! #내려와라 박근혜 3차 범국민행동’에 참석하기 위해 광화문 광장을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7시 반 주최 측은 “100만 명의 시민들이 모였다”고 공식 선언했다.

지방에서 올라온 시민들과 서울 도심 각지에 흩어져 있던 시민들이 합류하면서 광화문 광장 일대는 100만 명의 촛불 시민들로 가득 찼다. 광화문 광장은 물론 주변 건물 앞 인도와 세종문화회관의 외부 계단, 건물 사이 골목길까지 시민들이 들어섰고, 종각역 부근까지 시민들의 행렬이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이어졌다.

갑작스럽게 늘어난 인파에 휴대전화 통신이 어렵고 인터넷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시민들은 인근 카페나 빌딩 안으로 들어가 전화를 하거나 메시지를 보내야 했다. 시민들은 ‘하야가’를 ‘떼창’하며 “박근혜는 퇴진하라” “하야해” “박근혜를 구속하라” “너희들은 포위됐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 오후 7시반 경 광화문 광장 집회에 참석한 한 시민이 등에 '하야하라'라고 적힌 피켓을 메고 았다. 사진=조윤호 기자

세종대왕 동상 앞에 설치된 무대에서는 오후 4시부터 음악인들의 공연과 주최 측 발언이 이어졌다. 오후 6시경 무대에 올라 선 방송인 김미화씨는 “요구 사항이 있다. 지금 당장 검찰청은 투명 유리로 리모델링하라”라며 검찰 수사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을 비판했다.

김미화씨는 또한 “박근혜 대통령에게도 요구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금 외치니 내치니 이런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오늘 우리가 큰 소리로 외치겠다”며 “무조건 방 빼!”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무조건 방 빼”를 연호했다. 6시30분 경 무대에 오른 방송인 김제동 씨는 ”내란의 주범이 박근혜 대통령 아니냐“라고 말해 시민들의 환호를 받았다.

의정부에서 친구와 함께 시위에 참여한 최모씨(21)는 “김제동씨가 이런 현장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게 고맙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TV에 못나오는 거 아닌가 이런 생각도 했다”며 “문화 예술계에서 블랙리스트를 만든 것도 박근혜 정부가 한 일로 드러났는데 이번에 정말 박 대통령이 사퇴해서 그런 일이 다시는 안 일어났으면 좋겠고, 지금보다 더 많은 문화계 인사들이 사회적 발언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근혜 대통령의 모교인 성심여고 학생 두 명도 무대에 올라 박근혜 대통령의 퇴진을 요구했다. 성심여고 학생들은 “성심여자고등학교의 교훈은 진실 정의 사랑이다. 같은 교훈 아래에서 자랐지만 저희는 선배님과 다르다”며 “박근혜 선배님께서는 지금도 진실이 아닌 거짓을 말하고 계신다. ‘순실’이 아닌 진실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밝혔다.

▲ 성심여고 학생들이 무대에 올라 발언하는 모습이 담긴 정광판. 그 뒤로 조선일보 건물이 보인다. 사진=조윤호 기자

성심여고 학생들은 “우리는 아침마다 지각하지 않으려고 교실로 뛰어간다. 정유라 언니는 고3 재학 당시 단 28일 학교를 다니고 졸업장을 받았다”며 “마사회가 정유라 언니를 위해 100억원을 편성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능력 없고 돈 없는 부모를 둔 우리의 잘못인가”라고 반문했다. 이들은 또한 “박근혜 선배님, 저희 목소리가 들리신다면 제발 그 자리에서 내려와라. 당신을 대한민국 대표로 삼고 살아갈 자신이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 상계동에 거주하는 이춘수(48)씨는 “아이들에게 민주주의를 가르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지만 희망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해 집회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씨의 아들 김선언씨(12)도 “사람들이 국가를 되살리려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다”고 전했다.

광화문 광장 집회에는 야당 정치인들도 대거 참여했다. 문재인 전 대표는 세종문화회관 계단 근처에 앉아 시민들과 함께 집회에 참여했다. 추미애 민주당 대표와 윤호중 정책위원장 등도 “국정에서 손을 떼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박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했던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도 집회에 참석했다. 손 전 대표는 오후 7시10분 경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오늘 민심의 파도를 봤다. 민심의 분노가 평화롭게 타올랐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내려와야 한다고 보나’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47세 은행원 홍모씨는 “대통령을 내쫓고 4월 쯤에 대선 다시 한 번 치러야 할 것 같은 거대야당들이 그런 생각은 없는 것 같다. 문재인 전 대표가 현명하게 대처했으면 한다. 국민이 야당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참할 때, 당과 정치인들은 승부를 거셔야 하는 것 아닌가”라고 말했다.

▲ KBS 취재차량에 시민들이 하야하라는 피켓을 붙인 모습. 사진=김도연 기자
광화문 광장에 모인 인파 외에 일부 시민들은 청와대로 향하고 있다. 8시반 현재 경복궁으로 가는 거리에모인 시민 200여명은 하야가를 부르며 경찰과 대치하고 있고, 일부 시민들은 삼청동 방향 등 곳곳으로 행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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