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대전지검은 현대자동차 부품 협력사인 유성기업의 유시영 회장에게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창조컨설팅의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갖가지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는 혐의다. 노조는 ‘솜방망이 처벌’이라고 검찰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은 지난 7일부터 5일 간 오체투지에 나섰다.

검찰의 구형을 간과할 수 없는 이유는 유성기업이 보여 온 ‘백화점식 노조파괴’ 행위 때문이다. 불법 직장폐쇄, 부당해고, 단체교섭 거부, 제2노조 설립 지원, 제2노조 가입 종용 및 기존 노조 탈퇴 종용, 임금차별, 노조사무실 출입 제한 등 노조 활동 방해 등이 공소장에 기재된 혐의들이다. 일련의 탄압은 지난 5여 년간 지속됐다.

▲ 2011년 직장폐쇄 당시 유성기업 측이 고용한 용역경비인력. ⓒ민중의소리

시작은 2011년 직장폐쇄다. 사측은 2011년 5월18일 오후 8시 유성노조(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가 이날 파업에 돌입한 지 두 시간 만에 직장폐쇄를 단행했다. 노조가 이후 15회 걸쳐 업무복귀 교섭을 요청하고 업무복귀통지서를 보냈음에도 사측은 직장폐쇄를 유지했다. 파업 국면을 장기화하면서 노조 내 분열을 일으켜 강성노조를 고립시키려는 전략의 일환이다. 창조컨설팅의 노무관리 컨설팅 문건 ‘유성노조 노조파업 관련 정보 판단 및 대책’은 파업 돌입 시 직장폐쇄로 대응할 것, 공장 가동을 중단할 것 등을 명시하고 있다.

사측은 직장폐쇄 중 ‘제2노조’ 설립을 지원했다. 고용노동부 조사 및 검찰 수사 자료에서 확인된 사실이다. 사측 임원이 2011년 6월~7월 동안 직원들에게 노동조합 설립절차를 알려주고 설립신고서, 규약, 총회 회의록 등도 작성해줬다. 기소된 사측 임원들은 2011년 12월 일부 직원에게 금속노조 산하인 유성노조 탈퇴를 종용했다. 2012년 1월엔 사무직 직원 49명에게 기업노조 가입을 종용했다. 창조컨설팅 문건엔 ‘금속노조 유성지회 조합원 규모 축소’, ‘제2노조 설립’ 등이 핵심 목표로 적혀 있다.

이후 사측은 수년 간 유성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거부했다. 사측은 유성노조와 기업노조 조합원 간 연장·휴일근로시간을 차별적으로 부여했다. 임금이 잔업 수당에 좌우되는 생산직 직원들에게 잔업이 없으면 기본급만 받는다는 의미다. 이와 같은 불이익 처우들이 수년간 지속됐다는 게 유성노조의 입장이다.

부당노동행위는 최고 징역 2년, 근로기준법상 임금체불은 최고 3년을 구형할 수 있다. 저지른 범죄가 두 개 이상일 땐 형량이 1.5배까지 가중된다. 유성기업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 6인은 범죄사실로 인정된 혐의만 최소 스무 여개가 넘는다.

▲ '제2노조'를 전략 방안으로 제시하고 있는 창조컨설팅의 '회사 경쟁력 강화를 위한 노사관계 안정화 컨설팅 제안서'. 사진=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자료

노동기본권 탄압이 CCTV 파손보다 죄질이 낮은가?

검찰이 대표이사에게 1년을 구형하는 사이, 유성노조 조합원들은 CCTV를 파손하거나 현수막 제작시 쓴 페인트 물이 바닥에 배였다는 이유로 ‘1년 6개월’을 구형받았다.

유성기업 아산공장 조합원들은 2014년 10월 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불만을 품고 단체 현수막 제작에 나섰다. ‘유시영 구속’, ‘이기봉 구속’ 등의 문구도 있었지만 ‘돈XX 그만해라’, ‘이기봉 XXX’ 등 비속어가 포함된 구호도 있었다. 사측은 ‘재물손괴’ 혐의와 ‘모욕’ 혐의로 조합원 25명을 고소했다. 주도자는 1년 6개월을, 나머지 24명은 1년을 구형받았다.

아산공장 조합원 4명은 회사재산인 CCTV를 파손해서 1년 6개월을 받았다. 회사가 노조의 불법 점거를 방지하고 공장 내 안전을 유지하기 위해 CCTV 3대를 설치했다. 조합원은 노조 감시, 인권 침해 등의 이유를 들며 CCTV에 붉은 색 천과 테이프를 붙이거나 스프레이를 뿌렸다. 주도한 조합원은 1년 6개월, 나머지 3명은 1년을 구형받았다.

노조 측이 사측을 기소하는데 걸린 시간은 4년이다. 검찰이 대다수 범죄 사실에 불기소 처분을 내리면서 직접 법원에 ‘기소해 달라’는 절차(재정신청제도)를 거쳐야 했기 때문이다. 2011년 고소한 사건이 2015년 ‘범죄’가 되기까지 4년이 걸렸다. 반면 사측이 고발한 것은 기소까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았다.

노동자에게만 무자비한 검찰의 칼끝… 유성노조 “최소 2년 선고 해야”

검찰은 죄의 경중을 헤아려 죄질에 합당한 처벌을 구형한다. ‘노조파괴 시나리오’에 따라 수년 간 노조를 탄압해 온 회사가 있고 이들 부당노동행위에 시달리다 임원을 모욕하는 현수막을 만든 노조가 있다. 노사 관계에서 주도권과 결정권을 쥐는 쪽은 사용자다. 사측은 최대 1년을 구형받았고 노조 측은 최대 1년6개월을 구형받았다. 검찰의 칼 끝이 누구에게 더 무디고 날카로운지는 명백해 보인다.

▲ 유성기업 범대위 및 오체투지 행진단이 9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법원을 출발해 한남동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을 향하고 있다. 사진=손가영 기자

유성노동자들은 ‘솜방망이 처벌’을 규탄하기 위해 지난 7일부터 ‘30km 오체투지길’에 나섰다. 노동기본권을 무시한 대가가 ‘CCTV 파손’에 대한 대가보다 낮다면 어느 사용자라도 노조 탄압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란 문제의식에서다. 유성노조의 법률대리인 김상은 변호사는 “노동자는 생산라인을 1주일만 세워도 구속되는데 중차대한 노조 파괴를 몇 년 동안 저질러도 고작 1년이 구형된다”면서 “유성기업은 ‘백화점식 노조파괴범’이다. 법에 따라 유시영 회장에겐 최소한 징역 2년은 구형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1년을 구형한 검사는 지난 7월 15일 유성기업과 유사한 ‘노조파괴범’ 갑을오토텍 박효상 전 대표이사에게 징역 8개월을 구형한 검사다. 법원은 박 전 대표에게 얼마를 선고했을까. 대전지방법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검찰이 철퇴를 가하지 못한 노조탄압 행위를 법원이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대한민국 검찰 앞에서 국민이 평등하다고 생각하십니까?” 지난달 6일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노회찬 정의당 원내대표가 차맹기 대전지방검찰청 천안지청장에게 던진 질문이다. 대전지검이 특전사 출신을 채용해 노조 와해 시도를 한 갑을오토텍 사측과 사측 임원을 비하하는 현수막을 제작한 유성기업 노동자에게 똑같은 ‘징역 8개월’을 내린 데 대해서였다. 유성기업 사건의 선고 기일은 내년 1월20일로 예정돼있다. 법원이 검찰의 솜방망이 구형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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