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를 하기 위한 민중총궐기 집회가 12일 열린다.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집회가 될 것이라 기대를 모으고 있다. 지방 각지에서 시민들이 상경해 전세버스가 동나거나 서울행 KTX 일반실 표가 매진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언론은 ‘촛불 시민혁명’을 거론하고 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추가 사실들이 끊임없이 확인되고 있다. 청와대 민정수석실이 최순실씨가 주도한 ‘K스포츠클럽 사업’ 조사 당일 돌연 조사를 중단해 ‘청와대 비호’ 의혹이 불거졌다. ‘정윤회 문건 유출자’ 중 한 명인 한일 경위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이 나를 회유했다”고 밝혔다.

사회의 이목이 국정농단 사태에 쏠린 사이 국방부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연내 체결 강행에 나섰다. GSOMIA는 특정 국가들끼리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맺는 협정이다. 4년 전 국민적 반대에 부딪혀 좌초된 협정을 사회가 주목하지 않는 틈을 타 강행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아래는 12일 아침 주요종합일간지 9개의 1면 머릿기사 헤드라인이다.
경향신문 <정호성 전 부속비서관 “세월호, 정리된 줄 알았다가 나중에 상황 파악”>
국민일보 <靑 ‘7시간’ 작심 해명했지만…>
동아일보 <검찰, 朴대통령 직접 불러 조사한다>
서울신문 <촛불… 비폭력의 이름으로>
세계일보 <12일 최대 '100만 촛불'… 최순실 정국 분수령>
조선일보 <靑 앞의 '촛불'>
중앙일보 <트럼프 공약대로…캐나다·멕시코, NAFTA 재협상 시사>
한겨레 <시민의 이름으로 촛불을 켭니다>
한국일보 <성난 민심, 촛불로 외친다>

12일 ‘박근혜 퇴진 촛불집회’ 최대 백만 명 예상

“서울행 KTX 매진… 전세버스도 동났다” 조선일보는 12일 서울 도심에서 열리는 민중총궐기 집회를 앞두고 ‘대규모 상경 작전’이 펼쳐졌다고 보도했다. 12일 오전 광주송정발 KTX는 일부 좌석만 남았고 대전·충남의 경우 전세버스를 구하기 힘든 상황이다. 광주 지역 80여개 시민단체가 모인 ‘박근혜 퇴진 광주시민운동본부’는 40인 전세버스 250여 대를 마련해 집회에 첨석한다.

▲ 12일자 한겨레 1면

참가자는 민주노총 주최 집회 참여자에 한해서만 최소 10만여 명, 전체 참가자로 확대하면 최소 50만명에서 최대 100만명이 될 것이라 보여진다.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호남지역은 2만7천여 명이, 대전·충남에서도 2만여 명이 집결할 것으로 보인다. 대구·경북에서는 1만여 명, 부산·울산·경남에서 2만5천여 명, 강원도 5천여 명으로 추산된다.

집회, 시위 등 시민들의 직접 행동에 부정적 시각을 보여왔던 보수언론은 12일 민중총궐기에 대해서는 기대감을 표하면서 박 대통령의 하야나 ‘폭력집회’와는 선을 그었다. 조선일보는 ‘암담한 상황에 빛 같은 시민 의식, 오늘 집회도 밝혀야’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지금까지 최순실 사태에 항의하는 시위는 놀랄 만큼 평화적이었다. 사태의 심각성과 커다란 국민 분노에 비하면 시위에서 나타난 시민 의식은 이 암담한 시기에 한 줄기 빛과 같이 국민을 안심시켰다”면서 “12일 집회가 얼마나 평화적으로 치러지느냐는 대한민국이 지금의 역경을 뚫고 나갈 능력이 있는지를 보여주는 척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 12일자 조선일보 사설

중앙일보는 ‘평화적 분노 표시로 민주주의의 진전 이뤄내자’ 사설에서 “이번 3차 광화문 시민시위는 헌법을 부정하고 주권을 유린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심판하자는 민심을 대한민국의 심장부에서 보여줌으로써 박 대통령에게 현명한 정치적 결단을 내리라고 촉구하는 의미가 있다”면서도 “소중한 뜻을 살리기 위해 시민들이 유념해야 할 가장 큰 덕목은 평화적인 행동… 박 대통령과 야권은 실질적 2선후퇴의 조건을 합의함으로써 권력진공 상태를 하루빨리 메우는 게 지금 할 수 있는 유일한 애국임을 깨닫기 바란다”고 주장했다.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정윤회 문건유출’ 자백 회유했다”

2014년 비선실세로 지목된 ‘정윤회 문건’ 파동 당시 문건 유출 혐의를 받았던 한일 전 서울경찰청 경위가 2년 간의 침묵을 깨고 수사 당시 청와대의 회유가 있었음을 공식 확인했다. 

그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체포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직속 특별감찰관 박아무개 행정관을 보내 나를 회유한 것은 사실”이라며 “박 경감은 ‘형님, 지금 가서 (문건을 최경락 경위에게 넘겼다고) 자백하세요. 그러면 자진 출두한 걸로 해 불기소로 편의를 봐줄 수 있대요’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 12일자 세계일보 2면

그는 “분명 회유였다. 그들(검찰)도 (문건) 유출경로를 찾아야 했다. …(중략)… 내 자백이 필요했던 것”이라면서 “(박 행정관이) 울먹울먹하며 ‘저도 살려주세요’ 하더라”고 말했다.

