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TN은 ‘현장’에 강했던 매체였다. 사건 취재에 있어 특종과 속보에 두각을 보였던 언론사였다. 

대표적으로 2008년 2월 노종면 YTN 앵커(현 해직기자)를 필두로 숭례문 방화 사건을 생중계 보도하면서 보도 전문 매체의 진가를 드러내기도 했다.

2003년 4월 탄생한 ‘YTN 돌발영상’은 자투리 영상으로 정치권 이면을 들춰내고 권력을 풍자한 대표 콘텐츠였다. 오늘날 각 언론사들이 2~3분짜리 토막으로 정치‧사회 이슈를 페이스북 등을 통해 전하는 ‘클립영상’의 시초로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2008년 이명박 대통령의 낙하산 사장 반대 투쟁에서 해직자들이 쏟아지면서 8년이 지난 지금껏 노사 관계가 완벽히 치유되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일부 간부들은 일선 기자들과 반목하고 있으며 불협화음을 내고 있다. 영광의 시대는 뒤로 한 채 YTN의 매체 경쟁력과 경영은 추락하고 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를 포함한 4개 직능단체가 합동으로 개최한 지난 27일 YTN 사원총회에서 구성원들은 특별취재팀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자율성 및 독립성 보장을 사측에 요구했다. (사진= 언론노조 YTN지부)
그랬던 YTN 기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머리를 맞댄 계기는 ‘최순실’이었다. 지난달 20일 한겨레 보도를 통해 비선 측근 최순실씨가 언론의 주목을 받았지만, YTN 간부들은 전혀 주목을 하지 않았다.

JTBC와 TV조선이 최씨의 국정 농단 사태를 실시간 특종으로 주도했지만 YTN 언론인들은 손가락만 빨고 있어야 했다.

이는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지부장 박진수), YTN기자협회, 카메라기자협회, 보도영상인협회, 기술인협회 등 5개 단체가 지난 27일 오후 공동으로 사원총회를 개최해 위축된 YTN 제작 자율성을 성찰하고 간부들의 각성을 촉구한 까닭이다.

현재 YTN 보도가 어떻게 바닥을 치고 있는지 이날 발언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한 경제부 기자는 “최순실 태블릿 PC를 YTN 기자가 구해왔다면 보도할 수 있었겠느냐”고 자조했고, 편집부의 한 PD는 “무당 같은 사람을 무서워하면서 4년을 보낸 청와대 참모진을 보면서 YTN도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비판했다.

보도국의 한 기자 역시 “특별취재팀 생긴다는 얘기 듣고 눈물이 났다”며 “백만 년 늦었지만 그래도 출발은 할 수 있어 다행이라는 생각이었다. 우리가 얼마나 한심한가. 지금이 우리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라고 덧붙였다. YTN이 사안에 대해 침묵하는 것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된 발언이었다.

지난 26일 뒤늦게 꾸려진 ‘최순실 게이트 특별취재팀’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과 보강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한 스포츠부 기자는 “기존 법조팀에 인원 몇 명 보강한 수준이란 느낌 들었다”며 “축구에서 공수 전환하는 ‘빌드업’이 제대로 되려면 공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 전국언론노동조합 YTN지부를 포함한 4개 직능단체가 합동으로 개최한 지난 27일 YTN 사원총회에서 구성원들은 특별취재팀에 대한 대폭적인 지원과 자율성 및 독립성 보장을 사측에 요구했다. (사진= 언론노조 YTN지부)
YTN 사원총회에서 구성원들은 이번 사태를 ‘보도참사’로 규정하고, △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에 침묵하는 보도본부 간부 사퇴 △ 특별취재팀에 대한 지원과 인력 보강 △ 기자협회장의 긴급 발제권 제도화 △ 보도국장 임면 방식의 개선 등을 결의했다. 

사원의 총의가 이처럼 모아졌지만 친정부 성향 간부들의 존재는 구성원들 사이에서 ‘불안요소’다. 김도원 언론노조 YTN지부 공추위원장은 31일 “개별 기자들은 의욕이 많고 적극적인 지시가 내려지면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며 “최순실에 대한 전 국민적 분노가 표출되고 있는데 여전히 보도국 간부들은 적극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부들이 국민적 분노가 폭발하는 현실을 직시해서 적극성을 보여야 할 것”이라며 “아울러 기존 간부들에 대한 인적 쇄신이 필요한 상황이다. YTN 보도가 경쟁력이 떨어지고 본질을 짚지 못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고 비판했다. 측근의 국정 농단으로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탄핵을 요구하는 레임덕 정국에서 특종 경쟁이 본격화한 지금, 현장에 강했던 YTN에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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