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방송’이라는 비판을 받고 집회 현장에서 쫓겨나고 있는 MBC 구성원들의 참회와 부끄러움이 공영방송 농단 책임자들에 대한 분노로 바뀌고 있다. 

10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앞에서 열린 ‘MBC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에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 조합원과 외부 인사 등 400여 명이 모여 안광한 사장 이하 현 MBC 경영진들의 방송농단에 대한 공개 사과와 사퇴를 촉구했다.      

이날 노조는 비상총회 결의문을 통해 “며칠 전까지만 하더라도 MBC에서 ‘최순실’이란 석 자는 금기어였다. 지난 10월20일 박근혜 대통령이 처음으로 최순실이란 이름을 언급할 때까지 MBC 뉴스데스크에서 최순실은 언급해서는 안 되는 ‘신성한’ 그 어떤 것이었다”며 “MBC가 두 눈 시퍼렇게 뜨고 권력을 감시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벌어졌다. 너무 부끄럽고 죄송해서 가슴을 치지 않을 수 없다”고 규탄했다.

노조는 “지난 10월29일 시민촛불 현장에서 MBC 기자들과 카메라 기자들, 중계차 요원들은 시민들이 운집한 현장에서 욕설을 듣고 내쫓김을 당했다”며 “170일간 파업 후 지금까지 서울에서만 200명에 달하는 MBC 구성원들이 해고되고, 정직되고, 부당전보 돼 자기 자리에서 모두 쫓겨났다”고 지적했다.

10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앞에서 ‘MBC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노조는 이어 “MBC 보도를 이렇게 만드는 데 앞장선 안광한 사장, 김장겸 보도본부장, 최기화 보도국장, PD수첩을 말살한 백종문 미래전략본부장, 김현종 편성제작본부장, 지역사를 망가뜨리는 안광한 경영진의 꼭두각시 사장들이 하는 짓을 두고 보지 않겠다”며 “MBC가 제자리를 찾기 위해서 반드시 책임을 물어 쫓아내겠다”고 밝혔다.  

조능희 언론노조 MBC본부장은 “촛불 현장에서 MBC가 배척받은 적은 역사상 처음이다. 그런데 경영진들은 전혀 개의치 않고 MBC가 끊임없이 추락하고 있어도 나 몰라라 하고 있다”며 “경영진은 그들에게 바른말 하고 끊임없이 보도 잘하라고 방송 잘 만들라고 꾸짖는 조합원을 없애기 위해 치가 떨릴 만큼 갖은 악행을 저질렀다”고 비판했다.

조 본부장은 “MBC를 정상화하는 방법은 지금 당장 바른말 하고 밖으로 쫓겨난 조합원, 취재 잘하고 국민과 시청자를 위한 방송을 하던 기자·PD·아나운서·엔지니어 등 모두 제자리 돌려놓는 것”이라며 “나는 이용마 해직기자가 암에 걸렸다는 소실을 듣고 한 달 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는데, 남의 고통을 딛고 자신의 출세 위해 동료를 버리면서 자기를 위하는 자들은 결코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없다”고 질타했다. 

방창호 MBC본부 수석부본부장은 “아파하고 병들어가는 서민과 노동자의 목소리가 MBC 방송에서 사라졌고, 권력과 자본을 대변하는 나쁜 바이러스가 서울만 아니라 전국으로 퍼져 나갔다”며 “경영이 방송을 지배하고 MBC의 근간인 네트워크 체제의 장점이 사라져 버리면서 방송 경쟁력이 서울과 더불어 지역 MBC도 동반 추락하고 있다. 권력에 기생하며 MBC의 미래는 아랑곳하지 않고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서울과 지역 MBC 경영진, 부역자들이 현재 MBC를 이렇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10일 저녁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앞에서 ‘MBC 방송 정상화를 위한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가 열렸다. 사진=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이호찬 민주방송실천위원회 간사도 “최순실만 마녀로 만들고 있는 지금 MBC 뉴스는 세월호 참사 때 유병언이 최순실로 바뀌었을 뿐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성역”이라며 “대통령 지지율이 5%까지 추락했는데 MBC 뉴스는 대통령이 성역이고 지켜야 할 존재기 때문에 다루지 않았다. 이게 청와대 방송이 아니고 무엇이냐”고 비판했다. 

이 간사는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뉴스데스크는 한결같이 정부를 옹호했다. 내가 민실위 간사를 맡고 나서도 성완종 리스트, 국정원 해킹, 백남기 농민 사건, 국정교과서, 세월호 특조위 논란 등 MBC는 철저히 청와대 편에서 뉴스를 만들었다”며 “너무 늦었지만 보도국 기자들이 마이크를 놓을 각오하고 지금이라도 목소리 내고 움직이고 있다. 매일 기자들이 올리는 글을 보면서 조금씩 용기내고 있다. 지금부터라도 더 늦지 않게 MBC 뉴스를 바로잡기 위해 싸우자”고 독려했다.

이날 언론노조 MBC본부 전국 조합원 결의대회를 지지하러 온 윤창현 언론노조 SBS본부장은 “지금 이 불의한 권력에 맞서 싸우는 중심에 있는 언론인이 다 MBC가 키워낸 간판들 아니냐”며 “뉴스타파든 JTBC든 언론이 무엇을 해야 한다는 기본을 현장에서 잘 녹여내고 권력의 심장을 겨누는 역할을 충실히 해내는 이들이 MBC 정신의 산물이다. 마지막 KO 펀치는 여러분이 날려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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