세계일보는 “문건이 제기한 비선 실세의 국정농단이라는 본질을 한 전 경위의 자백을 바탕으로 ‘조응천 전 공직기강비서관-박관천 전 경정-한일 전 경위-최경락 전 경위’ 등으로 이어지는 문건유출 사건으로 급하게 몰아가려 했다는 것이 확인된 셈”이라면서 “고백이 모두 사실이라면 청와대는 검찰의 수사에 개입했을 뿐만 아니라 검찰의 수사정보까지 활용해 회유를 시도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것”이라 지적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휘하던 민정수석실이 '최순실의 흔적'을 추적하다가 돌연 중단한 정황”도 들어났다. 조선일보는 지난 5월 말 “K스포츠클럽 운영을 둘러싼 출장 조사를 위해 직원 20여명이 집결했다가 출장 당일 아침에 급작스럽게 취소됐다는 지시를 받았다”는 민정수석실 내부 증언이 나왔다고 보도했다.

‘K스포츠클럽 사업’은 클럽 1곳당 정부로부터 3년에 최대 9억원까지 예산 지원을 받을 수 있고, 올해는 작년보다 42억5000만원이 늘어난 130억원가량의 예산이 배정됐다. 문제는 원래 '종합형 스포츠클럽 사업'이었는데 문체부가 갑자기 공문을 보내 '명칭을 K스포츠클럽으로 바꾸라'는 지시를 내린 것이다. 민정수석실은 최순실씨가 ‘K스포츠재단’을 만든 뒤 클럽이 재단의 이권에 활용되는 일이 속속 벌어짐에 따라 조서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 12일자 경향신문 3면

최순실씨에게 청와대 업무 자료를 보고한 자로 지목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은 검찰 조사 도중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행적’과 관련해 “박 대통령은 관저에 있었다”며 ‘사태가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가 나중에 상황이 급변했다는 것을 파악하게 됐다’는 취지로 언급했다고 알려졌다.

청와대는 11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 대통령의 성형시술 의혹에 대해 “(관련 의혹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확인한 결과 전혀 사실이 아니”라면서 “전혀 근거 없는 유언비어로, 박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정상 집무했다”고 직접 해명에 나섰다.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최씨와 함께 이 시간에 굿을 했다거나 성형시술을 받았다는 의혹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편, 박근혜 대통령 지지율은 여전히 최저 수준인 ‘5%’를 보이고 있다. 2주 째 제자리다. 한국갤럽이 지난 11일 발표한 주간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을 긍정 평가한 답변은 지난 주와 같은 5%에 머물렀고, 부정 평가는 90%를 기록했다.

박 대통령의 지지율은 서울에서 6%, 인천ㆍ경기 5%, 충청 7%, 부산ㆍ울산ㆍ경남 5%, 대구ㆍ경북 9%, 그리고 호남에선 2주 연속 0%를 기록했다. 20대 응답자 사이에서도 0%였고, 30대와 40대에선 각각 3%, 50대는 6%, 60대 이상은 13%를 보였다.

국민 반발에도 ‘군사작전’하듯 한·일 군사정보협정 체결 준비

국방부는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다음주 3차 실무 과장급 협의를 열 예정이다. 3차 협의 때 협정문에 가서명을 하게 될 것”이라며 “9일 법제처에 사전 심사를 의뢰했다. 심사가 끝나면 차관회의, 국무회의 의결 등을 밟은 뒤 한·일 간 협정을 체결 할 것”이라 밝혔다.

▲ 12일자 한겨레 8면

군사정보협정(GSOMIA)는 국가 간 군사 기밀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맺는 협정이다. 양국 간 군사정보 비밀등급 분류, 정보 교환방법, 교환된 정보의 보호방법, 분실 훼손 시 대책 등의 내용이 담기게 된다. 쉽게 말하면 한국과 일본의 군사정보가 '직거래' 되는 셈이다.

경향신문은 국방부가 ‘군사작전’하듯 외교안보 문제를 밀어붙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국방부가 협상을 재개한 지 열흘도 지나지 않아 ‘체결 합의’에 이르렀다고 말하는 상황으로, 대통령이 ‘통치불능’인 상황이자 국민적 여론수렴 과정이 전무한 상태로 체결 절차가 속전속결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경향은 “정부가 최종 문안이 없는 상태에서 사전심사를 의뢰하는 등 협정 체결 시점을 앞당기기 위해 무리수를 두고 있다”고 지적했다.

GSOMIA는 4년 전 이명박 정부가 일본 정부와 비밀리에 협정 체결을 추진했다가 이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면서 체결 직전 취소됐다.

GSOMIA는 큰 틀에서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MD)로 편입되는 과정으로 볼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한·미·일의 '3각체제'를 위한 정보 교환의 기반을 형성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협정이 체결되면 향후 한·미·일 대 북·중·러의 대결 구도가 형성돼 동북아 정세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