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보도국 내부에서도 ‘최순실 게이트’ 낙종에 대한 보도국 간부 퇴진과 정권 편향 뉴스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MBC 보도국 사회1부 데스크를 맡고 있는 김주만 기자(차장)는 7일 보도국 내부 인트라넷 게시판에 “뉴스 개선은 보도국장의 퇴진으로 시작해야 합니다”로 시작하는 글을 올려 “(최기화) 보도국장조차 어디부터 취재할지를 몰라 남의 뉴스를 지켜봤다 받으라고 지시를 하고, (오정환) 부국장은 ‘오늘은 어느 신문을 베껴 써야하냐’고 묻는 현실이 이게 과연 MBC가 맞냐는 의문이 들 정도”라고 지적했다.

김 기자는 “뉴스 개선은 보도국장과 편집회의 간부들의 퇴진으로 시작돼야 한다”며 “또한 보도국에서 찍어냈던 모든 기자를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것으로 시작돼야 하며, 기자를 정보원으로 만들지 말고 뉴스 가치에 따라 기사를 쓰는 기자로 만드는 것으로 시작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가 3일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최순실씨 관련 MBC 보도를 비판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 기자는 그동안 MBC 보도국 분위기는 정권의 눈치를 보며 최순실 후속보도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상황이었다고 고발했다. 그는 “정권의 힘이 무서워 보도를 못 하는 상황이라면 특종 보도는 못 해도 최소한 국장은 사실관계에 대한 취재라도 지시해야 했지만 국장은 그렇지 않았다”면서 “국장은 기자들이 기사 가치로 판단하지 않고 국장이 싫어하지 않을까, 부장에게 찍히지 않을까 눈치를 보는 보도국으로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이어 “반발하는 기자들을 징계하고, 저항하는 기자들을 쫓아내고, 마음에 안 드는 기자들의 입을 틀어막은 결과”라며 “보도국은 함량 미달의 뉴스 편집이 이뤄져도 침묵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기사가 나가도 침묵하고, 시청자들이 등을 돌려도 스스로를 조소하는 곳이 돼버렸다”고 자조했다. 

김 기자는 또 “신문과 종편에 최순실의 농단을 폭로한 제보자들이 ‘MBC하고는 인터뷰를 안 한다’는 차가운 반응이 이런 우리의 현실을 보여준다”며 “국장과 편집회의 간부들의 능력도 이쯤 되면 충분히 검증됐다. 혹시라도 보은 차원에서 박근혜 정권을 지켜야 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면 그건 착각이고 망상이다. 그것도 뉴스가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것”이라고 역설했다.

앞서 지난 2일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도 사내 게시판에 공영방송 MBC가 최순실 관련 의혹 보도를 축소하고 대통령 발언 전달에 충실했던 것에 대한 자성의 글을 올렸다. (관련기사 : MBC 기자협회장 “우리는 공범이다” 반성문)

김 회장은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일가의 꼭두각시’ 라고 명명하지 못해서 이렇게 됐다”며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MBC 뉴스를 자신의 입신을 위해 더 이용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김 본부장을 ‘MBC 뉴스를 이용해 사(私)를 취하려는 자’라고 분명하게 명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주만 기자가 보도국 게시판에 올린 글 전문이다. 

뉴스 개선은 보도국장의 퇴진으로 시작해야 합니다

보도국에서는 그동안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광경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아픈 낙종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타사의 기사를 이렇게 넋 놓고 바라보고 있던 적은 없었습니다.
 
MBC 뉴스데스크가 시청률 30%대를 기록한 적은 있어도 창사 이래 시청률 3%대를 기록한 적은 없었습니다.  
 
보도국장 조차 어디부터 취재할지를 몰라 남의 뉴스를 지켜봤다 받으라고 지시를 하고, 부국장은 "오늘은 어느 신문을 베껴 써야하냐"고 묻는 현실이 이게 과연 MBC가 맞냐는 의문이 들 정돕니다. 
 
국장을 비롯한 편집회의 간부들은 그동안 뭘 했습니까? 다른 언론들이 몇 달째 거대한 퍼즐 조각을 하나 둘 맞춰가고 있을 때 MBC 보도국 편집회의에서는 무엇을 했습니까? 
 
정권의 힘이 무서워 보도를 못하는 상황이라면 특종보도는 못해도 최소한 국장은 사실관계에 대한 취재라도 지시했어야 했습니다. 국장은 그렇지 않았습니다.
 
국장은 기자들이 기사 가치로 판단하지 않고, 국장이 싫어하지 않을까, 부장에게 찍히지 않을까 눈치를 보는 보도국으로 만들었습니다. 
 
반발하는 기자들을 징계하고, 저항하는 기자들을 쫒아내고, 마음에 안 드는 기자들의 입을 틀어막은 결과입니다. 보도국은 함량 미달의 뉴스 편집이 이뤄져도 침묵하고, 진실을 왜곡하는 기사가 나가도 침묵하고, 시청자들이 등을 돌려도 스스로를 조소하는 곳이 돼버렸습니다.
 
혹시라도 우리가 최순실의 태블릿 PC를 갖고 있었다 하더라도 과연 지금의 보도국이 이를 보도할 수 있었을까도 의문이지만 그런 꿈같은 일은 MBC에는 벌어지지 않게 됐습니다.
 
신문과 종편에 최순실의 농단을 폭로한 제보자들이 "MBC하고는 인터뷰를 안 한다"는 차가운 반응이 이런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타사가 톱뉴스로 생생한 도심 총격전의 상황이 방송되는 상황에서도 우리 보도국에는 단 한 건의 제보가 오진 않았다는 것이 이런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논거가 빈약한 '김일성 가짜‘를 뉴스로 만들라고 지시하고, 이를 거부하는 후배를 공개적으로 힐난할 수 있는 편집회의 분위기가 이런 우리의 현실을 보여줍니다. 
 
정권에 부담이 되는 제보는 단 한 건도 들어오지 않으면서, 곤경에 처한 청와대를 구원하는 '이석수 수사 내용 유출'과 같은 뉴스는 취재가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보십시오. 
 
직접 MBC 로고가 담긴 카메라를 들고 거리로 나가서 국민의 소리를 들어보십시오
 
더 이상 시간이 없습니다. 국장과 편집회의 간부들의 능력도 이쯤 되면 충분히 검증된 것 아닙니까? 시청률 3%...이쯤 되면 충분히 떨어진 것 아닙니까? 
 
혹시라도 보은 차원에서 박근혜 정권을 지켜야한다는 사명감을 가졌다면 그건 착각이고 망상입니다. 그것도 뉴스가 힘이 있을 때나 가능한 겁니다. 
 
뉴스개선안을 제안합니다. 
 
뉴스 개선은 보도국장과 편집회의 간부들의 퇴진으로 시작돼야 합니다.
뉴스 개선은 보도국에서 찍어냈던 모든 기자들을 다시 원래 자리로 되돌리는 것으로 시작돼야 합니다. 
뉴스 개선은 기자를 정보원으로 만들지 말고, 뉴스 가치에 따라 기사를 쓰는 기자로 만드는 것으로 시작돼야 합니다.


(편집자주. 본문의 부국장은 지윤태가 아니라 오정환으로 바로잡습니다. 11월8일 오전 10시50분 기사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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