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의 ‘최순실 게이트’ 보도 참사에 대해 MBC 기자협회장도 반성문을 내놨다.

그동안 종합편성채널과 신문의 보도로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이 커지고 박근혜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하기 전까지 공영방송 MBC가 최순실 관련 의혹 보도를 축소하고 대통령 발언 전달에 충실했던 것에 대해 김희웅 MBC 기자협회장이 사내에 자성의 글을 올린 것이다.

김희웅 회장은 2일 사내 게시판에 올린 “우리는 공범입니다”라고 시작하는 글에서 “사람들은 묻는다. 너희가 언론이냐? 우리는 배후와 배경과 의혹에 대해서 눈감았다. 거짓말에 대해서 따져 묻지 않았다. 충실히 받들었고, 심기를 고려했다”며 “사(私)가 끼어 지금 이렇게 대한민국이 욕을 보고 있듯, 사가 MBC 뉴스를 망쳤다. MBC 뉴스를 망치면 잘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다”고 MBC 보도행태를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장이 2일 서울 상암동 MBC 경영센터 1층 로비에서 최순실씨 관련 MBC 보도를 비판하는 피케팅을 진행했다. 사진=강성원 기자
김 회장은 이어 “후배들이 MBC 마이크를 들어 욕을 먹고 조롱을 당하며 쫓겨나는 수모를 겪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사를 위해, 입신을 위해, 자리보존에 열심일 것을 우리가 모르지 않기 때문에 그렇다”면서 “사를 취하는데 빠져 등 뒤에서 당하는 손가락질을 모르려 하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기에 그렇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MBC가 ‘최순실 게이트’를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책임과 관련해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일가의 꼭두각시’ 라고 명명하지 못해서 이렇게 됐다”며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MBC 뉴스를 자신의 입신을 위해 더 이용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김 본부장을 ‘MBC 뉴스를 이용해 私를 취하려는 자’라고 분명하게 명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 회장은 최근 MBC 보도국 내 뉴스데스크 인터뷰 조작 의혹을 제기했다가 지난달 11일 보도본부 보도NPS준비센터에서 심의국으로 인사발령 난 상태다.

다음은 김 회장이 올린 반성문 전문이다. 

뉴스에 私가 끼어서 그랬습니다

이른 아침 출근길. 지하철. 사람들은 움츠려있습니다. 고개를 숙이고 전화기 화면을 응시합니다. 화면엔 얼굴을 꽁꽁 싸맨 여인이 있습니다. 사람들의 표정이 일그러집니다. 무겁게 지하철을 내립니다. 초겨울 추위가 닥친 아침, 고단한 밥벌이의 시작을 참담함으로 맞이합니다. 시민들의 절망에 대해서.

우리는 共犯입니다.

성명서를 쓸 수가 없습니다.
自省을 할 자격을 갖지 못합니다.
무엇을 촉구할 수가 없습니다.
만회할 수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MBC 뉴스에 기대하는 것이 없습니다.
지우고자 합니다.
닥쳐라. 
닥치고 가만있어라 말합니다.

성명서를 쓸 수가 없습니다.
더 이상 MBC 뉴스를 한탄하며 규탄할 수 없습니다.
사람들은 더 이상의 자괴와 변명을 들어주지 않습니다.
우리는 지금
MBC를 숨기고 카메라를 듭니다.
MBC를 숨기고 마이크를 잡습니다.
비아냥을 당하고 쫓겨납니다.
머리를 처박고 기사를 씁니다.
MBC 뉴스가 공공의 전파를 사용해야 할 이유가 없습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
이게 나라냐?
사람들은 묻습니다.
니네가 언론이냐?
배후와 배경과 의혹에 대해서 눈감았습니다.
거짓말에 대해서 따져 묻지 않았습니다.
충실히 받들었고, 심기를 고려했습니다. 

그건.
뉴스에 私가 끼어서 그랬습니다.
사가 끼어 지금 이렇게 대한민국이 욕을 보고 있듯
사가 MBC 뉴스를 망쳤습니다.
MBC 뉴스를 망치면 잘되는 사람들이 있어서 그랬습니다.

命名해야 합니다.
명명하지 않아서 나라가 이 꼴이 났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을 “최순실 一家의 꼭두각시” 라고 명명하지 못해서 이렇게 됐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명명해야합니다.
김장겸 보도본부장을 
‘MBC 뉴스를 이용해 私를 취하려는 자’ 라고 분명하게 명명해야합니다.
KBS 보도본부장은 ‘보도 참사 책임을 지고 사퇴할 뜻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답했습니다.

김장겸 보도본부장은 그렇게 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건
사가 끼어서 그렇습니다.
MBC 뉴스를 자신의 입신을 위해 더 이용해야 할 것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MBC 뉴스에 끌끌... 혀를 차는 사람들을 보아도 
MBC 뉴스에 퉷퉷... 침을 뱉는 사람들을 보아도
후배들이 MBC 마이크를 들어 욕을 먹고. 조롱을 당하며. 
쫓겨나는 수모를 겪는 것을 모르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私를 위해. 입신을 위해. 자리보존에 열심일 것을 
우리가 모르지 않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私를 취하는데 빠져
등 뒤에서 당하는 손가락질을 모르려 하기 때문임을
우리는 알기에 그렇습니다.

MBC 기자들은 
모멸을 체화해서는 안 됩니다.
자신이 어떤 리포트에 얼굴과 음성을 담고 있는지
훗날
이 시절의 기록으로 남을 것을 잊지 말아야합니다.

본부장이
국장이
편집회의에 숨어 고개를 내리고 연필을 돌리며 
자조와 한숨으로 부끄러움을 덜려 하는
부장이
당신의 汚名을 책임지지 않습니다.
고개를 떨구려 하지 마십시오.
기자로서 당신의 이름을 지키는 것을 포기하지 마십시오.
무엇을 밝혀야 할지 어디에 집중해야 할지 방향을 잃지 마십시오.
회사를 보지 말고 시민들을 보십시오
물으십시오.
팩트를 건져 촘촘히 모아 의견을 제시하십시오.
기사를 들이대십시오.
MBC 뉴스를 다시 살릴 수 있는 길입니다.

최소한입니다.
MBC 뉴스는 그것부터 시작해야합니다.

MBC 기자협회장 김희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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