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송합니다. 오늘은 언론사 기자들의 사죄의 날이라고 생각합니다.”(박진수 언론노조 YTN지부 위원장)

“정말 죄송합니다. 데스크에서 다루지 않아도 계속 발제했어야 했습니다. 자기검열에 빠졌습니다.” (성재호 언론노조 KBS 본부장 )

언론단체와 현업단체들이 ‘최순실 게이트’ 사태와 관련해 비상시국대책회의를 꾸리고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특히 공영방송사 소속 기자들은 지금까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것에 반성하고 앞으로 사실을 보도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31일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오전 11시 30분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한국PD연합회 등 언론단체와 현업단체는 “무너진 민주주의를 일으켜 세울 책임은 언론에 있다”며 박근혜 대통령의 사퇴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 31일 오전 11시 30분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언론단체와 현업단체들이 비상시국대책회의를 구성하고 박근혜 대통령 사퇴를 공식적으로 촉구했다. 사진=이치열 기자
김종철 동아자유언론수호투쟁위원회 위원장은 “언론인들 중에는 최순실씨와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문란에 대해 열심히 보도한 분도 있을 것이고, 아무리 기사를 써도 편집국장이 쓰레기통에 버렸던 경험을 당한 분도 있을 것”이라며 “이제부터는 제대로 보도한 언론인이나 제대로 보도하지 못한 언론인 모두 함께 현실을 타계하고 역사적 사건을 이끌어 나가자”고 밝혔다.

‘최순실 게이트’의 중요한 보도들이 조선일보와 TV조선과 같은 보수언론으로부터 나오고, 최근에는 공영방송들도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된 단독보도를 내보내고 있으나 이를 비판적으로 봐야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완기 민주언론시민연합 대표는 “TV조선은 2011년 박근혜 의원을 TV에 등장시키고 ‘형광등 백개의 아우라’라고 추켜세웠고, 박근혜 정권을 만들어 낸 대표적 방송사”라며 “그러던 TV조선이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물어뜯고 있다. 대표적인 하이에나 저널리즘”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완기 대표는 “이런 언론들이 만드는 프레임에 속지 말아야한다”라며 “자신들이 만든 정권을 끌어내리고나서 또 다른 잘못된 권력을 찾아서 지지하고 그 권력에 의지해 자신들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업단체들은 사과와 반성을 쏟아냈다. 기자들이 ‘미르재단’과 ‘K스포츠’ 등 최순실 관련 의혹이 나오자 아이템을 발제했지만 외면당했다는 언론사들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앞으로의 결의를 다졌다.

▲ 사진=이치열 기자 truth710@
윤창현 전국언론노조 SBS본부장은 “그래도 대통령이니까 열심히 받아쓰고 방송해왔다. 하지만 우리는 최씨 일가의 거대한 인형극을 방송에 내보내고 있었다”며 “우리도 공범이었다”고 말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이제부터 SBS의 기자들이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 사람들인지 본질로 돌아가자는 결의를 모았다”며 “언론의 본질을 흐리고 타락한 정치권력에 줄을 대서 입을 막으려는 어떤 시도에도 무릎을 꿇지 않겠다”고 밝혔다.

특히 윤창현 본부장은 청와대 신임 홍보수석으로 내정된 SBS 출신의 배성례(58) 전 국회 대변인에게도 쓴소리를 했다. 윤창현 본부장은 “이와 중에 배성례씨는 박근혜 무당 정권의 홍보수석으로 가게 됐다”며 “SBS가 부패권력의 흥신소라도 되느냐, 배성례 대변인은 어디 가서 SBS 출신이라고 떠들고 다니지 말라”고 비판했다.

성재호 전국언론노조 KBS 본부장은 “지난 9월 20일 최순실씨의 이름이 언론에 전면 등장한 그때 우리도 기사를 써야한다는 항의가 있었으나 보도국장에 의해 묵살당했다”라며 “그때 우리가 더싸웠어야 했다”고 개탄했다.

성재호 본부장은 “30일 대통령이 원로들을 만난 자리에 이인호 KBS 이사장이 참석했다고 하는데 이인호 이사장은 원로회의에 참석할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청와대로부터 고대영 사장을 낙점받은 사실을 실토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꾸려진 언론단체비상시국대책회의는 앞으로 △시민들과 함께 박근혜 대통령 사퇴 투쟁에 함께 나설 것 △촛불집회와 민중총궐기까지 많은 언론인들이 사퇴투쟁에 함께 조직할 것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해 언론이 보도해야할 핵심 의제를 제시할 것 △언론인들을 향한 취재 행위 외압과 방해공작을 수집하고 공개하는 활동을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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