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국면에서 밝혀야 할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10여개 단체가 속한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는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시민이 알아야 할 10가지 의제에 대해 발표했다. 이는 시민들이 지금 궁금해하는 사안으로 언론이 앞으로 취재해 밝혀야 할 부분이다.

시민이 제안하는 ‘최순실 국정농담’ 10대 의제는 아래와 같다.

1. 세월호 참사 당일 7시간, 대통령은 무엇을 했는가?
2. 외교사안에서 대통령은 어디까지 최순실에 의존했는가?
3. 예측할 수 없고 돌발적인 대통령의 대북정책은 최순실의 영향인가?
4. 재벌과 대기업들은 최순실과의 거래에서 무엇을 얻었는가?
5. 최순실, 차은택이 사유화하고 검열한 문화행정 사업의 끝은 어디인가?
6. 이화여대 정유라 특혜의 배경은 무엇인가?
7. 대통령은 최순실의 청와대 및 공직 인사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했는가?
8. 공영방송은 최순실 인사전횡에서 자유로웠는가?
9. 최순실과의 관계에 침묵하는 자 누구인가?
10. 산적한 의혹 규명에 나선 검찰을 과연 믿을 수 있는가?

▲ 박근혜 대통령이 6월8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 참석해 참모진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재원 정무수석, 박 대통령, 안종범 정책조정수석, 우병우 민정수석, 현대원 미래전략수석. ⓒ 연합뉴스

유경근 4·16 가족협의회 집행위원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며칠 전 뉴스자막에서 ‘최순실 문제 때문에 소비심리가 위축됐다’는 내용을 봤는데 보는 순간 고개를 돌렸다”며 “나라가 이런데 어느 국민이 맘 편하게 나가서 먹고 마시고 살 수 있겠느냐”고 비판했다. 유 위원장은 “그 보도를 보면서 ‘세월호 때문에 장사 안 된다’ 등 수많은 마타도어를 들었던 가슴 아픈 경험이 떠올랐다”고 지적했다. 

유 위원장은 “지금도 대부분 언론이 검찰만 바라보고 있고, 생명을 빼앗기고 인권을 유린당해 길거리에 몰린 사람들 옆에는 몇몇 언론밖에 볼 수 없다”며 “언론이 가야할 길인지 묻고 싶다”고 덧붙였다.

유 위원장은 “세월호 7시간이라는 표현은 가족들이나 시민들이 만든 이야기가 아니라 여당 의원이 만든 표현”이라며 “청와대가 움직였던 최순실이 됐든 (세월호 참사와 관련해) 무슨 작용을 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세월호 참사 진실을 밝히는 단초가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하며 적극적 취재를 당부했다.

외치와 내치, 분리될 수 없다

기존 정부의 입장이 조율 없이 뒤집히거나 갑자기 발표가 된 것을 중심으로 외교분야에서도 최순실이 어디까지 개입했는지 의혹을 제기할 수 있다. 정욱식 평화네트워크 대표는 △F35 기종 결정과정 △T50 전투기 사업지원 △대북확성기 배치 △개성공단 전면중단 △사드배치 등 5가지 의문점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1월6일 북한이 4차 핵실험을 하고 한민구 국방장관은 정부차원에서 휴전선 인근 주민과 병장에 대한 안전 사안이라 대북확성기 배치를 신중하게 검토할 사안이라고 말했는데 청와대 결정이라며 2시간 뒤에 배치가 결정됐다”며 “주무부처 장관의 의사를 무시하면서 대통령이 신속하게, 납득하기 힘든 결정을 한 것에 대해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부 언론과 정치권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이 내치에서 손을 떼고 외치에 전념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이에 정 대표는 “내치와 외치는 분리되지 않는다”며 “특히 외치를 내치에 이용해온 상황에서 그런 이분법 논리를 주장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게이트 정국이 수습이 되더라도 외교분야는 되돌리기 어렵다”며 “대통령은 외치에도 손을 떼야 한다”고 덧붙였다.

▲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가 3일 오후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이것이 알고싶다는 주제로 최순실 국정농단 10대 의제를 발표하고 있다. 사진=장슬기 기자

언론도 물타기 할지 모른다

최순실과 관련자들이 검찰에서 수사받는 중이지만 시민들은 검찰을 온전히 신뢰하지 않는 분위기다. 언론은 검찰이 사태의 본질을 흐리는 ‘물타기’에 대해 감시할 책임이 부여된다.

▲ 2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보도를 시청하고 있다.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김환균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물타기는 세 군데에서 일어날 수 있다”며 “검찰이 정보를 통제하면서 벌어질 수 있고, 박근혜 대통령을 포함해 사건 당사자들이 다른 쪽으로 초점을 흐릴 수 있으며, 언론사가 국민적 관심이 높은 이 사건을 보도하면서 사건의 초점을 흐리거나 축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김종철 자유언론실천재단 이사장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가 전파와 지면을 뒤덮는 가운데에도 자유롭게 보도하지 못하는 KBS와 MBC 동료들에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며 “그곳에도 자유언론과 공정방송이 되살아나 국정을 담당할 수 없는 박근혜라는 사람을 물러나게 하고 민주평화체제를 이룩하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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