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청와대 방송은 무조건 박근혜 대통령과 청와대만 옹호하기 바빴다. 그런데 MBC 경영진이 옹호했던 건 박 대통령이 아니었다. 이 바보들이 대통령 뒤에 있는 최순실의 국정농단을 옹호했던 거다. 얼마나 불쌍한 일이냐.”

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선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 보도 요구폭력으로 짓밟는 MBC 사죄 촉구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MBC 경영진을 향해 신랄한 비판을 한 조능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도 지난 1일 최순실 관련 MBC 보도를 비판하는 피케팅을 하다가 사측으로부터 저지당했다. 청와대 비호 방송 중단을 요구했던 건데 전치 2주의 부상을 입었다.

노조는 조합원들의 합법적인 홍보활동을 물리력을 동원해 방해한 MBC 사측에 ‘심각하고 중대한 부당노동행위를 저질렀다’며 사과와 재발 방지, 책임자 처벌을 요구했다. 하지만 사측으로부터 돌아온 답변은 ‘앞으로 피케팅을 할 때는 회사의 시설관리권을 침해하지 말라’는 엄포였다. 피케팅을 한 조합원들을 강제로 끌어내는 과정에서 일부가 신체 부상을 당한 것에 대해선 ‘유감의 뜻’을 전한다면서도 ‘보안 요원들도 다쳤다’고 항변했다. 

조능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이 1일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최순실씨 관련 MBC 보도를 비판하는 피케팅을 하다 사측 안전관리 요원들에게 저지당하고 있다. 사진=언론노조 MBC본부
조 본부장은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나중에 법적으로 문제가 되면 쌍방 폭행으로 몰아가려고 그러는 것 같다”며 “이는 얼마나 안광한 사장 이하 경영진이 노조의 합법적인 권리, 기본적인 표현의 자유조차 보장하지 않는 압살 분위기가 위에서부터 팽배해 있는지 보여주고 이런 부당노동행위가 일상화돼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MBC 경영진의 노조 혐오와 부당노동행위 혐의는 이번만이 아니다. 최기화 MBC 보도국장은 지난해 노조가 발행한 민주방송실천위원회(민실위) 보고서를 뭉치째 찢어 쓰레기통에 버렸다가 중앙노동위원회에서도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받았다. 사측은 지난 3월에도 노조의 파업 찬반 투표소를 몰래 촬영하다가 발각돼 부당노동행위라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관련기사 : 노동위도 인정한 MBC 보도국장의 ‘노조 혐오’ / [단독] MBC 사측, 노조 총파업 투표 몰카 찍다 들통)

게다가 공영방송이 ‘최순실 게이트’의 진실을 외면하고 연거푸 낙종을 거듭한 것에 대해 KBS 보도본부장은 책임을 인정하고 사퇴의 뜻을 밝혔지만, MBC 보도본부장은 여전히 함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조 본부장은 “KBS는 최소한 공정방송위원회라도 하는데 우리는 그런 원초적인 절차도 사라진 상황”이라며 “노사협의회에서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사장보다도 먼저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KBS보다 MBC가 더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의 공범이었는데 김 본부장은 일언반구도 없고 어떤 입장 변화도 안 느껴진다”고 말했다. 

조 본부장은 또 2012년 대선을 앞두고 교통사고로 숨진 박 대통령의 보좌관 고 이춘상씨가 최씨에게 태블릿 PC를 넘겼다는 데 방점을 찍은 MBC 보도에 대해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며 “무너져가는 권력을 막아보려고 발버둥을 치는데 국민의 뜻을 거스르고 저널리즘 원칙에도 벗어나 한심할 노릇”이라고 비판했다.   

MBC는 2일 뉴스데스크에서 “최순실씨는 박 대통령 후보 시절에 문제의 태블릿 PC를 받아, 고 이 보좌관으로부터 청와대 문서를 메일로 전달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박 대통령 당선 전에 이미 숨진 사람이 청와대 문서를 전달했다는 황당한 보도이다. 

조능희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 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앞 광장에선 열린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진실 보도 요구폭력으로 짓밟는 MBC 사죄 촉구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전국언론노동조합은 3일 MBC 경영진과 보도책임자들의 사과와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에서 “2012년 사고로 사망한 박 대통령의 전 보좌관을 소환해 책임을 떠넘기려 한 보도는 보는 이로 하여금 차마 할 말을 잃게 만든다”며 “마치 주술에 홀려 분별력을 상실한 채 박근혜 정권과 공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고 질타했다.

조 본부장은 최근 MBC ‘시사매거진 2580’과 ‘리얼스토리 눈’ 등 시사 프로그램에서 최순실 관련 아이템을 다룬 것에 대해선 “중간 관리자들이 흔들리고 있다”고 해석했다. 그는 “위에서 지시한 것 같진 않고 김재철-안광한 체제의 중간 간부들이 슬슬 국민의 눈치를 보기 시작한 것”이라며 “지금껏 그들이 기댔던 청와대 권력이 흔들리지 자신들도 흔들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일부터 시작한 점심 피케팅 등에 조합원들의 참여가 점점 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조 본부장은 “MBC가 공범의 현장임을 지적했는데 경영진이 그걸 안 듣고 이 지경까지 왔으니 지금까지의 조합 활동에 한계를 느낀 조합원들이 아래에서부터 뭔가 행동을 보이자는 요구들이 많다”며 “그래서 피케팅과 천막 농성을 시작했고 특히 지난 물리적 충돌 이후 조합원들이 집행부에만 맡기지 말고 집행부를 지켜주자는 분위기가 높아졌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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